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맞을 준비 ②시

글 입력 2015.03.1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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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3월이지만 쌀쌀하다 못해 춥다. 
이제 찬기는 벗고 따뜻함을 맞을 때가 기다려 지는데, 기대와 달리 꽃샘추위가 자꾸 찾아온다.
한해 한해 지날 수록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 겨울이 길어지는 요즘
짧게 쉬다 갈 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①노래'  에 이은 두번째 봄 맞을 준비 '시' 이다.

흔히 '봄탄다' 고 얘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괜히 우울하고 무력감과 졸린 증상까지.
남들 보다 조금 더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찌 할 수 없는 '봄타는 증상' 을 오히려 즐기려 한다면 어떨까. 
가을 탄다며 고독을 즐기며 시를 읊는 사람처럼 봄에도, 봄에 어울리는 시를 한구절 읽으면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 질 수도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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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지현

그대는 봄이고
나는 꽃이야
그러니
무심천 벚꽃이 눈 밖에 있지
나는 봄이고
그대는 꽃이야
그래서 
내 눈 속이 온통 그대지

우리는 꽃밭이고
우리는 봄이야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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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 
              -정호승

꽃이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꽃을 바라봅니다

꽃이 나를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나도 꽃을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십니다

꽃은 아마
내가 꽃인 줄 아나봅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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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 이수익

봄에는 혼자서는 외롭다. 둘이라야 한다.
혹은 둘 이상이라야 한다.

물은 물끼리 만나고
꽃은 꽃끼리 피어나고
하늘에 구름은 구름끼리 흐르는데 

자꾸만 부푸는 피를 안고
혼자서 어떻게 사나, 이 찬란한 봄날
가슴이 터져서 어떻게 사나.

그대는 물 건너 
아득한 섬으로만 떠 있는데



개나리                   
                  -이은상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라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봄봄봄, 그리고 봄
                       -김용택


꽃바람 들었답니다
꽃잎처럼 가벼워져서 걸어요
뒤꿈치를 살짝 들고 꽃잎이 밟힐까
새싹이 밟힐까 사뿐사뿐 걸어요
봄이 나를 데리고 바람처럼 돌아다녀요
나는, 새가되어 날아요
꽃잎이 되어, 바람이 되어
나는 날아요, 당신께 날아가요
나는, 꽃바람 들었답니다
당신이 바람 넣었어요






봄을 이야기 하는 시들은 대부분, 사랑을 말하는 시들이 많은 편이다.
소재는 주로 꽃.
한 구절씩 지우고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봄을 떠올리고, 봄을 느끼며 써 내려 갔을 시들.  

국어 교과서에서나 나올법한 시들도 그때엔 그저 시험을 보기 위한 시로 읽었다면 
봄 느낌 완연한 때에 아무 날이나, 다시 천천히 읽어 보면 갑자기 확 와닿을 때가 있을 것이다.

시인이 시를 쓴 당시의 배경, 상황 을 아는 해석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읽는 사람 마다 다른 뜻으로 감상할 수 있기때문에, 자기만의 감상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시 한구절로 갑자기 생각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할 용기가 생길 수도 있다.

곧있으면 다가올 봄, 괜히 몸이 무거워 질때
아무 서점이나 들어가, 아무 시집이나 골라들어 아무 페이지를 펴서 나오는 시를 읽어보는 것도 좋고,
특별한 사연이 있는 시를 다시 읽어보는 것도, 어떤 방식이 되었든, 평소와는 다른 봄날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http://blog.naver.com/hyw128/220273488112)
[이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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