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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여름은 차가워
함께라면
피부를 스치는 바람이 따가워 외출하는 것을 꺼리던 것도 수 개월, 가슴을 들뜨게 하는 따스함이 찾아와 풀 향기 나는 바깥으로 나를 이끌었다. 선선한 듯, 부드러운 공기를 가득 머금었다가, 크게 한숨을 쉬어본다. 바다 너머로 채 못 건너 간 차가움과 곧 다가 올 뜨거움 사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그 계절이 좋다. 올해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온 줄도 모르
by
유서인 에디터
2023.07.14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여름을 맞아, 너에게
나에게 쓰는 편지
너에게 안녕, 6월이 되어 또 다시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사람들이 기뻐하는 얼굴이 보고 싶었거든. 그리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올해만 벌써 마흔 통에 달하는 편지를 썼지만, 네게는 글 한 바닥도 할애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어. 바빴지.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것을 끊임없이 보고 생각하느라. 나를 더 넓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글쎄 오
by
박하은 에디터
2023.07.10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비밀을 벗겨내는 응시
언젠가 비밀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언젠가 비밀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숨길 것이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수와 무게를 지녔을 시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던 문장이다. 다시 한번 떠올랐을 땐 무엇이 드러날 수 있고 감춰져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가 되어 있던 참이었다. 본인도 알 수 없는 겹겹에 가려져 어떤 것이 비밀이어야 하고 비밀이어선 안 되는지 알지
by
정해영 에디터
2023.07.08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집꾸의 이상과 현실
방을 꾸미는 건 내가 원하는 나를 맞춰나가는 것과 같았다.
방을 꾸민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에 이사하며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가구들을 보내줬다. 그리고 처음으로 누군가의 입김이 첨가되지 않은, 순도 100%의 내 방 꾸미기 기회가 찾아왔다. 집 꾸미기가 대유행이던 시절, 물밀듯이 쏟아지던 인테리어 사진을 구경할 때는 몰랐다. 방을 꾸민다는 건, 거의 한 세계를 구축하는 것과 맞먹는 일이라는
by
이채원 에디터
2023.07.08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G에게
든든한 사랑을 담아, H로부터
G에게 스물둘이었다. 온몸이 부서져라, 여행을 다녀도 지칠 줄 몰랐던 시기는 아마 그때가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이 여행의 시작과 끝엔 언제나 단짝 G양이 있었다. G양은 나보다 삼 년 먼저 태어났으나, 같은 달엔 내가 하루 먼저 빨리 나왔다. 생일이 고작 하루 차이라는 걸 아는 순간, 필연적으로 우리 둘은 서로의 생일을 잊어버릴 일은 없으리라, 바로 붙
by
심은혜 에디터
2023.07.05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걸어서 보는 세상
그렇게 산책의 미학을 즐겨보자
내 반복되는 평일 일상에 아주 사소한 변주를 주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착하기 다섯 정거장 전에 굳이 버스에서 내린다. 그리고 도보 15분, 아니 어쩔 땐 20분, 30분이 걸리기도 하는 거리를 걷는다. 처음에는 운동량이 많이 부족한 나를 위해 스스로 내리는 특단의 조치 같은 거였다. 하지만 그 작은 활동이 해야 하는 운동이 아닌, 하고 싶은
by
임정화 에디터
2023.07.04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지브리에 진심인 편입니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기다리는 나는 설레온다.
영화를 좋아하는 기준이 있다면, 주로 '배우', '감독', '장르' 등으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 연출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영화를 고르고 본다. 따라서 그 기준에 부합하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개봉이 한참 남았음에도 기대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것이
by
윤지원 에디터
2023.07.0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두드러기와의 2차전
지긋지긋한 두드러기와의 싸움, 또?
문제는 3월 말부터 발생하였다. 평소처럼 밥을 먹고 평소처럼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고 긁느라 잠을 못 잘 정도가 되었다. 아니, 사실 긁는 건 버틸 수 있었다. 최대한의 온 신경을 다른 곳에 집중하면 됐었으니까. 그러나 내 피부에 이상한 발진이 발생하고 그게 점점 퍼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내
by
윤지원 에디터
2023.07.0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셀프 금융치료
말라가는 식빵에 잼을 발랐습니다
월급을 받았다. 5월초부터 6월초까지 공휴일이 있어서 회사 다니는 게 힘들지 않았는데 8월 중순까지 공휴일이 없다는 걸 깨닫자 일주일이 길어지고 급격히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현재 컨디션은 분명 금요일 오후인데 아직 목요일도 끝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몰려오는 지루함. 그나마 이번 주는 월급이 있어서 버틸만 했다. 요즘 부쩍 주변 사람들과 금융치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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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에디터
2023.07.0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수영을 시작했다
어떤 하루를 견디는 범
발을 물에 담그는 순간 한기가 올라왔다. 어린 시절부터 냉탕이라면 질색했던 나에겐 몇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순간이다. 입술을 꼭 깨문 채로 목까지 몸을 물에 담갔다. 왠지 모르게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것 같다. 반대편에선 한 사람이 부드러운 몸짓으로, 그러나 맹렬한 파장을 일으키며 이쪽으로 헤엄쳐 왔다.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스프링처럼 몸을 굽
by
이중민 에디터
2023.06.30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삶이라는 농담
농담에 우는 사람이 있어서
장류진 작가의 신작 <연수>에 적힌 작가의 사인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을 들여다 봤다. J와 어깨를 맞대고 울던 날 집에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지난 알람들을 확인했다. 눈에 띄는 알림은 별로 없었다. 뭔가 하나 시선을 끌기에 술에 흐려진 눈을 억지로 잡아 떴더니, 장류진 작가의 신작 소식이었다. 망설임도 없이 예약 구매 버튼을 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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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에디터
2023.06.26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무애 無碍 13
상냥한 사람아, 내가 밀친 것은 동정과 구휼이요 오해였으나.
그러나 내가 진실히 바라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봄에 있어 타자이자 관조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대가 불길 속에 거하며, 더 이상 바꾸어 태울 무엇도 남지 않을 때까지, 고할 어떤 분노도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오래 타오르기를 바란다. 그래, 전부 다 진부하고 지루해질 때까지, 연옥의 불길이 더 이상 그대에게 뜨거움이 아니게 되는 때까지. 미치지 않도록
by
서상덕 에디터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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