새로운 러시아, 제가 한 번 가보겠습니다.
빅토르 트레티아코프
&
노바야 러시아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김지현(ART Insight SNS운영팀)

<공연정보>
일시: 2015년 5월 13일(수) 오후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주최: 코리아 차이코프스키 협회
주관 : 영음예술기획
후원: 주한 러시아 대사관,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수상자 협회(ATCS),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생가 박물관
티켓가격 : R석 20만원, S석 16만원, A석 12만원, B석 8만원, C석 4만원
*3월 31일까지 조기예매 30% 할인
공연문의: (02)581-5404 / www.iyoungeum.com
Novaya. ‘새로운’ 이라는 뜻을 지닌 러시아 형용사이다. 빅토르 트레티아코프와 함께 한 오케스트라의 이름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몰랐던 면모, 새로운 면모를 ‘노바야 러시아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빅토르 트레티아코프’ 와 함께 볼 수 있었다.
공연이 프리뷰때 봤던 것과는 좀 달라져 있었다. 빅토르 트레티아코프의 지휘 대신 ‘유리 트카첸코’라는 지휘자가 자리를 대신했고, 마지막 차이코프스키의 곡이 조금 바뀌었다.
그럼 먼저 뉴페이스 ‘유리 트카첸코’에 대해 소개해보겠다. 새로운 러시아 탐방에 도움을 주실 관광 가이드(?)다.

유리 트카첸코(Yury Tkachenko)
Mozart Requiem-지휘:유리 트카첸코
유리 트카첸코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 음악가들 중 가장 주목 받고 차세대 지휘자이다. 1990년 모스크바 그네신 음악 아카데미를 졸업 한 후, 게르기에프의 스승으로 유명한 무신(Musin)으로부터 지도 받았다. 1995년부터 2년간 차이코프스키 볼쇼이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를 역임한 후, 1997년부터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시작하였다. 상트 페레트부르그 심포니 오케스트라, 러시아 국립 글린카 오케스트라, 유고슬라비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였고, 여러 유명 솔리스트와 협연하였다. 그의 레퍼토리는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과 서유럽의 클래식 음악을 아우르고 있으며, 클래식에서 부터 현대곡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하여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그는 현재 국립 모스크바 문화 예술대학 오케스트라 지휘학부에서 후학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기고 있다.
든든한 관광 가이드를 확보(?)했으니, 이제 새로운 러시아를 관광하러 가 보겠다.
Concertone in C Major for 2 Violins and Orchestra, K. 190
첫 발걸음으로 모차르트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C장조, K.190’ 를 밟았다. 역시 유명 관광지에 모차르트가 빠질 수 없다.
Concertone은 본래 Concerto Grosso에서 유래한 말로 조금 큰 협주곡을 의미한다.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대화를 하면서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모차르트의 나이 17세 때 작곡된 이 작품은(나는 그때 뭐했지) 그가 독주악기를 위해 쓴 최초의 협주곡이라고 한다. 만하임에서 발표되어 격찬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모차르트 특유의 경쾌함과 부드러움이 빅토르 트레티아코프와 그의 아내, 나탈리아 리호포이의 협주로 더욱 두드려졌다.
바흐의 영향을 받아 작곡된 곡이라 그런지, 두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비슷한 선율을 모방하는 ‘푸가 형식’의 느낌이 들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앞 사람의 말을 따라하며 노는 이 곡을 부부가 연주하니, 부부의 금슬을 키는 소리가 들렸다.
Max Bruch-Violin Concerto No.1 in g minor, Op. 26
브루흐는 바이올린의 명수는 아니었지만, 굉장한 열의와 노력으로 이 협주곡을 만들었으며, 이 곡의 착상은 브루흐의 고향 쾰른에서의 스케치로 비롯되었다. 1857년 19세 때의 일로서, 완성까지 약 9년이 걸렸다고 한다. 1866년 1월에 초연하여 브루흐 자신이 직접 지휘를 했으며, 1868년 요아힘의 연주 아래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Ⅰ. Allegro Moderato: 열정이 담긴 레치타티브 풍의 가락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꽃무늬와 같은 전개 후에 새로운 가락이 가담한다.Ⅱ. Adagio: 마음을 매료하는 선율. 장중하면서도 황홀해지는 듯한 곡조, 동경과 로맨틱한 꿈을 그리는 음악이다.Ⅲ. Finale. Allegro Energico: 아름다움은 다시 덧붙여지고, 마치 산꼭대기에 피어난 꽃밭처럼 올라감에 따라 다른 흥취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현란한 극치에 달했을 때 곡은 끝을 고한다.
