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르멘

글 입력 2015.05.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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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리뷰


오페라는 나와 친하지 않는 장르였다.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처음 접해보고 따로 찾아보거나 보러 간 적이 없었다.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지루하고 재미없을 거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 218분이라는 시간을 보고 과연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끝으로 본격적인 무대가 열리고 제1막이 시작되었다.
심심해 보이는 군인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그러던 중 호세를 만나러 온 미카엘라를 보고는 군인들은 자신들과 놀자고 하지만, 
부끄러운 미카엘라는 당황한 나머지 뛰쳐나간다.
미카엘라는 카르멘과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여성으로 
호세를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는 부끄러움이 많은 인물이다. 
그것도 잠시 미카엘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여자주인공 카르멘이 모습을 드러낸다. 
담배공장 여공인 카르멘이 처음 등장할 때 군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카르멘의 등장에 열광한다. 
당당함이 돋보이는 카르멘은 하바네라를 부르며 호세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호세는 떨어져있는 어머니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는 캐릭터로 
단호하고, 냉철함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이미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미카엘라라는 여성이 있다. 
그럼에도 호세는 팜므파탈의 매력을 지닌 카르멘의 계속되는 유혹에 결국 넘어가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2막에서 카르멘 때문에 감옥에 수감 된 호세는 그녀를 만나러 오지만, 
곧이어 복귀하라는 나팔소리에 발길을 돌리려 한다. 
이때 상관이 등장하고 카르멘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는 결투 구조를 가지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호세는 탈영병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에서 감옥살이와 탈영병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떠돌이일 뿐이다. 
게다가 이젠 카르멘의 사랑조차 의심스럽다. 
투우사 에스카미토의 등장으로 그녀가 자신을 떠날 것 같은 불안감에 그의 집착은 시작된다.

재밌는 부분은 3막에서 호세에게 버림받은 미카엘라가
 그의 마음을 돌리려 위험한 소굴에 직접 찾아오는 장면이다.
부끄러움도 많고, 얌전한 미카엘라가 밀수꾼 소굴에 오기로 결심했다는 점에서
호세에 대한 사랑이 진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미카엘라가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부르는 아리아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하바네라가 카르멘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곡이라면, 이젠두렵지않아는 미카엘라를 나타내는 곡인 것 같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호세는 결국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마지막 4막 배경은 투우 경기장이다. 
인기 투우사인 에스카미토의 애인이 되어있는 카르멘을 발견한 호세는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마음이 떠난 카르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며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빼서 던진다.
분노한 호세는 품안에 있는 단도로 카르멘을 찌르고 만다. 
투우 경기소리로 가득한 경기장에서 카르멘은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사랑했던 카르멘을 죽인 호세의 자백을 끝으로 막이 내린다. 


처음 줄거리를 들었을 때에는 카르멘을 나쁜여자라 생각했었다. 
카르멘의 사랑에는 언제나 배신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오래가지 못하고 쉽게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점에서 그녀의 사랑은 깊지 못하고 가볍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연을 보면 볼수록 그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완전히 그녀가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별을 올바르게 받아들일 줄 모르는 호세의 성숙하지 못한 사랑에서도 문제점을 찾게 된다.
감옥에 들어갔던 것, 탈영병이 되었던 이 모든 것들은 사실, 호세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들이다.
그런 호세는 사랑의 배신에 분노하고, 그 분노는 다시 복수로 변해버리면서
결국,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카르멘은 집시여인이다. 집시는 정처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방랑자이다. 
이렇게 자유로운 삶을 살아온 카르멘에게는 사랑에 있어서도 자유는 중요하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어도, 자신이 구속받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적극적이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며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불타오르며 사랑한다.  
카르멘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그녀의 당당함과 솔직함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 카메르멘은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타로점을 보는 장면에서도 자신이 호세에게 죽임을 당할 거라는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마지막 장에서도 호세의 등장을 목격한 친구들의 충고에도 카르멘은 자신의 운명을 피하지 않겠다 다짐한다. 어떻게 보면 흐르는 운명에 맡겨서 자유롭게 살았던 여인이라 볼 수 있다.


공연을 보는내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공연을 보고나서 다른 공연들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깨끗하고 선명한 스크린으로 보다보니 마치 내가 오페라 현장에 와있는 벅찬 느낌을 받았다.
또 배우들의 표정이나 연기력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특히 미카엘라가 아리아를 부를 때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에서 
배우가 미카엘라라는 역할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져서 
보는 나까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익숙한 곡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매력적인 하바네라부터 강렬한 투우사의 노래까지 듣는 귀가 즐거웠다.
 중간중간 배우들의 인터뷰와 무대를 설치하는 스텝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무대를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특히 무대 설치가 감탄을 불러일으켰는데, 규모가 큰 무대에 장면마다 어울리는 무대들을 짧은 시간 내에 설치하는 스텝들의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중간에 스크린 화면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나서 몰입이 방해되었지만, 
그 외에는 모든 점에서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다. 
약 4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 뒤에서 수고하는 스텝들의 열정과 정성이 돋보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김소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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