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눈과 귀를 즐겁게하는 쇼뮤지컬의 정석 - 드림걸즈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4.0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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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에 상륙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가 6년 만에 다시 잠실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올라섰다. 초연 당시 그 해 베스트외국뮤지컬상, 한국뮤지컬 대상 6개 부문 수상, 더뮤지컬어워즈 3개 부문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렸던 [드림걸즈]. 2015년, 새롭게 단장한 무대와 놀라운 가창력을 지닌 배우들로 무장한 채 관객들을 또 한번 찾아왔다. 

[드림걸즈]는 1960년대 수많은 빌보드 차트 1위곡을 만들어낸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알앤비 여성 그룹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스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이다. [드림걸즈]는 1982년 브로드웨이에서의 초연으로 큰 호응을 일으켰으며 이후 2006년 가수 비욘세가 주역으로 나선 동명의 영화 또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60년대 화려한 쇼 무대와 거대한 아메리칸 드림을 그대로 재현한 [드림걸즈]는 170분이라는 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완만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줄거리
디트로이트 출신의 흑인 여성 트리오 디나, 에피, 로렐. 꿈과 재능, 열정까지 가진 그녀들이지만 오디션에 실패하는 등 화려한 스타의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런 그녀들은 쇼 비즈니스계의 성공을 꿈꾸는 야심찬 매니저 커티스와 절호의 만남을 갖게 된다. 그는 그녀들이 가지지 못한 성공의 카드를 쥐고 그녀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녀들은 최고의 인기가수인 제임스 썬더 얼리의 백업보컬로 투입되며 기회와 경험을 쌓아가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으로 다가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커티스는 팀을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음악 스타일뿐만 아니라 리더인 에피 대신 뛰어난 외모를 가진 디나를 그룹의 리드 싱어로 교체하는 것. 이에 대해 에피는 반발하고 팀은 위기에 봉착하지만, 디나는 그렇게 찾아온 기회가 싫지 않다. 이제 The Dreams의 운명을 어떻게 될까? 그녀들은 계속 노래할 수 있을까? (출처: 옥션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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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걸즈]는 드라마틱하지만 안정된 이야기 전개를 통해 화려한 성공에 따르는 대가, 그리고 진정한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드림걸즈]의 인물들은 모두 꿈을 가지고 있다. 에피는 자유롭게 노래를 하는 꿈, 디나는 영화배우가 되어 진짜 자신을 보여주는 꿈, 로렐은 연인과 자유롭고 진실된 사랑을 나누는는 꿈, 그리고 씨씨는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간직한 히트곡을 만드는 꿈을 꾼다. 그들의 꿈은 모두 진짜 자신을 찾아 남에게 구속 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꿈을 꾸는 드리머(Dreamer)들이 모여 만든 그룹이 바로 드림즈(Dreams)다. 드림즈의 멤버는 모두 개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에피는 풍부한 성량과 독특한 목소리를, 디나는 아름다운 용모와 끼를 가졌다. 로렐에게는 열정과 사랑하는 애인이 있고, 씨씨는 천부적인 작곡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바로 코 앞에 꿈을 둔 채 이루지 못한다. 

꿈은 이상(理想)이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지만 가장 완전한 형태를 구현하는 것'으로 현실과는 한 층 거리가 있다. 이 둘 사이를 넘어서야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드림걸즈]의 주인공들은 현실의 장벽에 부딪혔을 때 이를 타파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거기에 동조하여 그 기준까지만, 그 기준에 맞춰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의 진짜 모습을 숨겨져 있다. 씨씨만 봐도 그렇다. 그는 작곡 천재로 어떠한 장르의 음악이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와 부합하는 음악이 아닌 백인 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음악을 만든다. 에피의 경우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성을 살려 노래하고 싶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가벼운 목소리를 원하는 대중에 맞춰 자신을 감추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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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인물들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드림즈의 매니저 커티스이다. 커티스는 대중의 요구를 잘 알고 이를 이용할 줄 아는 뛰어난 현실 감각을 지녔다. 그는 다른 인물들에게 그의 기준과 그의 방법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드림즈의 성공을 이뤄낸다. 한편 그는 [드림걸즈] 내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유일무이한 성공을 꿈꾸는 그에게 끝은 없다. 그의 꿈은 더 이상 이상이 아닌 공상(空想)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성공을 이루기 위해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매매와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는 등 점차 비도덕적인 행동까지 일삼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드림즈은 화려하다. 빌보드 차트 1위, 월드 투어, 티비 쇼 출연. 그러나 드림즈의 멤버들은 마냥 행복하지 않다. 드림즈의 멤버들은 무조건적인 성공을 위해 친구, 가족, 사랑 등 소중했던 것들까지 포기하게 된다. 각자의 꿈은 사라지고 외화내빈한 드림즈만 남는다. 애초 캐릭터들의 꿈의 총집합이었던 드림즈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치면서 어느덧 하나의 공상으로 획일화되어 버린 것이다.