곡이 바흐로 넘어가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마치 소녀에서 관능적인 여인으로의 변모랄까. 초반의 웅장하면서도 슬픈 가락은 전반적으로 비극적인 느낌을 주었다. 점점 절정으로 치닫다가 마지막에는 살짝 다채로운 선율을 집어넣었다. 프로그램북에 따르면, Allegro Moderato에 ‘아름다운 꽃무늬와 같은 전개’라고 했는데, 나는 꽃무늬보다는 꽃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Adagio 부분에서는 좀 더 고풍스러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아리아를 듣는 느낌이었다. 소프라노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니 그런 느낌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동경과 로맨틱한 꿈을 그리는 음악이라는 설명이 딱 맞다. 그리운 무언가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흐드러졌다.
마지막 피날레 초반에서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경쾌함을 보였다. 조금 음만 높였을 뿐인데도 이렇게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한 바이올린의 솔로 부분에서도 이전의 관능적 음색보다는 아우르는, 푸근한 음색의 차이가 느껴졌다.
Pyotr Il'yich Tchaikovsky-Symphony No.4 in f minor, Op. 36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가 불행한 결혼에 괴로워하던 때를 그린 것으로 당시의 감정이 현실적으로 반영되었다. 그의 6개 교향곡 가운데에서 가장 변화가 많고 열정적인 곡으로 뚜렷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서 순 음악형식을 취하면서도 표제 음악 요소가 짙으며 고뇌하여 방황하는 인간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치는 운명의 처참한 느낌을 듣는 사람에게 던져준다.
잠깐 그의 결혼 스토리를 풀어보자면, 그는 동성애적인 기질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 벗어나고자 한 오페라 여가수를 사랑하게 되지만 거절당하고 한 음악원 여학생을 만나 결혼한다. 하지만 그녀는 차이코프스키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했고, 더욱이 그의 동성애적 본능이 정신적 문제를 일으켜 그의 결혼생활은 엉망이었다. 그 때의 괴로움이 리얼하게 녹아있는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아내
그의 이 곡에 얽힌 또 한명의 여인이 있다. 바로 철도 갑부의 미망인인 나데지나 피라레토브나 폰 메크부인이었다. 폰 메크부인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깊은 감동을 받고 연간 6천 루불이라는 막대한 연금을 제공하여 차이코프스키가 작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후원을 하였다. 이러한 후원은 무려 15년동안 (1876년부터 1890년까지)이나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서로 한번도 만나지 않고 편지만으로 왕래했다고 한다. 그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 교향곡 4번의 설명이 적혀있다. 약 46분의 긴 곡이기 때문에, 파트별로 나눠서 그에 대한 차이코프스키의 편지 내용을 첨부하겠다.

