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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기억하고 있어도 잊어버릴 것 같아서
오래된 앨범을 열어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나도 잊어버린 내 모습을 다시 열어 볼 수 있는 게 기록이라, 나는 순간의 자국을 어디든 찍어 내고 싶어 했다. 잊힐 과거가 두려운 건지 현재가 여전히 지나고 있다는 게 아까운 건지 미래의 내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게 느껴 건지.
치이카와 극장판 인어 섬을 보고 문득 나의 어릴 적이 떠올랐다. 집엔 내 인형이 수십 개가 있었다. 언제 어떻게 내게 온 인형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애정이 가득했다는 것 모든 인형들에게 애정을 표하듯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눈을 마주치며 혼자 웃기도 했다. 집에 온 날에는 이름도 정성스레 붙여줬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애정이 가득했는데 하나의 이름도 기
by
황수빈 에디터
2026.10.31
오피니언
사람
[Opinion] 나라는 우주를 기록하는 법 [사람]
아트인사이트를 마치며
나는 나 자신이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글처럼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뽑아내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어 책도 읽는 것만 읽는다. 좋게 말하면 줏대가 있고, 나쁘게 말하면 고리타분한 사람에 가깝다. 그런 사람이 쓰는 문장이니 확실히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고, 뱉어내는 문장의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by
문아휘 에디터
2026.10.30
오피니언
사람
[Opinion] 쓰기와 삶의 연관성에 대해 [사람]
시간이 지나도 이 이야기들이 한낱 문자로만 존재하지 않고 누군가의 세계가 되어 남아있길 바란다.
마지막이라는 단어 앞에서 이 글을 쓴다.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이렇게 빠른 줄도 몰랐고, 그동안 내가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게 될 줄도 몰랐다. 쓰기란 무엇인가? 시와 소설 같은 창작물에만 빠져있덤 내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들에 빠져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글에는 참 무궁무진한 방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by
김수민 에디터
2026.10.30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돌멩이는 무엇을 끓였나 [도서]
마샤 브라운의 『돌멩이 수프』를 통해, 평범한 사물이 사람들을 모으고 공동체를 만드는 방식을 살펴본다.
한 줄 소개: 마샤 브라운의 그림책 『돌멩이 수프』에서 출발해, 공동체를 만드는 사물의 역할과 함께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본다. 솥에 돌멩이를 넣고 수프를 끓인다면 어떤 맛이 날까. 돌은 먹을 수 없고 특별한 향을 내지도 않는다. 당근이나 고기처럼 음식의 맛을 더하는 재료도 아니다. 그런데 마샤 브라운의 그림책 『돌멩이 수프』에서는 돌멩이로
by
김민주 에디터
2026.10.29
리뷰
공연
[Review] 치매 할머니는 정말 이상한 사람일까 -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
기억과 상실의 경계에서 만난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
치매는 슬픈 일이다. 어제까지 당연했던 일들을 잊어버리고, 익숙했던 사람과 공간마저 낯설게 느껴지는 일. 기억이 흩어지는 당사자에게도,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머릿속을 유쾌하고도 따뜻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뮤지컬이 있다. 바로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다. 이 작품은 치매라는 무거운
by
이소희 에디터
2026.10.27
오피니언
사람
[Opinion]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 있다는 것 [사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찾게 되는 장소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보낸 시간과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돌아보며,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은 순간들 까지
안녕하세요. 이번 글은 그동안 제가 기고했던 영화, 드라마, 책 리뷰가 아닌 조금은 사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좋은 기회로 시작하게 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이 어느덧 끝을 앞두고 있는데요.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하기 위해 자주 찾아보던 사이트에서 제가 직접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때는 다른 에디터분들의 글을
by
이수민 에디터
2026.10.27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바나나 푸딩이 나에게 남긴 것
어쩌면 나를 알아간다는 건 나에 대한 답을 모두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달라지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8월, 일주일간 제주로 떠났다. 계획 없이 떠난 첫 여행이었다. 나는 극 J다. 여행은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이는 일이기에 그만큼 많은 것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여행을 준비할 때면 많은 것을 보고, 먹고, 경험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플랜 B, C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여행을 준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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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희 에디터
2026.10.24
리뷰
영화
[Review] 강을 바라보며 기타를 치던 사람에게 - 7데이즈 7피플 [영화]
어둡고 반짝이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영화 <7데이즈 7피플>
* 본 리뷰는 영화 <7데이즈 7피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봄, 친구와 한강을 걷다가 강가 계단에 걸터앉아 한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낸 세 시간동안 강을 바라보던 우리의 시선에 닿은 한 사람이 있었다. 긴 머리, 연갈색 기타를 품에 안은 그 남자는 우리가 자리에 앉기 전부터 강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강과 기타
by
이유은 에디터
2026.10.24
리뷰
영화
[Review] 그곳을 고향이라 부르는 이유 - 부에노스 아이레스여 안녕 [영화]
그곳을 고향이라 부르는 이유 - 부에노스 아이레스여 안녕
'국가 부도', '정권 퇴진'과 같은 거대한 단어들이 화면을 덮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런 거대한 혼란을 목도하면서도, 나는 당장 내일 출근을 버스로 할지, 지하철로 할지 고민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계속되니까. 절망적인 뉴스가 쏟아져도 사람들은 매일 일을 하고,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안부 전화를 하며, 서로를 위로하며 삶을 지탱한다. 영화 <
by
채수빈 에디터
2026.10.24
오피니언
사람
[Opinion]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니가 뽑히고 있다. [사람]
내 안에 깊이 뿌리내린 것과 결별하는 일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 이형기의 낙화(落花) 중에서 며칠 전, 사랑니로 잇몸에 염증이 생겨 고생하다가 결국 발치를 했다. 나에게도 사랑니를 뽑을 때가 온 것이다. 마취가 풀리자 밀려오는 통증에 식은땀이 났고, 사흘 동안은 입안에 남은 피맛을 감수해야 했다. 일주일이
by
김한비 에디터
2026.10.23
리뷰
영화
[Review] 사랑이 저주가 되는 세계 속에서 - 레위기 [영화]
서로의 곁에서만 사라지는 공포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외딴 마을의 폐쇄적인 종교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두 소년 나임과 라이언.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품고 있지만, 이들이 속한 공동체에서는 그 감정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금기를 어긴 두 소년은 어른들에게 발각되어 '구원과 치유'라는 이름의 의식을 치르게 되고, 그날 이후 기이한 일들을 겪기 시작한다. 두 소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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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 에디터
2026.10.23
오피니언
사람
[오피니언] 뜨개질과 함께 보낸 겨울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뜨개질
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손끝 발끝에도 찬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지금도 글을 쓰다가 중간중간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수족냉증을 물리쳐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이때가 되면 자연스레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실 생각이 난다. 딱딱한 나무 바늘에 실이 사락-하고 넘어가는 느낌, 체온을 머금고 내 무릎을 덥혀주는 털뭉치, 한 땀 한 땀 춤을 추듯 이어가는 팔동작,
by
방지수 에디터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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