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없는 한국뮤지컬, 무엇이 문제인가.

글 입력 2015.03.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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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발장, 콰지모도, 엘리자벳, 레베카, 아이다, 정학, , 벨마, 몬테크리스토, 지욱. 이들은 누구일까? 이 중 몇몇 이름은 왠지 지하철 광고판에서 본 것처럼 낯이 익다. 명백한 것은 정학과 지욱을 제외하곤 모두가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몇몇은 도대체 어느 나라 출신인지, 국적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이들은 2013년 한국에서 흥행한 뮤지컬 작품들의 주인공들로, 흥행 순위대로 나열한 것이다.당연히 정학이 주인공인 뮤지컬 <그날들>지욱이 주인공인 <디셈버>를 제외하곤 모두 외국에서 수입한 라이센스 뮤지컬이다. 분명히 한국에서 흥행한 뮤지컬의 주인공들인데 어째서 한국인은 없는 걸까?

 

      

 

뮤지컬은 한국 공연예술 산업에서 큰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분야이다. 1966년 처음으로 뮤지컬이 시작된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고 2012년 총 매출액 규모는 2500억에 달한다. 또한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문제는 위에서 보았다시피 한국 창작뮤지컬보다는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로 제작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많은 자금을 들여 그만큼의 수익을 내고 있지만 창작뮤지컬은 제작편수에 비해서 산업 규모가 너무 작고, 흥행 역시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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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창작 뮤지컬이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에 비해 흥행이 안 되는 현상을 왜 해결해야 하는가? 사실, 뮤지컬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순이익도 늘어나고 있으니 한국 뮤지컬은 매우 순항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상기해야 할 것은 뮤지컬은 산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예술이다라는 사실이다. 뮤지컬은 노래하고 춤추는 행위뿐만이 아니라 무대 디자인, 음악, 의상디자인, 작사작곡, 극본 등 음악 미술 문학 무용을 모두 아우르는 예술의 집합체이다. 뮤지컬 제작과정에서는 수많은 인력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예술성을 발휘하여 독창적이고 잘 짜여진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버팀목은 튼튼한 예술적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라이선스 뮤지컬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등 해외에서 흥행한 뮤지컬의 판권을 사와 똑같이국내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극본, 음악, 무대 등 모든 것은 오리지널 제작사에서 직접적으로 관리한다. 물론 번안 작업을 비롯해서 한국인 전문가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창작뮤지컬에 비해서는 전문 인력들이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가 확연히 적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현재와 같은 라이선스 뮤지컬 체제는 외국 뮤지컬을 사서 한국인 관객에게 파는 장사라고도 할 수 있다. 뮤지컬의 토대인 창조적 예술 행위가 사라지고 오직 상업성만이 남은 것이다. 또한 단순히 외국 작품들을 수입하기만 한다면 언젠가 외국 흥행작이 고갈되었을 때 산업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장기적인 국내 뮤지컬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창작뮤지컬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당위성이 있어 보인다.

 

 

    

 

국내에서 창작뮤지컬이 발전이 안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창작뮤지컬은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투자사들은 안전하고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에 투자를 하고 싶어 하기에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창작뮤지컬에는 제작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창작뮤지컬 제작은 늘 자금난에 시달리고 질 좋은 작품을 생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제작 지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민간 투자사 중심의 제작투자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공연예술분야 지원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뮤지컬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이며 한 번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할 경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창작 뮤지컬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는 방향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제작지원이 된다고 훌륭한 창작 뮤지컬이 나오지는 않는다. 창작뮤지컬의 발전을 위해서는 뮤지컬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도 159개의 4년제 대학에 뮤지컬관련 학과가 있고 전문대학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많지만, 대다수의 뮤지컬학과는 배우 양성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하지만 창작뮤지컬에서는 배우뿐만 아니라 충분한 교육을 받아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필요하다. 뮤지컬 창작이 활발한 미국이나 영국의 뮤지컬 학과들은 작가, 작곡가, 연출가, 제작자 등 전공을 세분화시켜 전문성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뮤지컬산업이 발달한 국가들을 모델링하여 학과를 세분화하고 탄탄한 실습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공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재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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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창작뮤지컬의 콘텐츠에 대한 논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창작뮤지컬이 흥행에 부진을 겪는 이유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관객들의 흥미를 못 끌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흥행한 창작뮤지컬들을 분석해보면 공교롭게도 대다수가 한국적인 콘텐츠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명성황후>, 초연의 성공으로 재연까지 극을 올린 <피맛골 연가>,<서편제>,<해를 품은 달> 역시 한국의 전통적인 코드를 이용했다. 또한 2013년에 흥행 10위권안에 든 유일한 창작뮤지컬 <그날들><디셈버>는 공통적으로 90년대 인기가수 김광석의 노래를 사용한 쥬크박스 뮤지컬로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했다. 따라서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관련한 독창적인 컨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라고 해서 단순히 전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으로 재해석해서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통성과 보편성을 함께 가진 뮤지컬을 제작하여 수출한다면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에 대한 기대도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조명과 의상, 화려한 안무와 연기, 천장을 뚫는 듯한 노래, 객석에 가득 울려퍼지는 박수와 함성소리. 많은 문화 컨텐츠가 TV, 스마트폰 등의 액정을 통해 전달되는 현대사회에서 생생한 현장감과 즉시성을 갖춘 뮤지컬은 참으로 매력적인 장르이다. 한국에서도 뮤지컬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라이선스 공연 위주로, 창작뮤지컬 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창작뮤지컬 지원활성화, 인적 자원 개발, 한국적 특성을 살린 컨텐츠 개발에 성공한다면, 머지않아 저 멀리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의 무대에서도 아름답게 빛나는 한국인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지출처: 플레이디비

 

[윤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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