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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반
[Opinion] 검은 얼룩 너머 [문화 전반]
상처가 남은 땅에도 계절은 다시 오는가
지난해 나는 지역소멸에 관한 사진 프로젝트를 위해 두 달간 경북의 여러 지역을 찾아다녔다. 낯선 길을 달리고 마을을 걸으며 그곳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던 중 경북에 큰 산불이 일어났다. 산불이 진압된 이후에 영덕의 한 어촌 마을을 재방문했을 때, 내가 알고 있던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산은 검게 타 있었고, 나무들은 불에 그을
by
김한비 에디터
2026.09.04
오피니언
사람
[오피니언] 사랑, 사랑! 사랑 [사람]
나의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했던, 삶의 길목에서 받았던 작은 말과 따듯한 마음들은 돌이켜 보니 모두 사랑이었다.
‘각박한 이 시대에도 사랑은 있을까’ 생각은 한다만 막상 나부터 회색도시에 사는 것처럼 요즘은 마음이 왠지 팍팍하다.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을 너무 크게 생각하기 때문인 걸까. 그렇다면 작은 것에서 사랑을 찾아보면 어떨까? 인스타 팔로잉을 보면 사랑이 생각난다. 나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잉 목록만 보면 사랑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때가 있다. 특히 팔로워
by
채혜인 에디터
2026.09.0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어떤 여자들의 이야기 [도서/문학]
지구상에 어딘가에 살고있는 어떤 여자들의 이야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책으로 경험할 수 있는 최선의 몰입을 담고 있기에 한 번쯤은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춘기, 임신, 신앙 문제, 유산이지만 책에서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제법 다르다는 걸, 우린 정말 그것의 단어 정도만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 책.
* 이 글은 소설 <우유, 피, 열>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친구의 권유로 오랜만에 단편소설집을 읽었다. 겹겹이 쌓아 올린 서사가 아닌 짧은 분량을 읽고 남는 충격이 불쾌함처럼 다가올 때가 많다고 느껴, 단편을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는 정말 오랜만의 단편소설집이었다. 그렇게 읽은 단시엘 W. 모니즈의 소설집 <우유, 피, 열>은 내가 읽은 소
by
김유정 에디터
2026.09.03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것 [문화 전반]
말보다도 먼저 전달되는 마음
달이 예쁘네요. 내가 처음 느낀 언어의 온도이다. 몇 년 전, 우연한 해외 봉사활동으로 친해진 일본인 친구가 있다. 한국어를 정말 잘하는 일본인 친구였기 때문에 대화가 잘 통했고, 급속도로 친해졌다. 같이 밤을 지내며 어김없이 밤 산책을 하던 어느 날, 달빛 아래에 서서 친구가 일본에서 하는 고백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月(つき)が綺麗(き
by
김주하 에디터
2026.09.03
오피니언
공연
[Opinion] 연극 '섬 이야기'가 비극을 기록하는 방식 [공연]
제주 4.3 사건을 정직하게 관찰하는 연극 <섬 이야기> 리뷰
크리에이티브 VaQi(바키)의 연극 <섬 이야기>(연출 이경성)는 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재현하는 대신, 사건을 다룬 사료와 리서치 기록, 그리고 객관적인 정황들을 무대 위에 정돈해 놓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역사적 참사를 다루는 기존의 많은 작품들이 감정의 극대화나 비극성의 직관적 전달에 집중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 공연은 의도적이라고 느낄
by
김예화 에디터
2026.09.03
오피니언
영화
[Opinion] 행복을 처방하던 의사는 왜 배낭을 멨을까 - 꾸뻬씨의 행복여행 [영화]
진료실이 아닌 길 위에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 이 글은 영화 결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매일 타인의 불안과 걱정을 들여다보며 ‘행복해지는 법’을 조언하는 정신과 의사.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의 주인공 헥터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아무런 행복도 느끼지 못한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고, 누군가는 혐오감에 시달린
by
최수경 에디터
2026.09.02
리뷰
PRESS
