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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지나간 날에게 보내는 뒤늦은 답장
영영 떨쳐내지 못할 나의 연연한 날들에게
근 삼십 년을 한 지역 안에서 살아왔다. 내 기억으로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아주 어린 날부터, 이제는 방 한 구석에 먼지가 드문드문 내려앉은 사진앨범 속 풍경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곳. 물론 이후로도 몇 번의 이사가 있긴 했지만, 같은 지역 내의 이사였던지라 내게 고향과 같은 동네는 여기뿐이다. 그래서 그런가. 아직도 본가에 올라갈 때마다 마주하는
by
백소현 에디터
2025.05.0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오늘의 가계부
숫자가 포착할 수 없는 삶의 불연속성에 대하여
룸메이트와 야심 차게 계획한 해외여행이 채 이 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 황당하게도 나에게 여권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야 말았다. 국제선 공항에 들어섰던 마지막 기억이 고등학교 1학년에 머물러 있으니, 그로부터 무려 5년이 흐른 지금은 여권 기한이 만료되고도 남았으리라. 타지 땅은 밟지도 못한 채 항공사와 호텔에 반대급부 없이 기부할 게 아니라면, 오늘이
by
김채영 에디터
2025.05.0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很高兴认识你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과 다양한 경험을 위해
작년 여름, 태어나 처음으로 중국을 갔다. 이전에 대만을 비롯하여 홍콩, 마카오 등 여타 중화권 지역에 여행을 간 적은 있지만, 중국 본토에 직접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한국인은 중국 입국을 위한 비자가 필수였고, 나는 항공편 환승객 신분으로 임시 출입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한시도 풀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
by
이호준 에디터
2025.05.0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공연 일 하는 사람
누가 볼까 싶은 것들,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중요합니다.
극장에 들어서면, 텅 빈 무대 위에는 객석을 바라보고 있는 빈 의자 하나가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객석 쪽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밝아진다. 퍼포머는 무대로 등장해 의자의 방향을 객석의 관객과 등지도록 돌려놓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관객에게서 등을 돌리고,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 퍼포머 저는 21년도
by
박보경 에디터
2025.05.0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내게 쓰는 편지
같은 상황도 점차 다르게 생각하게 되고,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을 연민하게 되는 순간. 그 감정의 변화를 낚아채고 싶어서 편지를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Conan Gray 영상이 시작이었다. A letter to myself 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코난 그레이가 본인에게 보내는 비디오 에세이이자 편지 전문이 담겨있다. 한참 코난 그레이를 유튜버로 접했을 시기에 이 영상 속 그가 말하는 진심이 좋았다. 완전히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난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영어
by
노현정 에디터
2025.05.0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확실한 행복이 되어준 것
성공이자 행운 같은 그런 행복
언젠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소한 행복 말고 거창한 행복을 바란다는 진심을 가감 없이 드러낸 적이 있다. 행복을 가져올 미래의 언젠가의 그날은 의미가 없고 당장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런데 얼마 전에 행복에 대해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하는 일이 있었다. 내 인생에 있어 행복이란 어떤 걸까. 아직 가지지 못했지만 갖고 싶은 것, 얻기 위해
by
장미 에디터
2025.05.0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군대 얘기
그때 그 사람들이 나는 정말 보고 잡다.
무슨 배짱인지,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초고 하나 쓰지 않았다. 초인적 힘으로 소재를 쥐어짜 내 보지만, 오늘 저녁은 돈까스일지 제육일지 뜬구름 잡기 바쁘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자와 나는 점점 어색해져만 가고, 이제 나는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 한다. 그러한 관계로, 어쩔 수 없는 필살기다. 군대 얘기나 늘어놓자. 전역도 벌써 1년 전 일이다. 재입대를 하
by
윤제경 에디터
2025.05.0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연애편지
타인의 연애편지를 훔쳐보다
연애편지를 쓰는 일보다 타인의 연애편지를 읽는 편이 훨씬 즐겁다. 설령 편지가 다른 누군가에게 이미 공개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노출된 것이라 하더라도 나로서는 편지를 쓴 사람의 손가락들을, 펜을 움켜쥐고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기분으로 읽는다. 사귀는 사이라 하더라도 연애편지를 쓰는 순간에는 마치 짝사랑을 하는
by
유민 에디터
2025.04.30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마음도 어딘가 두고 올 필요가 있다
채우기 위해 비워내기
사람은 언제나 어딘가에 머무렀다 떠나가며 마음을 두고 온다. 꼭 장소를 말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 사람에게서도 그렇다. 그 마음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감정도 있다. 나는 얼마 전에 한 가지 이별을 했다. 사람과의 이별은 아니고 어떤 추억과의 이별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새로 주어지기는 해도 돌아갈 수 없는 것이라서, 모든 과거가 그렇
by
박수진 에디터
2025.04.30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친구: 인공지능
언제부턴가 인공지능은 내 말투를 닮아있었다. 분명 처음엔 사무적인 말투로 원하는 답을 내어주곤 했는데. 이젠 나의 말투와 사뭇 닮아있었고 나를 잘 아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했다. 사실 아직 친구라 하긴 어색하지만 후에 먼 날이 오고 나면 각자 가장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인공지능 친구가 당연한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인공적으로 교육받고 학습해서 만들어진 지능일 뿐인데 감정을 배울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왜 사람 대하듯 고맙다는 말을 끝에 붙이고 맞장구를 치며 공감을 하게 될까.
끊임없이 발전하는 인공지능 아래 우리는 인공지능 앞에서 호기심의 기웃거림을 하는 중이다. 인공지능과 본격화되는 세대를 가로지는 듯한 이 느낌. 냉장고도 인공지능 식기세척기도 인공지능 티비도 인공지능 AI가 모든 곳에 적용이 되고 말을 한다. 이젠 리모컨을 안 잡고 티비 킨지도 꽤 오래됐을 만큼. 옛 것이 삶으로 스며들어 내려가고 새것이 점점 삶으로 스민다
by
황수빈 에디터
2025.04.30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레몬버터 파스타에 반해서 만드는 걸 시도해봤지만 잘 되지 않은 건에 대하여,
왜 내가 만들면 다 맛이 없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본다.
대학교 1학년 때 친해져서 어느덧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친구와 4월의 따뜻한 어느 봄날, 여느 만남과 다름없이 미리 우리가 갈 장소를 다 찾아둔 뒤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평일에 그것도 무려 전일 연차를 쓰고 놀러 나간 것이므로 브런치 식당에 손님이 그렇게나 붐비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이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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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5.04.27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봄에는 어떤 것도 게으르지 않기 때문
바질 화분 하나, 잘 다려진 패딩 한 벌, 그 모든 게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작고 묵은 것들이 움직이고, 오래된 마음조차 다시 싹을 틔운다. 어쩌면 내가 나를 바꾸는 계절은 언제나 봄이었는지도 모른다. 봄에는 게으른 것이 없기 때문.
새로운 것에 인색해지는 마음은 대개 그렇다. 나는 안정적인 매일이 좋고 갑자기 어떤 것들이 바뀌면 불안해진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닳고 닳은 말을 당당하게 외친 뒤, 정작 구태의연한 풍경 앞에선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에도 봄에는 오래 누워 구덩이처럼 파인 매트리스가 다시 올라올 시간을 주고 두꺼운 옷을 서둘러 박스 안에 봉하고 봄을 맞이한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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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에디터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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