가장 먼저 이를 깨닫는 것이 엘피다. 그녀는 연인과 친구들에게 버림받고 드림즈에서 해고 당하며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느낀다. 하지만 딸을 통해 ‘드림즈의 성공’이 아닌 ‘영혼이 담긴 노래’가 자신의 진정한 꿈이었음을 깨닫는다. 역설적이게도 드림즈를 떠나서야 진짜 드림을 위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인물들도 마침내 드림즈를 떠난다. 디나는 영화를 찍고, 로렐은 연인과 헤어진다. 씨씨는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 만든 곡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린다. 드림즈가 해체되었을 때 비로소 그들은 ‘드림즈’가 된 것이다. 남들의 기준에 맞춘, 획일화된 성공이 아닌 자신만의 꿈을 쫓을 때 디트로이트 출신 여인들은 ‘드림 걸즈’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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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걸즈]는 60년대 쇼비지니스를 재현한 뮤지컬답게 다채로운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제공한다. 현란한 춤과 시시각각 달라지는 드림즈의 의상, 색색의 조명에 눈을 뗄 수 없다. 앙상블들의 다부진 몸매와 디나 역을 맡은 배우들의 미모에 감탄을 하게 된다. 알앤비, 댄스, 재즈,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넘버들과 귀에 익숙한 명곡을 들을 수도 있다. 가장 유명한 넘버인 Listen은 동명의 영화 속 비욘세가 파워풀한 솔로곡으로 소화해냈지만 뮤지컬에서는 디나와 엘피의 듀엣곡으로 신선하게 해석되었다. 또 One Night Only는 감성적인 알앤비와 댄스 버전으로 연이어 진행이 되는데, 두 장르를 비교하며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특히 흑인 음악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려준 엘피 역의 차지연과 박혜나의 노래와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어느 노래에서든 호흡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러닝타임 내내 유지되는 격한 감정을 쉴 틈 없이 표현한다. 두 배우 모두 역할을 위해 10kg이상을 증량했다는데 무대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지미 역의 최민철은 재치있는 대사로 중간 중간 웃음 포인드를 살려주었다. 능청스러운 연기와 맛깔나는 춤 솜씨에 박수가 저절로 나왔다.

무대 연출적 기법 중에서는 드림즈가 공연을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뒤로 돌아있고 마치 관객들이 대기실에 있는 것처럼 표현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또 드림즈가 처음 스타 콘테스트에 출현한 장면에서 대형 사각 셀들을 이용해 무대를 두 공간으로 나누어 활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공중에 매달린 66개의 사각 셀들이 다양한 색으로 변화하며 극의 전개를 나타낸 것, 그리고 LED 영상으로 60년대 텔레비전을 재현하며 관객들이 여러 개의 스크린을 볼 수 있도록 설정한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쇼뮤지컬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체적인 극 분위기가 하이 텐션으로 계속 유지되어 중간 중간에 지루함이 있었다. 넘버들 마저 대부분이 빠른 비트의 음악인데다가 이를 받쳐 주는 웃음코드도 지미의 몇 개 대사 외에는 없었다. 또 무대나 연출적 요소 중 혁신적으로 느껴진 것도 딱히 생각하기 어렵다. 조명은 화려한 60년대 쇼 무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한 몫 했지만 완성도 높은 스토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스토리 상 1막과 2막 사이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지만 이를 표현해주는 장치가 없었다. 그리고 극의 중요 소재 중 하나인 인종 차별이 전혀 전달되지 않아 아쉬웠다. 캐릭터들이 흑인이라는 점이 잘 나타나지 않았고 따라서 백인 가수에게 음악을 빼앗기고, 백인들을 위한 음악을 만든다는 설정이 보이지 않았다. 음악의 경우 1년 전 같은 무대에서 박혜나가 출현한 [위키드]와 비교해보면 배우의 역량을 최고조로 이끄는 넘버가 없어서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무난했던 뮤지컬 [드림걸즈]. 화려한 배우들과 60년대 느낌을 한껏 살린 넘버들, 그리고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가슴에 확 와 닿는다. 하지만 무대연출적으로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훨씬 완성도 있는 극이 되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다. 50년전 모타운의 음악에 취하고 싶다면, 혹은 영화 [드림걸즈]에 감동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배우나 의상, 무대를 비교해보면서 볼만 한 쇼뮤지컬이다. 


뮤지컬 드림걸즈 중 - Listen
 


이미지 출처 : 구글
영상 출처: 유투브
[하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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