[PRESS] 너의 내면을 시추하는 힘,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와 같은 허구의 이야기들은 그 ‘파묘’의 힘을 개인의 내면으로 돌린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키키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공연제작소 작작)는 뮤지컬 <실비아, 살다>의 창작진인 조윤지 작가 겸 연출, 김승민 작곡가의 작품이다.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생애를 따라가며 내면의 고통을 그려냈던 정공법으로 이번에는 키라 밴 겔더의 저서 <키라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를 무대화했다. 뮤지컬은 '키키'라는 주인공
by
김나윤 에디터
2026.09.02
리뷰
공연
[Review] 팬데믹을 지나 다시 도착한 재난극 - 인간동물들 [공연]
팬데믹을 지나 다시 도착한 재난극 - 연극 '인간동물들'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정부의 발표일까, 전문가의 판단일까, 아니면 내가 직접 보고 느낀 본능적인 감각일까. 그리고 누군가 나의 안전을 위해 행동을 제한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어디까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회적 합의는 어디까지 유효할까? 연극 〈인간동물들(Human Animals)〉을 마주하는 순간, 오늘날의 관객은 자연스레
by
채수빈 에디터
2026.09.02
작품기고
The Artist
[까막별] 별을 깨울 시간
하늘을 디디고 거꾸로 서다
‘가끔 태양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그래도 누군가에게 나는 태양 같은 존재일까?’ 어떤 꿈을 꾸었다. 악몽이 될 뻔했던 밤을 내 손으로 바꾼 것 같았다. 조금은 개운했다. [illust by EUNU] 또다시 깊은 밤을 앞둔 나를 밀어내지 않았어. 더는 지지 않을 걸 알아서. 하늘을 디디고 거꾸로 선다. 허무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너의 시선, 이제는 조
by
박가은 에디터
2026.09.0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별의 잔해로 태어난 우리가 [도서]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밤하늘의 별을 기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해왔다. 신화와 종교에서 시작된 질문은 천문학과 망원경, 수식과 관측 기술을 거치며 과학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별을 바라보며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를 묻는 인간의 질문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 오래된 질문의 시간을 따라간다.
밤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언제였던가. 도시의 불빛에 익숙해진 우리는 별을 본다는 행위 자체를 잊고 산다. 그런데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를 그림으로 남긴 것은 놀랍게도 기원전 2300년, 지금으로부터 4천 년도 더 된 일이다.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조앤 베이커의 책 『모든 것은 별에서 시작되었다』(북플레저, 2026)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스페
by
김민주 에디터
2026.09.02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지금 너희와 함께 춤추고 싶어 - 훌라걸즈 [영화]
영화 속 인물들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춤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바꿔나가는 주체로 서게 된다.
지난 여름, 영화관에서 유난히 새빨간 <훌라걸스>의 재개봉 포스터가 눈에 띈다. 아오이 유우의 상큼한 미소와 목에 두른 하와이안 꽃은 마치 한여름의 휴양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화사한 포스터와 달리 스크린에 펼쳐지는 첫 풍경은 쇠락한 탄광촌이다. 시놉시스를 모른 채 영화를 본 나는 순간 다른 영화를 틀었나 싶어 화면을 의심했다. 이 영화가 결코 가벼운
by
손혜림 에디터
2026.09.02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삶은 온유하게, 변하는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난 이미 계속해서 너의 의견을 충분히 묻고 얘기를 들었으며, 앞으로도 어떤 일들을 결정할 때마다 항상 깊은 고민을 한 것에 대해서 기쁘게 생각한단다. 나도 결심을 이제 다 했으니, 반짝반짝 빛나는 이 상황을 응원해 주고 싶단다. 한번 해봐. 도와줄게."
여러 시간을 보내고 높은 언덕을 오르며 집을 가다, 몸의 뒷면이 너무 따뜻해서 잠깐 등을 돌렸다. 그리고 등지고 있던 노을에게 고개를 반쯤 돌렸을 때쯤, 얼굴에는 따스한 호박색의 빛이 묻어나있었고 그 빛과 마주했을 때 나는 오늘 하루를 위로받았다. 나는 자기 객관화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매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잘 보낸 것 같은지 생각하며,
by
황수빈 에디터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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