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 피에르 베르제, 김유진 / ⓒ 프란츠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자기 전에 하나씩 읽으면 마치 누군가에게 매일 편지를 받는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한 연유에 읽게 되었던 책이다. 이브 생 로랑의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의 죽음 이후 그에게 전하는 편지를 엮었다.
1. 사랑이라면
‘이런 게 사랑이면 사랑을 해보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은 후 마침내 책장을 덮고 일어나며 든 생각이었다. 이런 사랑이라면 그게 언제든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
피에르 베르제가 전하는 마음이 결코 낭만적인 사랑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가 말하기를 이브 생 로랑의 몸이 무너지게 된 것은 술과 약, 그리고 음식으로 행한 마조히즘이었다고 한다. 그중 식탐의 많은 부분은 본인(피에르 베르제)을 향한 공격이었음을 안다고도 했다.
["네가 몰랐던 것은, 그 첫 희생자가 다름 아닌 너였다는 사실이야. 너는 어린아이 같았어. 유치한 전략이었지. 나는 그런 너 역시 사랑했어."] p.84
하지만 피에르 베르제는 그것을 ‘유치한 전략’이라고 칭하면서도 그조차도 사랑했다고 서술한다. 현실에서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적나라한 모습까지도 보여주게 되는 대상이다. 상대를 제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을 사랑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철저히 본인 중심의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사랑하는 방법이 분명하다.
["나에게 모든 결정을 맡긴 너는 어떤 계산이나 설명도 요구한 적이 없었지. 그 맹목적인 믿음이,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나를 뒤흔들어."] p.96
["우리는 헤어지지 않아.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를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아."] p.145
널뛰는 감정과 깊은 그리움, 그리고 사무치는 추억들의 향연이었다. 지겨울 정도의 시간에도 여전한 마음을 반복적으로 전하고 있다. 그 마음이 ‘영원’일 것이고, 불가능에 가까운 ‘영원’을 닮았기에 그들의 사랑이 숭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 사랑이 이러한 감정과 관계를 정의하는 단어라면 한 번은 간직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2.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피에르 베르제의 동선. 일정에 따라 담기는 감정이나 나열되는 추억, 장소에 이브 생 로랑의 모습이 담겨있다.
마치 소설 속 등장인물을 인지하는 것처럼 두 사람의 주변인, 반려견, 관련 장소를 기억하고 숙지해 둬야 한다.
주석으로 제공되기는 하지만 본 내용은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에게 쓴 편지이므로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기대할 수는 없다. 또한, 집을 사고 그림을 수집하는 등의 행위는 보통의 소시민은 꿈꿀 수 없는 삶이기에 마치 픽션처럼 읽히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가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장들이 아주 짧게 분절된 소설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앉은 자리에서 쭉 읽어 내리는 것을 추천한다. 같은 장소에 관해서 반복적으로 논하거나 같은 이름이 연이어 등장하는 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날짜에 따라 변화하는 피에르 베르제의 감정도 알아챌 수 있다. 그 감정의 폭이 어떻게 그리움을 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실존했던 연인의 실재했던 감정을 느낄, 수 편의 편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