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스로를 부정하지 말기를 - 연극 우주먼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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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처럼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던 소녀는 문득 자신이 둥둥떠다니는 우주먼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한 노숙자를 만나게 되는데... 과연 소녀는 삶에 대한 정답을 찾고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 게 정답일까?
어느 날 문득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내가 느끼는 상황과 감정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넓은 우주의 그저 작고 소박한 존재일 뿐인 것을 '왜 우리는 이리 고통 받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렇다면 고통도 행복도 의미가 없는 것인가?
내 몸을 지지하고 있는 자그마한 발이 땅에서 떨어져 둥둥떠버릴 것만 같은 광할한 이 우주의 그저 한 톨의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인 것을. 하지만 별이 행성을 만들수 있는 것은 별에서 나오는 먼지 때문인 것을. 이곳을 이루는 구성원인 내가 있기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소녀는 배우라는 꿈을 꾸며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원하므로 소녀는 취업 준비도 병행한다. 밤에는 자격증 공부, 낮에는 아르바이트와 배우 오디션, 뭐 하나 마음대로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들이 그녀에게는 버겁게 느껴진다.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친 노숙자에게 신세 한탄을 하게 된다.
노숙자는 이미 자신의 삶에 대한 열망을 놓은 듯 보인다. 그는 젊었을 적에 큰 성공을 이루기도 했으나, 현재는 와이프와 아들을 잃은 채 과거의 기억을 붙잡고 하루하루 그저 흘려보낸다.
그런 그는 푸념하는 소녀에게, 본인은 아니지만 소녀는 아직 인생을 살아갈 이유가 많으니 잘 살아가라고 한다. 그의 말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의 인생도 끝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도, 버스정류장에서 신문을 깔고 자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삶의 이유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도 작은 소년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추억이 있다.
무엇을 보는가?
날 바라볼 때 당신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
멍한 눈에 그다지 현명하지도 않고
성격도 알수 없는 까다로운 늙은이라고 생각하려나..
양말이나 신발을 잃어 버리고
목욕을 하거나 밥을 먹을 때면 늘 고집을 부리고
버티기만 하는 당신의 힘든 하루 일과중 하나일 뿐이려나?
당신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가?
그렇다면 그대들은 나를 보고 있는게 아니었어.
지금부터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겠네.
열살에 나는 어린아이였지.
날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 누나가 있었지.
스무살의 신랑이었을때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가슴이 두근 거렸지.
스물 다섯살엔 언제나 날 필요로 하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마흔이 되었을 땐 그 아이가 자라 내 품을 떠났으며
쉰이 됐을땐 다시 내 무릎 위에선 아기가 놀기 시작했어.
그리고 슬픈 날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네.
내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심장이 뛰던 자리에는 딱딱한 돌만이 들어서있어.
하지만 이 늙은 시체 안에는 여전히 젊은이가 살고 있다네.
너무도 짧았던...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린 시간들을 생각 할때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냉혹한 사실을 받아들일 뿐이지.
그러니 이제 눈을 뜨고 바라봐 주시게.
까다로운 늙은이가 아닌...나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봐주게.
- 시 Cranky old man 중에서
세상의 우주먼지만큼 작은 존재일지라도, 우리 모두에게 제각각 다양한 상황과 감정들이 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를 부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때론 실수도 하고, 때론 성공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모든 것들이 의미 있다는 것을
[박현빈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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