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학이란 무엇인가① [문학]

글 입력 2015.03.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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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론입문.JPG

문학이론입문
테리 이글턴 저



  문학을 정의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문학은 지어낸 것(fiction, 허구)이라는 의미에서 ‘상상적인(imaginative)’ 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통상 문학이라는 제목하에 어떤 것을 포함시키는가를 잠깐 생각해본다면 이 정의는 올바르지 못하다.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호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역사적’ 진실과 ‘예술적’ 진실 간의 대립은 아이슬란드(Iceland)의 옛 무훈담들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문학은 허구적이거나 상상적인 글이냐 아니냐에 따라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특별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근거로 정의될 수 있다. 

  러시아의 비평가 로만 야꼽슨(Roman Jakobson)은 ‘일상 언어에 가해진 조직적인 폭력(organized violence committed on ordinary speech)’을 나타내는 부류의 글이 문학이라고 말했다. 쉽게 풀어내면 문학은 ①일상 언어를 변형하고 강도 있게 하며 ②일상적인 말로부터 계획적으로 일탈한다는 것이다. 만일 누가 버스정류장에서 ‘그대 아직 순결한 고요의 신부여(Thou still unravished bride of quietness: John Keats의 시 Ode on a Grecian Urn의 첫 행)라고 중얼거리면 문학적인 것을 마주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단어들의 결, 리듬 그리고 울림이 추상될 수 있는 의미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는 언어학자들이 더욱 전문적으로 표현하는, 씨니피앙[signifiant, 記標(기표)]과 씨니피에[signifie, 記意(기의)] 사이에 비례가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그 언어는 일반적인 ’운전사들이 파업 중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와 같은 진술과는 달리 언어 자체에 주의를 끌며 자신의 물질적 존재를 과시한다.(이것이 일상 언어에 가해진 조직적인 폭력이다.)
  예시) ① I like ike(시적언어) ② I love ike(X)
         like와 ike의 발음이 주는 효능(말의 울림) 때문에 시적언어라고 하는 것


  이것은 사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내놓은 ‘문학적인 것’의 정의이다. 이 형식주의자들은 1917년의 볼셰비끼혁명(레닌은 ‘자본주의의 타도 없이 종전은 불가능하다’는 등 10개항에 걸친 4월 테제(April Theses)을 발표, 이것이 곧 볼셰비키의 방침이 되어 ‘임정타도’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임시정부에 대항-두산백과) 이전에 러시아에서 대두하였으며 1920년대에 쭉 번성하였다가 스탈린주의(Stalinism, I.V.스탈린의 집권기인 1920년대부터 30년간을 소련공산당과 국제공산주의운동을 지도해 온 스탈린의 정치노선-두산백과)로 잠잠해졌다. 호전적이고 논쟁적인 비평가집단인 이들은 반(半)신비적인 상징 주의적 이론들을 거부하였다.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정신으로 문학텍스트 자체의 물질적 실재에 관심을 돌렸다. 즉, 비평은 예술을 신비로부터 분리시키고 문학텍스트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을 언어의 특수한 조직으로 보았던 것이다. 

  문학작품은 하나의 물질적 사실이며 그 기능은 마치 기계를 검사할 수 있듯이 분석될 수 있었다. 그래서 문학작품은 대상들이나 감정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품을 작가의 정신의 표현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형식주의자들은 문학의 상징적인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언어학을 문학연구에 응용하였다. 문학의 ‘내용’ 분석(심리학, 사회학)은 제외하고 문학형식의 연구를 택한 것이다. 내용은 단지 형식을 ‘발동(motivation)’시키는 것이며 특정 종류의 형식적 활동이 일어나기 위한 계기나 편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예술이 사회현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으나 실상, 그들 중 몇몇은 볼셰비끼파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문학작품을 ‘장치(기법)들’의 자의적인 집합으로 보는데서 출발했으나 후에 이 장치들을 총 텍스트 체계 내에 있는, 서로 관련된 요소들 또는 ‘기능들’로 보았다. ‘장치’들에는 음·이미지·리듬·구문·음보(metre, 音步)·운(韻)·서술기법들 등 문학의 형식적 요소가 모두 속한다. 
  이 모든 요소들은 ‘생소하게 하는(estranging)’, ‘낯설게 하는(defamiliarizing)’ 효과를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문학 언어의 특수한 점, 문학 언어를 다른 담론형식들로부터 구분해주는 점은 문학 언어가 일상 언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시킨다(deform)’는 것이었다. 즉, 일상 언어를 해체시켜 다시 조합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문학 장치들의 압력 밑에서 일상 언어는 강렬하게 되고 응축되며 비틀리고 거꾸로 세워진다. 이것이 ‘낯설게 된’ 언어이다. 이로 인해 일상의 세계도 갑자기 낯설게 된다. 일상적인 말의 상투성에 빠진 우리의 현실인식과 현실에의 반응은 맥 빠지고 둔해진다. 형식주의자들이 말하는 ‘자동화(automatized)’가 되는 것이다.


  문학은 우리로 하여금 ①언어를 극적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이 ②습관적인 반응들을 새롭게 하고 ③사물들을 더욱 ‘인식 가능하도록’ 한다. 따라서 언어가 담고 있는 세계는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정리) Text 언어의 물질적 실재에의 관심은 언어의 배열·기능들에만 관심을 둔다.
         ⇒ 이것이 언어의 시적 기능
          
                                                 ⇩ (낯설게 하기-친숙하고 일상적인 것을)

       ※ 일상언어/일상세계는 → 낯설게 함으로써 → 일상질서(세계)에 대한 인식론적 반성(문학)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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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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