나데지나 피라레토브나 폰 메크
1악장 - Andante sostenuto - Moderato con anim
"우리들의 교향곡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주는 이 교향곡 전체의 핵심과 정수이며 주상입니다. 이것은 '운명'입니다. 즉, 행복에의 추구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막고 평화와 위안이 성취되지 않는 것이나 하늘에는 언제나 그름이 끼어 있는 것을 질투, 깊게 주장하고 있는 숙명적인 힘입니다. 머리위에 언제나 달려있는 다모레스크의 칼처럼 흔들려, 영혼에 끊임없이 독을 부어넣는 힘입니다. 이 힘은 압도적이며 패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에 복종하여 잠잠히 불운을 슬퍼할 길밖에 없습니다 (제 1주제). 절망은 깊어집니다. 도피하여 꿈속에 잠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제 2주제). 얼마나 즐거운 것이겠습니까. 달콤하고 부드러운 꿈이 나를 포옹합니다. 밝은 세계가 나를 부릅니다. 영혼은 꿈 속에 젖어 우수와 불쾌함을 잊습니다. 이것이 행복입니다. 그러나 꿈일 뿐입니다. 운명은 우리들을 참혹하게 일깨워 일으킵니다 (주상 선율). 우리들의 생활은 괴로운 현실과 행복한 꿈과의 교착에 지나지 않습니다. 완전한 도피처는 없습니다. 인생의 물결은 우리들을 삼켜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2악장 - Andantino in modo di canzona
"제 2악장은 비애의 다른 일면을 보입니다. 여기에 나타난 것은 일에 지쳐 쓰러진 자가 밤중에 홀로 앉았을 때 그를 싸고 도는 우울한 감정입니다. 읽으려고 든 책은 그의 손에서 떨어지고 많은 추억이 샘솟습니다. 이렇게도 많은 여러 가지들이 모두 지나가 버렸고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것이겠습니까. 그래도 지난날을 생각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우리들은 과거를 슬퍼하며 그리워합니다만 그러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와 의지는 없습니다. 우리들은 생활에 지쳐버렸습니다."
3악장 - Scherzo - Pizzicato o stinato
"3악장은 이렇다 할 뚜렷한 정서나 확정적인 표출도 없습니다. 여기에 있는 것은 들뜬 마음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들이 술을 마시고 얼근히 취했을 때에 우리들의 뇌리에 스며들어 오는 어렴풋한 모양입니다. 그 기분은 명량하거나 혹은 비탄에 빠지기도 하여 빙빙 돌아갑니다. 별달리 생각하는 것도 없이 공상을 제멋대로 달리게 하면 놀라운 선의 교착에 의한 화면이 즐겨집니다. 갑자기 이 공상속에 취한 농부와 흙냄새 풍기는 노래와의 화면이 뛰어 들어옵니다. 먼데서 군악대가 주악하여 지나가는 울림이 들립니다. 이것은 모두 잠자는 사람의 머리속에서 헝클어진 그림인 것입니다. 현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분간할 수 없는 혼란입니다."
4악장 - Allegro con fuoco
"제 4악장. 당신이 자기 자신 속에 환희를 찾지 못한다면 주위를 살펴보는 곳이 좋습니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즐거워 하고 환락에 몸을 던지는 가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민중의 축제일의 묘사.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우리들이 자기를 잊혀지느냐 잊혀지지않느냐 할 때, 패배하지 않는 운명은 다시 우리들 앞에 나타나서 그 존재를 상기시킵니다. 아이들은 우리들에게 관심을 갖지않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을 돌아다 보지 않고 또한 우리들이 외롭고 슬프다는 것을 보기위해서 발을 멈추려 하지도 않습니다. 얼마나 그들은 유쾌하며 즐거운 것입니까! 그들의 감정은 소박하고 단순한 것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세상은 비애에 빠져있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행복은, 단순하고 소박한 행복은 아직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기뻐하십시요. 그러면 당신은 더욱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지 내용이 장황하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각 악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곡을 감상하면 무언가 다른 관점이 느껴진다. 격정적이었다가 조용해지고, 다시 절정으로 치닫는 이 완급 조절을 어떤 느낌으로 작곡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오케스트라에서 대미를 장식했던 곡인 만큼, 가장 ‘러시아다움’을 잘 나타낸 곡이었고 생각한다. 모든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러시아의 바람에 휘말리는 느낌이었다.
러시아풍의 음악이 격력하고 에너지넘쳐서 그런지, 빅토르 트레티아코프와 그의 아내 리호포이의 연주 기법 역시 열정적이었다. 그야말로 러시아를 위한, 러시아에 의한 곡들이었다. 앵콜곡까지 러시아의 여운을 느끼는 곡들을 선사해서, 오케스트라가 끝나자 러시아 일주를 막 완주하고 온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 나라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느낀 것은 처음이었기에, 전율 넘치는 경험이었다. 격한 러시아의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출처 및 참고자료>
http://art-brand.ru/artist/72/Yuri-Tkachenko
http://www.goclassic.co.kr/review/0007a.html#B

아트인사이트
아트인사이트 페이스북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