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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
[Opinion] 찰나의 황홀한 여름을 위하여 [도서/문학]
첫 여름, 완주 - 김금희
여름을 왜 식히넌 겨, 여름이 여름다워야 곡식도 익고 가을, 겨울이 넉넉해지지. 순리를 거스르믄 좋을거 읎어. 추위로 뒤덮여 있던 겨울과 초봄에는 그렇게나 멀게만 느껴졌던 더위가 점차 몸과 마음속으로 파고들고, 바깥에는 그토록 경멸하던 존재인 벌레들이 살맛이 났다는 듯 윙윙 합주를 하며 선명한 푸른빛 하늘 아래를 붐빈다.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기다려지는,
by
정예진 에디터
2026.06.05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지금 생각나는 단어 세 개만 말해 봐 [도서/문학]
세 개의 단어, 그리고 십 분이라는 시간으로 써 내려간 소설들
올해 초, 아직 칼바람이 한창이던 때 친구들과 만나면 냅다 노트 한 권을 내밀었다. 그 노트를 내밀며 부탁했던 것은 친구의 이름, 그리고 지금 떠오르는 단어 세 가지였다. 이렇게 뜬금없는 단어 수집을 시작한 이유는 박지현 작가의 <도파민 - 세 개의 단어, 그리고 십 분 2>라는 책 때문이었다. 작년쯤 연남의 한 독립 서점에서 구매한 이 책은, 작가가 세
by
조은서 에디터
2026.06.04
리뷰
PRESS
[PRESS] 나무 살인 사건 보고서 – 오염된 잔 [도서]
나무에서 피어난 완벽한 추리 판타지
자연은 압도적이다. 자연은 자애롭다. 자연은 어머니이고, 자연은 모든 존재를 품는다.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저절로 생겨난 산, 바다, 식물 따위를 이르는 말 ‘자연(自然)’. 그들은 때로는 가히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며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아름답고 무궁무진한, 가치중립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또 받아들
by
김혜원 에디터
2026.06.03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낭만주의적 불능 -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도서/문학]
불가능하기에 시를 쓴다
박지웅 시인의 시집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를 관류하는 하나의 이미지는 상실, 부재, 결핍이다. 그는 버려지거나 사라진 것, 나아가 이미 죽은 것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담담한 어조로 고백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는 슬픔과 절망의 풍경으로 박제되지 않고 그 너머에 가닿는다. 상실과 부재가 현실의 언어와 감각을 재구성하고 그 의미를 변주 및 증폭하는 순간을
by
유민 에디터
2026.06.03
오피니언
도서/문학
금지된 것을 뚫는 날카로운 손톱, 양귀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세상의 모든 불합리"는 대체로 대상을 가리지 않고 쏟아진다. "유형무형의 폭력"이 다가왔을 때 도망가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지금까지 쌓여온 습관과 같은 상황의 잘못이자 그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누군가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것들을 금지하기 위해 일어나면 모든 사건과 상황은 '나'의 것으로 돌아올 것이다.
# 금지된 최면 같은 이야기 나는 나에게 금지된 것을 소망한 적이 있는가? 그것을 상상한 적은 있더라도 이루기 위해 미친듯이 달려나가 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을 쓰기 전부터 나는 그런 경험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나는 누군가가 금지된 것을 소망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는 쪽에 가까웠을지도
by
김수민 에디터
2026.06.03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내가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도서/문학]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최근 어딘가에서 들은 말 중에 가장 흥미 있는 것을 뽑으라면 프레임 이론을 뽑겠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프레임이란 개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혹은 누군가 또 다른 누군가의 세상을 작동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건 어디를 얼만큼 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문제이기에 실재하는 객관적 사실과는 무관하다. 어떻게 보면 내가 보고 싶은 세상을 창조하는 틀이라
by
박수진 에디터
2026.05.3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마음의 날씨를 조종하는 능력 [도서/문학]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를 읽고 - 서동욱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마주치는 사람도, 평생을 가져가야만 할 것 같았던 범주 내에 있던 사람도 종착역에 다다르면 당연하듯 내려야 할 것처럼 홀연히 사라진다. 한평생 변화무쌍하다고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은 어떤 다른 것도 아닌 내가 지니고 있는 나의 진심인 듯하다. 시끄러운 폭우가 쏟아지더라도 이는 영원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가 오고 나서 저절로 아
by
정예진 에디터
2026.05.30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그 음란한 괴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도서/문학]
에도가와 란포 단편소설 〈애벌레〉
에도가와 란포의 〈애벌레〉는 본래 〈악몽〉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애벌레’라는 제목이 벌레 이야기처럼 들려 매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 작품에 ‘애벌레’만큼 어울리는 제목은 없다. 꿈틀거리는 짐승의 형상은 번듯한 척하는 인간의 내면과 기묘하게 닮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누군가에게는 악몽이 아닌
by
김지연 에디터
2026.05.29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내 마음대로 사랑을 해독하기 [도서/문학]
고백시 세 편, 「흐른다」 「처치 곤란한 인간」 「청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시를 선물하고 싶다. 가장 내밀한 날 것의 감정을 언어라는 포장지로 소중하게 감싸 건네고 싶다. 상대가 어디에 쓸 물건인지 모르고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도 모른 척 시선을 돌리고 싶다. 오월 끝자락은 여름의 내음이 짙어지는 시기다. 사랑하기 좋은 나날. 그렇지 않은 날이 있겠느냐만. 세상 만물이 싱그러운 향기를 한껏 머금고 피어난다. 푸
by
이하영 에디터
2026.05.27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대체 불가능한 구멍들의 윤곽 [도서/문학]
상실의 구멍을 억지로 채우지 않고 빈자리로 두는 것만이 존재의 고유성을 지키는 일이며, 삶은 그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또 다른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 나가는 과정
나는 이 나일 수밖에 없고, 쥬치카는 저 쥬치카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 상처는 결코 미래의 나와 다른 개의 구원을 통해 아물지 않는다. - 『관광객의 철학』, p.134 아즈마 히로키의 『관광객의 철학』은 정치철학에 관한 책 같아 보인다. 글로벌리즘과 내셔널리즘이 동시에 득세하는 세계에서,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관광객이라는 존재가 오히려 분열된
by
서지민 에디터
2026.05.24
리뷰
PRESS
[PRESS] 외계 생명체를 찾아나서는 이유 ‘외계인 방정식’ [도서]
이 크고 넓은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
외계인과 UFO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전적 의미와는 별개로, 여러 거짓과 창작물로 인해 오염된 단어다. 아마 보통 정도의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은 허황된 소리라고 비웃거나 단순 재밋거리로 생각할 테다. 애덤 프랭크의 《외계인 방정식》은 조금 다르다. 천체물리학자인 저자가 외계인과 UFO에 대한 갖가지 오해와 음모론은 과학에
by
최수인 에디터
2026.05.22
리뷰
도서
[Review] 베르나노스가 남긴 불편한 질문들 - 도서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
의미와 폭력의 얇은 경계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는 1794년 프랑스 대혁명 공포정치기의 콩피에뉴 가르멜 수녀회 순교 실화라는 단단한 역사적 사실 위에 놓인 소설이다. 이 극은 초반부 콩스탕스 수녀가 블랑슈 수녀에게 건네는 장난스러운 말, 혹은 원장 수녀의 불길한 직감적 언급을 통해 이미 단두대라는 결말을 은근히 비춘다. 이때부터 작품의 시간은 미래를 향해 열려 있기보다, 확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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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202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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