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을 즐기기로 했다 [사람]

글 입력 2023.06.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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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름을 참 싫어하는 사람이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길거리를 몇 분 걷지 않아도 흘리는 땀은 그 무엇보다 싫었고, 바람이 분다고 해도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아닌 후덥지근한, 숨이 턱 막히는 바람은 나를 에어컨 바람 밑으로만 가도록 했다. 사람들이 “겨울에는 추우면 옷을 껴입을 수 있지만, 여름은 덥다고 해서 옷을 안 입고 다닐 수는 없다”는 말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여름’은 사계절 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일 뿐이었다.


이번 연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더운 날씨가 시작되었고, 5월부터 점점 후덥지근해지는 날씨에 ‘지금도 이렇게 더운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얼마나 괴로울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다음으로 여름에 대해 든 생각은 ‘이번에는 장마도 길다던데, 곱슬머리인 내 머리는 항상 엉망이겠구나’였다. 나는 여름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고, 여름이 되면 괜히 무기력해지며, 예민해졌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여름의 무기력함을 피하고 싶었다. 더 이상 여름에 무기력하게 있고 싶지 않았고, 여름만의 장점을 찾고 싶었다. 이렇게 나는 ‘여름 좋아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여름의 대표곡들을 모은 플레이리스트를 듣게 되었다. 플레이리스트에 수록된 노래들은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었고, 나를 너무 신나게 했다.


추천하고 싶은 여름 노래는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해 (2002)'와 듀스의 '여름 안에서 (1994)'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노래이지만 여름의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인디고 여름아 부탁해.jpg

 

여름아! 부탁해 (2002)는 멜로디가 여름만의 즐거운, 청량한 느낌을 주고, 가사도 여름의 청춘을 보여준다.

 

 

듀스 여름 안에서2.jpg

 

 

여름 안에서 (1994)는 도입부의 피리부터 여름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는 신나지만, 왠지 모르게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만든다.


여름 노래를 기점으로 여름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름이 다른 계절보다 축제가 많은 것처럼 여름의 노래는 다른 계절보다 축제 분위기가 강하다.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축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신났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태양’, ‘햇살’, ‘해변’이 들어가는 여름의 노래는 빨리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여름의 노래가 좋아지니 여름이라는 계절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름’하면 빙수도 빠질 수 없다. 학교 앞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빙수 가게가 있는데, 여름 전부터 방문하였지만, 여름이 된 후 먹는 빙수는 빙수 가게까지 가기 위해 걸으며 느낀 더위를 가시게 해주니 먹을 때의 기쁨이 배가 된다.


나의 최애 빙수인 딸기 빙수를 판매하는 시즌이 끝나고 이제는 수박 빙수의 계절이 왔다. 사실 나는 수박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먹어보자고 해도 나는 다른 빙수를 먹자고 졸랐을 정도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너무 맛있게 먹길래 한번 먹어 본 수박 빙수는 내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고 이제는 수박 빙수만 먹는다.


그리고 나는 무채색보다는 알록달록한 색감을 좋아한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은 길거리의 색깔을 더 잘 보이게 만들고, 여름은 ‘알록달록’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요즘 나는 알록달록한 옷을 사려고 찾아보고, 길거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쨍한 느낌의 물건을 보면 괜히 사고 싶어진다. SNS에 올라오는 알록달록한 네일아트는 빨리 네일아트를 받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렇듯 나는 여름만의 매력을 찾고 있다. 여름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나의 긴 머리도 단발머리로 자를까 고민하고 있다. 여름의 운동이라고도 불리는 수영을 배우고자 계획을 하고 있기도 하다. 여름의 장마도 즐길 예정이기에 지금부터 레인 부츠를 사려고 쇼핑 애플리케이션으로 레인 부츠를 찾아보고 있다. 또, 여름의 해변을 즐기기 위해 바다와 가까운 지역으로도 여행을 갈 것이다.


뜨거운 햇살, 더운 바람, 맨발로 신은 샌들 속으로 들어오는 모래알과 바다의 색감, 여름 바다의 파도 소리, 알록달록한 거리와 사람들의 부채질,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빨리 먹으려는 아이들의 모습은 여름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여름의 풍경을 나열해 보면서도 여름이라는 계절이 조금 더 좋아진 것 같다.


나를 괴롭게 하던 여름을 내가 좋아하도록 만들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밖에 없다. 매년 여름이 오면 괴로운 감정이 아니라 설레는 감정을 갖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여름을 즐기기로 했다.

 

 

 

아트인사이트 태그 송유빈.jpg

 

 

[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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