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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
서사를 경청하는 태도
최인수의 물질의 서사를 감상하며 자신의 서사에도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갤러리로 올라가는 계단은 세월을 오랫동안 품었는지 나뭇결을 지르밟는 소리가 퍼졌다. 청각을 활짝 열고 전시장 문을 밀었다. 작가 최인수의 <물질의 서사 Narrative of Matter>라는 전시 주제는 꽤나 신선했다. 물체 이전 단계인 물질에게서 서사를 찾는다는 건 깊고 복잡하게 파고들었거나, 혹은 불필요한 건 덜어내고 본질을 위해 절제했다는 것이다.
by
배수민 에디터
2023.06.17
오피니언
사람
[Opinion] 여름을 즐기기로 했다 [사람]
뜨거운 햇살, 더운 바람, 맨발로 신은 샌들 속으로 들어오는 모래알과 바다의 색감
나는 여름을 참 싫어하는 사람이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길거리를 몇 분 걷지 않아도 흘리는 땀은 그 무엇보다 싫었고, 바람이 분다고 해도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아닌 후덥지근한, 숨이 턱 막히는 바람은 나를 에어컨 바람 밑으로만 가도록 했다. 사람들이 “겨울에는 추우면 옷을 껴입을 수 있지만, 여름은 덥다고 해서 옷을 안 입고 다닐 수는 없다”
by
송유빈 에디터
2023.06.16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나의 자랑스러운 영수증
이 일기는 런던에서부터 시작되어..
2022.12.12. 오후 5시 26분 오늘은 눈이 잘 쌓이지 않는 런던에서,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다. 오래된 보일러는 하필 오늘! 수명을 다했고, 며칠 동안 물을 끓여서 씻어야 했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그래, 물이라도 나와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모든 냄비를 가져다가 물을 끓이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가끔
by
심은혜 에디터
2023.06.14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세부의 얼굴들 - 3 [여행]
차갑게 식어가는 돌에게, 그런 돌을 닮아가는 단단한 손에게
숙소에서 가까운 어느 거리에 들어서자 한국 간판들이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돼지갈비 맛집. 정말 세계 속의 한국이구나. 나는 괜히 반갑고 뿌듯한 마음으로 거리를 훑었다. 낡은 가게 앞에는 꼬치를 굽는 연기가 무람없이 날렸고, 무더운 날씨에 좌판 위에서 축 늘어진 생선들을 파리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망고와 바나나, 오렌지와 두리안을
by
차승환 에디터
2023.06.14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노래 시작했다 노래 끝났다 [문화 전반]
잘 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학생 때, 같은 반에 노래를 잘 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가끔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노래 한 곡 해 달라고 부추기면 마지못해 노래를 부르곤 했다. 가수가 아닌 열네 살짜리 중학생의 노랫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다는 건, 그리고 서른 명 남짓의 사람들 앞에서 온 교실이 울리도록 자신 있게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건 꽤나 충격적이었다. 프랑스에서 어학원에 다니
by
김지연 에디터
2023.06.13
리뷰
공연
[Review] 스스로를 부정하지 말기를 - 연극 우주먼지 [공연]
세상의 우주먼지만큼 작은 존재일지라도, 우리 모두에게 제각각 다양한 상황과 감정들이 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를 부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누구나처럼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던 소녀는 문득 자신이 둥둥떠다니는 우주먼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한 노숙자를 만나게 되는데... 과연 소녀는 삶에 대한 정답을 찾고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 게 정답일까? 어느 날 문득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내가 느끼는 상황과 감정
by
박현빈 에디터
2023.06.11
리뷰
공연
[Review] 보존하기가 아닌 의미 부여하기 - 보존과학자
의미 없음은 곧 뭐든 자유롭게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기, 사진, 그림, 영상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것, 기억의 창고를 착실히 채워가는 것에는 유한함에 대한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언제든지 평생 누릴 수 있는 시간이라면 순간을 영원처럼 기록하는 일이 불필요할 것이다. 때로는 내가 사라지더라도 누군가 나의 잔해를 발견해 지나간 삶의 조각을 서툴게 맞춰보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위대
by
오송림 에디터
2023.06.11
오피니언
사람
[Opinion] 해야 돼요? [사람]
하고 싶은 건데, 해야 돼요?
어제, 나를 늘 믿고 지지해 주시는 선생님과 만남을 가지게 되어 평택에 있는 본가로부터 조금은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길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가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만남을 고대했다. 사실, 그분의 따뜻하고 굳건한 응원과 배려는 항상 큰 힘이 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처음 뵙는 어른이셨어서 긴장도 되고, 예의를 갖춰야 한
by
유서인 에디터
2023.06.09
리뷰
전시
[Review] 회화부터 패션까지, 트민남 라울 뒤피
화풍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예술을 했던 자유로운 대중예술가
라울 뒤피를 만나러 '더 현대 서울'로 향했다. 더 현대 서울은 가장 핫한 팝업이 입점하고 패션, 전시, 엔터테인먼트 등 트렌드를 이끄는 콘텐츠로 가득한 곳이다. 그렇다면 MZ들의 성지라 불리는 이 공간에 라울 뒤피의 작품이 왜 전시된 것일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라울 뒤피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은 퐁피두센터(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다. 그리고 이 퐁
by
이소희 에디터
2023.06.08
오피니언
공연
[Opinion] 굴뚝에 속고 또 속으며. ‘굴뚝을 기다리며’ [공연]
관람 중보다 관람 후가 더 재밌는 연극.
‘굴뚝을 기다리며’는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부조리극이다. 각색과 연출을 맡았던 이해성은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진심이 극에 녹아들어 있다. 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씬과 대사가 반복되면서도 미세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거다. 이러한 점은 고만고만한 하루가 계속되지만, 그 안에서도 조금씩
by
강득라 에디터
2023.06.08
오피니언
음악
[Opinion] 부유하는 마음을 붙잡는 가사들 [음악]
내 마음의 먼지떨이가 되어준 가사를 소개합니다
작년에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방영되면서 한동안 자우림의 노래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곳곳에서 많이 울려 펴졌던 것을 기억한다. 드라마도 보지 않고, 노래도 잘 몰랐던 나는 여기저기서 자주 들은 덕에 멜로디 정도만 익숙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쯤 축제에 함께 갔던 일행 중 한 명이 이 노래를 들으며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았다. 얘기
by
윤채원 에디터
2023.06.06
오피니언
만화
[Opinion] '진격의 거인' 속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만화]
그럼에도 불편한 부분들
일본의 만화 '진격의 거인'은 매우 잘 만든 흥미로운 작품이다. 탄탄한 세계관과 캐릭터들, 전에 본적 없는 창의적이고 방대한 설정들, 그리고 그 안의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뛰어난 스토리텔링까지. 독자가 몰입하며 열광할 수 있는 비장하고 매력적인 서사들, 포인트들도 다 캐치하고 있다. 재밌는 원작의 매력을 뛰어나고 생동감 있는 작화로 살린 애니메이
by
박주연 에디터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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