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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공연
[Review] 지우개는 지우라고 달린 게 아니더라고요 - 연극 플리백 [공연]
남은 문장은 결국 하나였다. 인간은 외로움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무대는 비어 있었다. 화려한 세트도, 장면을 갈라주는 암전의 친절함도 거의 없었다. 의자 몇 개와 조명, 그리고 배우 한 사람. 연극 〈플리백〉은 그 최소한의 조건만으로 런던의 골목과 카페, 집과 면접장을 차례로 불러냈고, 8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관객을 붙들어 두었다. 〈플리백〉은 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피비 월러 브리지의 1인극
by
권수현 에디터
2026.08.13
오피니언
영화
[Opinion] 크리스마스의 온기와 그 바깥의 사람들 - Small Things Like These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영화]
모두가 따뜻해야 할 계절에 누군가는 추위 속에 있고, 모두가 가족을 이야기하는 날에 누군가는 가족으로부터 버려져 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모른 척하며 평범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쉬는 날 점심을 먹고 식곤증이 몰려올 즈음 영화를 틀었다. 겨울이라 그런 것인지 아일랜드의 풍경은 내내 흐리고 어두웠다. 여기에 빌 펄롱 역의 킬리언 머피는 정말 말이 없다. 대사가 적은 인물이 아니라, 거의 침묵으로 영화를 끌고 간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점심까지 먹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 나에게는 꽤 치명적인 조합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졸면 안될 것 같
by
신수빈 에디터
2026.08.13
리뷰
도서
[Review] 상자에서 꺼내진 양은 정말 양이 맞았을까 - 도서 '상자 속의 양'
상자를 열어 아는 게 힘일까, 열지 않고 모르는 게 약일까
AI의 발전이 빛의 속도만큼 빨라지고 있다. 작년만 해도 챗GPT로 내가 기획한 걸 한 번 검토받는 정도였는데, 어느샌가 기획 자체를 AI와 하고 있고, 이제는 코딩도 AI가 대신 해주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인공지능’하면 빠질 수 없는, 인간을 본 떠 만든 안드로이드나 인간성을 탑재한 휴머노이드처럼 상상 속에서나 마주할 만한 일들이 이젠 더 이상
by
배지은 에디터
2026.08.11
리뷰
전시
[Review] 현재진행형 뱅크시의 여정을 따라 – 뱅크시 특별전 Still Here [전시]
더 폭력적이지 않은 세계, 더 차별받지 않는 세계, 그리고 서로의 삶을 외면하지 않는 세계.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벽 위에 남긴 질문만큼은 누구보다 분명하다." 사람들은 뱅크시의 정체를 오랫동안 궁금해해 왔다. 그가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둘러싸고 수많은 기사와 추측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그의 실명을 밝히는 보도까지 등장하며 사람들은 또다시 ‘진짜 뱅크시’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를 향한
by
손혜림 에디터
2026.08.08
리뷰
공연
[Review] 불안정한 한 여성의 가장 내밀한 고백 – 연극 ‘플리백’
관계의 상실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었던 불안정한 한 인간의 가장 내밀한 고백
연극 <플리백(Fleabag)>. 이 작품은 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시작한 여성 1인극으로, 현대인의 고독과 자기파괴적 욕망을 성적 농담과 냉소, 파격적인 유머가 가득한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초연 당시 ‘에든버러 프린지 신작상’과 ‘더 스테이지 베스트 1인 공연상’을 비롯해 이듬해 ‘최우수 유망 극작가상’, ‘최우수 여자 연기상’, ‘최
by
곽미란 에디터
2026.08.08
리뷰
도서
[Review]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상자 속의 양' [도서]
그 안에는 떠나간 존재를 기억하고, 보이지 않는 사랑을 끝내 믿고 싶어 하는 희망들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상자 안에 들어 있어.” <어린 왕자>에서 비행사는 어린 왕자가 원하는 양을 끝내 그리지 못한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그는 세 개의 구멍이 뚫린 상자 하나를 그려주며 말한다. 어린 왕자의 얼굴은 밝아진다. * 어린 왕자가 만족했던 것은 상자 안에 실제 양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상하고 믿을 수 있
