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태어나 처음으로 중국을 갔다. 이전에 대만을 비롯하여 홍콩, 마카오 등 여타 중화권 지역에 여행을 간 적은 있지만, 중국 본토에 직접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한국인은 중국 입국을 위한 비자가 필수였고, 나는 항공편 환승객 신분으로 임시 출입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한시도 풀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공항을 비롯하여 호텔, 그리고 관광지와 식당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당시의 기억이 너무 좋게 남게 되어 연말에 환승 레이오버가 아닌 진짜 여행을 목적으로 중국에 다시 한번 다녀오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여행을 망설이거나, 다녀오더라도 어려워하는 이유로는 언어에 대한 장벽이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할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영어가 보편화되어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영어를 의무적으로 교육받기 때문에 해외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중국은 모두가 알다시피 영어를 구사하는 현지인을 마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스마트폰이 있다면 어딘가를 찾아갈 때에는 지도 앱을 사용하고, 누군가에게 요청해야 할 때는 번역기 앱을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웬만한 상황에서는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나는 학창 시절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선택했기 때문에, 간단한 인사와 도움 요청, 물건을 살 때 사용하는 표현 정도는 알고 있어 관광객으로서 의사소통의 불편함은 딱히 없었다.
다만 해외 방문 시 의사소통에 있어 아쉬울 때가 항상 있는데, 바로 감사함을 표시할 때이다. 일례로, 이전에 친구와 함께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한 카페에 갔다. 검색해 봤을 때 리뷰도 없던, 시내 중심가에서 외진 곳에 있는 곳이었다. 가보니 나이가 지긋하신 한 할머니께서 혼자 운영하고 계셨고, 손님은 나와 내 친구 둘뿐이었다.
친구가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할머니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일본어를 아예 할 줄 몰라 옆에서 구경만 했었다. 친구한테 물어보니, 할머니는 우리를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고 한국어를 하지 못해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내가 일본어로 할 줄 아는 감사의 표현은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아리가또고자이마스)” 뿐이었다. 실제로 감사한 마음은 그 이상으로 저 한 문장에 나의 마음을 담기에는 부족했다.
유튜브 채널 '걷다가'
한 여행 유튜브 채널을 보았는데, 이 유튜버는 이집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에서 아랍어를 사용하며 현지 사람들과 다양한 소통과 경험을 한다. 내가 해외여행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도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를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현지의 문화를 경험하고 현지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소통할 때가 더 크게 와닿았다. 그래서 이참에 올해부터는 외국어 공부를 취미로 갖기를 결심하고, 지금까지 약 세 달 동안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다만 중국어 공부를 퇴근 후에 짬짬이 하기 때문에 세 달 전과 비교했을 때 비약적인 변화는 없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를 만나 고마움과 반가움, 즐거움을 얘기하고 싶을 때 "你好 (니하오)”, “谢谢 (씨에씨에)” 뿐만 아니라 “很高兴认识你 (헌까오싱런스니)”라는 표현도 쓸 수 있게 되었다.
“很高兴认识你”는 지금까지 배운 중국어 문장 중에 가장 예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말로 해석하면 “반갑습니다” 정도에 해당하는 문장이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널 알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인사 표현이지 않을까.
얼마 전에 대만에 갈 일이 있어 다녀왔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익힌 중국어 표현들을 현지에서 최대한 많이 써보려고 했는데, 대만은 중국과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한다. 내가 중국어로 말을 해도 어눌한 나의 중국어 발음에 현지인들은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바로 눈치채고 나를 위한 배려로 영어로 대답해 준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대화의 마지막에 “很高兴认识你”를 외쳤고, 이들은 더욱 환한 미소와 함께 나에게 똑같이 대답해 주었다. 민족과 국적을 넘어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정이 오가는 순간,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과 다양한 경험을 위해, 외국어 공부를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