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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소통이다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현재와 미래까지 연결된 살아 있는 나침반 [도서/문학]
<벌거벗은 세계사: 라이벌편>, 배움의 가치
언제부터인가 무지라는 말은 수치에 가깝다기 보다 영광스럽게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발로 뻥 차버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수치에서만 멈춘다면 다행이지, 불안과 걱정으로 점철된 종말만을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가만히 앉아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은 스스로를 유기하는 것과 결코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쉽고 간결하고, 더할 나위
by
정예진 에디터
2026.06.27
리뷰
PRESS
[PRESS] 사람 죽이는 빅토리안 사이코 여자 [도서]
악은 탄생하는가, 혹은 만들어지는가
<빅토리안 사이코>.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표지는 간결하다. 빅토리아 시대에 입던 드레스, 소매가 구름처럼 부푼 새빨간 드레스, 하지만 아랫단이 점차 어둠에 물들기 시작한 기묘한 드레스 한 벌이 홀로 서 있다. 책장을 넘겨본다. 아, 이런. 내지 첫 장 하단에 미처 닦아내지 못한 검붉은 핏자국이 동그랗게 묻어 있다. 마저 장을 넘기는 것이 조금 주저되기 시
by
김혜원 에디터
2026.06.24
리뷰
공연
[Review] 온 세상이 시 -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폐지를 앞둔 팔봉마을 문예학교를 다니는 네 할머니들의 우당탕탕 시인 도전기
* 본 후기는 공연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시나~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 우리는 가시나~ 가장 시를 쓰기 좋은 나이~. 공연을 다 본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흥얼거린 노랫말이다. 가사에 나와 있듯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나이가 꽤나 있는 가시나들이 시를 쓰는 이야기다. 이 공연을 보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제목이 너무 흥미로웠
by
이도형 에디터
2026.06.2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이해가 실패한 자리에 들어온 것 [도서/문학]
최은영 단편소설 〈씬짜오, 씬짜오〉
최은영의 단편소설 〈씬짜오, 씬짜오〉는 ‘나’의 가족과 투이네 가족의 관계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배경으로 인해 어그러지는 과정을 다룬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의 땅에서 서로 의지했던 두 가족은 베트남전이라는 상흔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미묘한 틈을 만들어낸다. 이해할 수 없다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상호 이해를
by
김지연 에디터
2026.06.19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또 다시, 헤르만 헤세 – 싯다르타 [도서/문학]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이 소설의 제목은 『싯다르타』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고빈다이고, 사문이고, 고타마이고, 카밀라이고, 바주데바이고, 어린 싯다르타다. 완벽한 승자란 없는 가위바위보 같은 인생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셋은 필요하다. 혼자 깨닫고 혼자 완성되는 삶이란 없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을 때는 보통 서점을 찾는다. 우연 속에 보석 같은 귀인을 만나듯, 책에도 인연처럼 느껴지는 이끌림이 있다. 재작년 이맘때 처음으로 ‘생일책’을 알게 됐다. 생일책이란 자신과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 혹은 그날 출판된 책이다. 드물게 생일이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책도 있다. 진지하게 여기기엔 사소하고, 아무렇게나 흘려 보내긴 묘한 소재다.
by
백승원 에디터
2026.06.18
오피니언
문화 전반
[오피니언] 시장통 헌책방에서 열린 뜻밖의 미학 강연 [문화 전반]
참기름 냄새와 흥정하는 목소리가 오가는 시장 골목, 그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동네 책방에서 인간 예술의 존망을 묻는 서늘한 질문이 던져졌다.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창작자'의 자리를 노리는 지금, 과연 고통과 상실을 모르는 기계의 결과물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 6월 14일, 도봉구 백운시장의 자생적 독립서점 '생활용품'에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을 통해 이 시대의 가장 날 선 화두를 파헤치는 뜻밖의 지적 향연이 펼쳐졌다.