by
손혜림 에디터
2026.08.07
리뷰
공연
[Review] 도망치는 인간 - 플리백
참 서글픈 사랑 이야기이다, 인간의 삶이란 것은
어떠한 일에 있어 두말할 필요 없을 만큼 당연한 것들이 존재한다면, 예컨대 여름의 푹푹 찌는 더위가 몰고 오는 짜증스러움이나 수고스러움이라든지, 한편 그런 것이 있음으로 해서 서로 낯선 사람들은 더불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말없이 당연한 것들이라면 힘주어 설명할 필요도, 설득할 필요는 더더욱 없을뿐더러 어쩜 서로 다른 우리는 바로
by
서상덕 에디터
2026.08.05
리뷰
도서
[Review] 시나리오를 읽는 이유 - 상자 속의 양 [도서]
눈으로 확인하는 여백
각본을 읽는 건 영화를 봤음을 전제로 한다. 영상 매체로 이미 본 작품을 글로 다시 읽는 건 웬만한 애정이 아니고서야 있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영화는 글에서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각본을 읽는 건 영화의 제작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SF 신작 영화 <상자 속의 양> 시나리오북은 시나리오 전문뿐만 아니
by
이다혜 에디터
2026.08.04
리뷰
공연
[Review] 자신을 지키지 못한 여자 - 연극 '플리백'이 건네는 가장 솔직한 고백 [공연]
웃음과 슬픔, 공감과 불편함 사이에서 관객은 어느 순간 플리백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플리백(fleabag)’. 직역하면 ‘벼룩이 들끓는 가방’이다. 영어권에서는 '지저분한 사람', '문제투성이', 혹은 '누추한 곳'을 뜻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애초부터 정돈된 삶과는 거리가 먼 단어다. 작품은 이 이름처럼 상처와 혼란을 품은 한 여자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어쩌면 ‘플리백’이라는 이름은 세상이 그녀를 규정하는 말이 아니라, 주인공이
by
손혜림 에디터
2026.08.04
리뷰
공연
[Review] 단순한 병리로 환원될 수 없는 여성의 초상, 연극 ‘플리백’ [공연]
중독, 취약성, 강박증, 트라우마⋯ 이 여자의 삶을 설명하는 방법
2026년 6월 19일부터 9월 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라이선스 초연되는 연극 <플리백(Fleabag)>은 영국의 배우 겸 작가 피비 월러-브리지(Phoebe Waller-Bridge)가 집필하고 초연한 1인극으로, 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어 에든버러 프린지 신작상(Fringe First Award)’을 수상하는 등 비평과
by
이다연 에디터
2026.08.03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누구의 편도 아닌 신 - 모노노케 히메 [영화]
선과 악 그리고 사슴신 '시시가미'
인간은 끊임없이 세상을 해석하는 동물이다. 처음 보는 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낯선 현상에는 이유를 만든다. 첫만남의 행동을 통해 성격을 짐작하고, 사건의 전말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오래 견디지 못하기에 우리는 쉬지 않고 기준을 세운다. 문제는 그 기준이 대부분 인간 자신에게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신을 상상할 때조차 인간
by
김유라 에디터
2026.08.03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도피가 아닌 선택으로 이룬 삶의 얼굴을 기약하며. - 싱 스트리트(2016), 원스(2007) [문화 전반]
예술은 현실로부터 도피한 결과물이 아니라, 삶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 새롭게 엮어내는 방식이다
<싱스트리트 Sing Street>(2026, 재개봉) 감독: 존 카니, 출연: 퍼디아 윌시-필로, 루시 보인턴 외 지난 7월 26일, 서울 종로구의 복합문화공간 에무시네마에서 영화 <싱 스트리트>(2016)를 관람했다. 이 음악 영화는 무려 10년간 나의 ‘인생 영화’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었다. 즉, 최초 개봉한 해인 2016년에 영화를 본 뒤 오늘날의
by
신지원 에디터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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