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묘한 삼각관계_2 쉬 전(중국)&고이즈미 메이로(일본)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2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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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삼각관계 양아치, 쉬 전, 고이즈미 메이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015.03.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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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오피니언에서 한국 작가 양아치의 작품들을 만나보았다. 그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중국 작가 쉬 전과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와 그들의 작품에 대해 보도록 하겠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세 작가 모두 급변하는 시대를 경험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묶어 미묘한 삼각관계라는 전시 제목 하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같은 시대를 경험한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세나라이기에 공통점은 있지만, 그 이전에 작품을 표현하는 작가들은 개인이기에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작품에 주관적으로 표현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작가들의 작품을 애써 이으면서 보려고 하기 보다는 같은 시대에 다양한 사고들이 공존했음을 염두하고 본다면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쉬 전(중국 상해 출생, B.1977)은 1900년대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과 도시화 경험 속에서 소위 천안문 세대로 일컬어지는 중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영향에 이어받아 예술의 의미와 한계에 대한 고민을 해 온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1990년대 아시아 국가간의 문화교류와 글로벌화를 겪으면서 문화적 수혜를 입은 근대화 과정의 산물이다. 쉬 전은 이 시기를 겪으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예술의 권위와 능력 그리고 한계에 대해 탐구하게 된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결과물로 2009년 메이드인 컴퍼니(MADEIN COMPANY)라는 회사를 설립, 어디까지 예술이 논의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장으로 현재까지 그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묘한 삼각관계 도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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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전, ShanghArt Supermarket, 2004/2009


 쉬 전의 작품은 2층 중앙 전시실 안의 통로 구역에 연출되어 있다. 그 곳에는 'In Just a Blink of an Eye','True Image 중 "수치심은 사물이 된 기분일 뿐이다"'와 'ShanghArt Supermarket'작품이 있다. 세 작품 모두 주목을 끌만큼 직설적이면서도 미술관에선 낯선 작품이라 여길말 하다. 이중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제 재제작된 그의 작품 ' ShanghArt Supermarket'(2004/2009)을 좀 더 살펴보자. 이 작품은 실제 슈퍼마켓을 미술관 안에 그대로 들여놓은 것 처럼 정교하게 연출되어 있다. 간판, 입구에 있는 카트들, 깨끗하게 진열된 상품들과 계산대까지. 작가는 자신이 거주하는 상하이의 슈퍼마켓을 전시장으로 그대로 옮겨온 작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숨은 비밀이 있으니, 바로 작가는 슈퍼마켓에서 구매한 제품들의 내용물을 모두 소비하고 비워서 재포장한 후, 전시장에 진열을 하였다. 따라서 진열된 상품들은 다 빈 껍데기인 것이다. 작가는 이 껍데기뿐인 상품을 진열시킴으로써 예술의 허상을 비판하고자 했다고 한다. 어렵게 느껴질 수있는데 우리에게 이 보다 친숙한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 작업을 떠올리면 좀 더 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앤디워홀이 미국의 대량 생산과 소비문화를 끊임 없이 찍어내는 실크스크린 작품으로 표현했듯이, 쉬 전도 이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소비생활을 직설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고이즈미 메이로(일본 군마 출생, B.1976)는 개인과 사회의 심리적 관계, 연출된 감정과 진실된 감정의 사이의 긴장감, 그리고 의무와 욕망 사이의 경계 등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그의 영상 작업은 뿌리 깊은 일본인의 사회적, 문화적 관습과 심리적 행동양식에 주목하고 이로 인해 몸에 배어버린 신체와 언어의 관슴을 벗어난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그의 영상에서 자주 연출되는 조작된 상황과 과잉된 에너지는 때로는 모순적 상황과 아이러니를 동반하는데, 이러한 카메라 밖의 그의 개입과 지시는 예상치 못한 장면을 연출하며, 그를 아티스트와 퍼포머의 경계에 위치시킨다. 작가는 최근 선보이는 일련의 작품을 통해 세대간에 다르게 인식되는 역사(과거)와 재평가되는 현재를 작품 안으로 불러들이고, 그것에 직면하는 방식을 통해 가공된 역사, 보이지 않는 진실에 질문을 던진다.     -미묘한 삼각관계 도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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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메이로, Defect in Vision, 2011


 고이즈미 메이로는 2000년대부터 직설적이고 과장된 연출로 상식적이고 관습적인 것을 전복시키고 싶었했다. 그리고 그는 이를 그의 주요 매체인 비디오와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이야기 해왔다. 그의 작품은 3층에 가면 만나볼 수 있는데 다양한 작업 중에 'Defect in Vision'이 인상깊었다. 이 작품은 양면의 화면에 영상이 진행되고 있어서 양면에서 모두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같은 영상이지만 카메라의 초점이 달라 앞 면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클로즈업 되어 있고 뒷 면은 화면에 두 인물이 모두 포착되는 일반적인 화면이었다. 이 영상에 나오는 두 부부는 실제 시각장애인이다 .작가는 이들에게 마치 앞을 보는 듯한 연기를 부탁하였고, 전쟁터에 나가기 전 부부가 갖는 마지막 저녁식사를 재현해달라 하였다. 클로즈업 된 화면에서는 이를 알지 못했는데, 뒤로 가서 보니 배우들의 시선이 어색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인이 전쟁 당시 현실을 바로 바라볼 수 없었던 '맹목'과 신체적으로 볼 수 없는 '시각 장애' 사이의 모순을 배우의 연기를 통해 나타내었는데, 물론 맹목적으로 전쟁에 나가 자신의 목숨을 받치는 것이 우매한 것이라 생각들었지만 영상 속 장면이 너무나도 평온해서 가슴이 찡했다. 아무렇지 않게 아내는 남편에게 전쟁에 다녀오면 온천을 가자고 얘기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기에 더 깊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데올로기가 같는 힘이 얼마나 강력하고 무서운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 영상이었다.

 역사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갖게 되는 것이기에 무엇이 맞고 틀리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전시를 통해 편협했던 생각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줄만 알았던 다른 나라에서 조금이나마 친숙함을 얻고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심도있고 결코 쉽지 않은 전시였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낳게 해준 전시가 아닌가 싶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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