참기름 냄새와 흥정하는 목소리가 오가는 시장 골목, 그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동네 책방에서 인간 예술의 존망을 묻는 서늘한 질문이 던져졌다.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창작자'의 자리를 노리는 지금, 과연 고통과 상실을 모르는 기계의 결과물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 6월 14일, 도봉구 백운시장의 자생적 독립서점 '생활용품'에서
by
신동하 에디터
2026.06.18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도서/문학]
자기 자신을 색채가 없는 사람이라고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자신에게 이미 색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받아들이는 이야기
‘하하 유니버스’로 이해하는 하루키 소설 속 남자 주인공, '쓰쿠루' ”창틀에 앉아 내성적이고 말 잘 안 하고... 내가 걷고 있고 옆에 여자들이 많은데, 나는 몰라”. 밈 ‘하하 유니버스’의 유래가 된 무한도전의 한 장면이다. 이 밈을 활용해서 ‘하루키 남자 주인공 유니버스’라는 말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루키의 소설 속 남자 주인공들에게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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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수 에디터
2026.06.18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하여 [도서/문학]
호불호의 경계에서 『홍학의 자리』, 『급류』, 『구의 증명』이 누군가에겐 인생책이 된 이유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들으면 늘 고민에 빠진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책이었던 작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끝내 읽지 못하고 덮어버린 책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설은 더욱 그렇다. 결말 하나, 문체 하나, 인물 하나로 평가가 완전히 갈린다. 오늘 소개할 세 권의 책은 공통점이 있다. 읽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의견이 나뉜다는 점이다. 어떤 독자는 "이
by
이수민 에디터
2026.06.1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잠들 수 없는 밤, 잠들 수 없는 책 [도서/문학]
방구석 코난들에게 추천하는 최고의 추리소설 세 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의 추악한 밑바닥과 인간의 빛나는 상상력을 동시에 볼 수 있어서다. 범죄라는 극단적 상황은 인간의 본성을 핍진하게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그 상황의 개연성을 설계하고, 드러난 본성을 끝까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가장 치열하게 빛난다. 초여름의 길목에서 내가 고심 끝에 고른 세 권의 소설은 요란한 기교 대신 인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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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지 에디터
2026.06.1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그렇다면 아주 명랑한 대답을 [도서/문학]
마지막은 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 많은 협곡을 돌아 저 많은 태풍을 뚫고 집에 돌아와 겨우 잠이 든 시인이 이 세계가 멸망의 긴 길을 나설 때 마지막 연설을 인류에게 했으면 했어 인류! 사랑해 울지 마! 하고 따뜻한 이마를 가진 계절을 한 번도 겪은 적 없었던 별처럼 나는 아직도 안개처럼 뜨건하지만 속은 차디찬 발을 하고 있는 당신에게 그냥 말해보는 거야 — 허수경, 「삶이 죽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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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승 에디터
2026.06.11
리뷰
공연
[Review] 고전은 누구의 슬픔을 기억하는가 - 로테/운수 [공연]
연극 <로테/운수>가 돌려준 여자들의 이름
대학교 때 들었던 교양 수업 중 아직도 기억하는 수업이 있다. 〈문학 속의 여성들〉이라는 제목의 이 수업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오필리아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보고, <안나 카레니나> 속 여성 인물들의 선택을 새롭게 분석하게 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읽어온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여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 왔는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많은 여성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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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빈 에디터
2026.06.08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끝나지 않는 아Q의 정신승리법 [도서/문학]
루쉰 중편소설 〈아Q정전〉
루쉰의 〈아Q정전〉은 1921년 12월부터 1922년 2월까지 《신보부간》에 매주 혹은 격주로 발표되었던 소설이다. 작품 속 ‘아Q’는 이름과 본적은 물론 행적조차 불분명한 존재지만, 그의 명확한 특징은 단연 ‘정신승리법’이다. 극단적인 자기합리화로 얼룩진 그의 삶을 통해 작가가 겨냥한 진실은 무엇인가. 모두가 비웃은 그의 ‘정신승리법’ “아이들에게 맞은
by
김지연 에디터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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