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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끝을 고하다
끝에 약한 나에게 너는 하나의 끝을 고했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 네가 내 인생에 등장했다가 멀어졌다. 아예 못 만나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만나는 건 어려울지도 모른다. 너와의 대화 후에 나는 한동안 웃기만 했다. 나는 배가 고팠고, 하루가 고단했기에 나에게 전해준 너의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무방비 상태였고 뒤늦게 예상치 못한 서운함이 밀려왔다. 너무하다. 밤잠을 설쳤다.
by
정서영 에디터
2025.05.13
리뷰
공연
[Review]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
두려움과 싸우는 인간의 마음을 생각한다.
[illust by Yang EJ (양이제)] 필사즉생(必死卽生).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명량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외쳤다.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걸고 전투에 임하는 장군의 굳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여기서 방점은 '죽고자 하면'에 찍힌다. 단순히 몸을 격렬히 움직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마음에서부터 죽음
by
양은정 에디터
2025.05.08
오피니언
공연
[Opinion] ‘나의 오늘은 너의 내일’ 평범한 위대함 - 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 [공연]
1940년의 독립운동가와 1980년의 대학생이 시간을 뛰어넘어 마음과 신념을 주고받는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어, 독립운동가를 개인적으로 알게 된다면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역사책에 단 몇 줄로 남은 수많은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이 아닌, 기억과 마음에 영원히 새겨질 유일한 한 사람이 된다면. 목숨을 잃거나, 살아도 죽는 게 낫겠다 싶을 고문을 받을 게 뻔한 상황이라면 위대한 행보를 순수하게 응원만 할 수 있을까. 영화 <암살> 주인공
by
이진 에디터
2025.05.08
리뷰
영화
[Review] 너를 만난 여름 - 보이 인 더 풀 [영화]
내면의 '어린 나' 를 만나다
사계절 중 가장 강한 생명력을 지닌 계절이자, 이상하게도 추억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절, 단연 여름이다. 여름에 나무들이 높이 자라나듯, 영화 <보이 인 더 풀>의 주인공 ‘석영’과 ‘우주’도 여름을 지나며 부쩍 성장한다. 섬세한 감각으로 영화를 연출한 류연수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으로 <보이 인 더 풀>을 선보였고, 전주국제영화제, 가오슝영화제, 헝가리한
by
김은빈 에디터
2025.05.08
리뷰
영화
[Review] 첫사랑의 이별을 만들어준 너에게 - 보이 인 더 풀
<보이 인 더 풀>은 첫 이별로 만들어낸 성장통의 이야기다.
다들 자신의 첫 장래희망을 기억하는가? 그 장래희망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기억하는가? 나는 우리의 첫사랑은 사실 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처음 꾼 꿈이라고 생각한다. 상상 속 미래의 내가 나의 첫사랑 아니었을까. 어릴 적 우리는 이 꿈을 당연히 이룰 거라 믿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것이 얼마나 막연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간혹 그 첫사랑을 보란 듯이 이룬
by
채수빈 에디터
2025.05.07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아마야구감독기 - 3. 귀로 들을 이야기와 귓등으로 들어야 할 이야기
지금은 좋은 어른을 구분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어린 내게는 좋은 어른, 도움이 되는 말을 구분할 능력이 없었다.
기억은 미래를 구성하는 재료 기억은 휘발되어 사라지는 것이 특기인지라 우리를 자주 곤혹하게 만든다. 어제 먹은 저녁 메뉴가 곧바로 떠오르지 않는 사소한 건망증부터, 애인과의 기념일이나 비행기 출발 시간 같은 중요한 기억마저도 까먹을 때가 있다. 이처럼 기억은 자주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는다면 어느새 깊은 망각의 늪으로 빠져 새하얗게 사라지게 된다. 머릿속
by
김한솔 에디터
2025.05.06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초현실주의인가, 아니면 그 너머인가 [미술/전시]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를 보다 든 생각
비가 무수히 오던 5월의 어느 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으로 향했다.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이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초현실주의(surrealism)는 1920년대 프랑스에서 앙드레 브르통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위적 예술운동으로, 이성과 합리성, 기존 질서에 대한 반발, 그리고 인간의 무의식과 꿈, 자유의 해방
by
강민 에디터
2025.05.05
오피니언
공연
[Opinion] 너무도 한국적이었던 밤, 국립무용단 '미인' [공연]
국립무용단이 보여줄 다음 조선에서 우연히 당신을 만나기를 바라며
2025년 4월의 초입, 국립극장에서 조선으로의 시간이 열렸다. 국립무용단의 신작인 「미인」이 선보여지는 자리였다. 국립무용단은 이전부터 전통에 현대를 멋입히는 시도를 꾸준히 해 왔다. 「묵향」이나 「향연」에서 그들은 한국의 사계절에 집중했다. 한국춤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각각 담아내며 한 폭의 명화를 펼쳐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by
이지연 에디터
2025.05.0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연인에게 전하는 편지 -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도서]
이브 생 로랑의 연인, 피에르 베르제가 전하는 편지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 피에르 베르제, 김유진 / ⓒ 프란츠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자기 전에 하나씩 읽으면 마치 누군가에게 매일 편지를 받는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한 연유에 읽게 되었던 책이다. 이브 생 로랑의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의 죽음 이후 그에게 전하는 편지를 엮었다. 1. 사랑이라면 ‘이런
by
박서현 에디터
2025.04.30
리뷰
전시
[Review] 알폰스 무하 원화전 – 아르누보의 거장을 말하다 [전시]
알폰스무하는 아르누보양식의 거장으로 포스터, 삽화, 장신구, 우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 시대의 스타일을 만든 문화예술가다.
아르누보(Art Nouveau)의 거장 알폰스 무하 여기 화려하고 예쁜 포스터 한 장이 있다. 사람들에게 광고는 메시지를 주는 역할을 하므로 내용 전달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메시지는 물론 그림 속 피사체가 눈길까지 사로잡는다면 어떨까? 예술과 상업 사이 그 어디쯤 내 이상향의 모습이 알폰스 무하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었다. 무하 스타일은 아르누보를 대
by
최아정 에디터
2025.04.29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너무 빨리 철든 아이는 우는 법을 잊는다 [영화]
'우리들', '우리집' 속 아이들을 바라보는 윤가은 감독의 시선
이전에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을 봤을 때 많이 감탄했다. 아이들만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내가 어렸을 때 느꼈다고 기억하는 그 순간의 느낌, 표정을 어찌 저리 세밀하게 포착해 낼 수 있는지. 감독이 아이가 되어 영화를 찍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른의 시각으로 본 아이들의 모습이 가끔은 너무 인위적으로 느껴져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우리들'에서
by
오태규 에디터
2025.04.25
리뷰
전시
[Review] 아르누보 너머 ‘무하 스타일’이 남긴 것 - 알폰스 무하 원화전 [전시]
상업 디자인에서 슬라브 서사시까지 - ‘아르누보의 꽃: 알폰스 무하 원화전’
알폰스 무하는 포스터, 잡화, 광고 등 다양한 상업 디자인 작업을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드러내며 아르누보 양식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작업 이후 포스터는 단순한 광고물이 아닌 예술적 가치를 지닌 일종의 작품으로 부상했으며, 이렇게 무하는 상업 예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허물며 오늘날 예술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마이아트뮤지엄
by
이소영 에디터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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