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메인포스터) 무하포스터.jpg

 


 

아르누보(Art Nouveau)의 거장 알폰스 무하


 

여기 화려하고 예쁜 포스터 한 장이 있다. 사람들에게 광고는 메시지를 주는 역할을 하므로 내용 전달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메시지는 물론 그림 속 피사체가 눈길까지 사로잡는다면 어떨까? 예술과 상업 사이 그 어디쯤 내 이상향의 모습이 알폰스 무하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었다. 무하 스타일은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양식이 됐으니까.

 

광고 포스터, 책의 삽화, 장신구까지 생활 속 곳곳 아르누보 양식을 전달한 알폰스 무하. 이번에 그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는 반가운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 강남 마이아트 뮤지엄으로 한 달음에 갔다. 비가 한차례 왔다가 습했음에도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날씨가 작품 감상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크기변환]전시회에서.jpg

 

 

전시 제목 「아르누보의 꽃 : 알폰스 무하 원화전」은 1부에서 4부까지 네 개의 꼭지로 구성돼 있었다. 그의 작품 내용으로는 포스터, 판화, 드로잉, 유화, 디자인 장식 등 이 있다. 작품 옆쪽에는 작품에 대한 스토리 혹은 설명이 쓰여있는데 함께 읽으며 감상하니 이해가 더 잘 됐다.

 

그의 일대기를 살펴보며 변화하는 그림풍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알폰스 무하는 하루아침에 한 장의 그림으로 유명해졌다. 크리스마스 시즌 인쇄소에 남아있는 직원이 알폰스 무하밖에 없었고, 포스터 제작 업무가 생긴다. 무하는 기존 포스터 스타일과 다른 그림체로 그림을 그리는데, 이 사건이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다. 당시 포스터 주인공이었던 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모습이 매우예뻐 배우 자신이 감탄한 것은 물론, 관객들이 훔쳐 가려 했다고 한다.


기존 포스터들은 강렬한 색깔과 단순한 구성을 따랐던 것이 대부분인데 알폰스 무하는 신비로운 분위기, 세밀한 장식, 여성적인 느낌이 묻어있다. 포스터의 사이즈도 사람과 비슷한 크기로 출력해냈다고 하니, 보통 기술력과 배짱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무하는 사라의 포스터를 그리며 6년 독점계약을 하게 되며 예술적 전환기를 맞이한다.

 

다음으로 감명 깊게 봤던 작품은 사계다. 가장 대중적이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본 그림일 것이다.

「사계 시리즈」는 무하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특징적인 장식, 색감, 부드러운 느낌 등이 인상 깊다. 작품 하나하나를 보며 설명 없이 한번 눈으로 담고, 설명을 보며 또 담고, 사진으로 담았다. 세 번 정도 담금질하듯 보니 가슴에 조금씩 다르게 와닿게 됐다.

19세기 무하는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철도망 확장과 백화점의 등장으로 시각적 요소가 매우 중요시된 시기였다. 아르누보의 꽃이 정점이 된 시기가 바로 이때다. 담배 종이 포스터 「욥」, 향수 포장지 「모던 향수 코린」 이외에도 화장품, 세제 등 생활 속 곳곳에 그의 시대가 펼쳐졌다. 훗날 그는 너무 유명해져 의뢰를 감당할 수 없어 자료집을 냈고, 미국에서 수업 교재로 쓰이며 아르누보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선 하나하나가 섬세하다. 그리고 꽃이나 이파리 등 자세히 보면 같은 초록색 빨간색 같지만 색감이 미묘하게 달랐다. 그래서 뭔가 한 가지 패턴이 아닌 다양하게 표현된 느낌이 든다.

 

 

 

화가? 예술가? 문화 예술가
그의 이름 앞에 붙는 다양한 수식어


 

알폰스 무하는 생전에 상업적 일러스트레이터로 평가될 뿐, 예술가로서는 인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스스로 순수 예술로써 인정받기를 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과거일 뿐이다. 당시 예술에 대한 개념과 맞지 않아서 그러했을 뿐 지금은 작품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다.

 

300여 점의 작품을 하나하나 보며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성실했으며 나라를 사랑한 애국자였다. 내면이 단단했기에 많은 작품을 그리고, 현재까지 회자 되는 게 아닐까. 상업적 화가를 거쳐 무하는 조국의 문화와 정체성 확립을 위한 그림을 그렸다. 공익 포스터, 단결과 독립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 국가 지폐, 우표를 디자인했다. 특히 우표 디자인 시리즈는 다양한 색상과 프라하성, 주변 풍경이 더해졌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르누보 스타일이 엿보인다.

 

이 밖에도 스테인글라스 스케치, 국민연합 복권 체코슬로바키아YWCA 등 그의 연대기를 대변할 작품들을 보며 충격과 감탄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화가라고 칭하던 이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몇 장의 대중적인 삽화를 보고 ‘화려하고 세련된 그림을 그린 작가다’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1장부터 4장까지 아르누보의 거장 무하 전시를 둘러보며 그의 생애와 작품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 알폰스 무하는 한 시대를 그려낸 문화 예술가가 아닐까? 순수예술을 하고 싶었지만, 포스터, 장식, 패널, 보석 나아가 공공예술까지.

 

그는 마이아트 뮤지엄 알폰스 무하 원화전을 통해 그의 생전 작업실을 몰래 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몰랐던 그의 업적을 돌아본 느낌이 들었다. 화가, 예술가를 넘어 문화 예술가의 칭호까지 받을만한 알폰스 무하.

 

그의 작품이 존재하는 한 그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영원히 살아있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업데이트_컬쳐리스트_최아정.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