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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반
[Opinion]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것 [문화 전반]
말보다도 먼저 전달되는 마음
달이 예쁘네요. 내가 처음 느낀 언어의 온도이다. 몇 년 전, 우연한 해외 봉사활동으로 친해진 일본인 친구가 있다. 한국어를 정말 잘하는 일본인 친구였기 때문에 대화가 잘 통했고, 급속도로 친해졌다. 같이 밤을 지내며 어김없이 밤 산책을 하던 어느 날, 달빛 아래에 서서 친구가 일본에서 하는 고백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月(つき)が綺麗(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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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 에디터
2026.09.03
리뷰
공연
[Review] 한 박자 비껴선 자리에서, 놀부가 말을 걸었다 - 수림뉴웨이브 2026
놀부는 왜 놀부가 되었나. 오래된 소리가 오늘의 언어로 답을 건넸다.
판소리 앞에 앉으면 나는 늘 두 개의 감각 사이에 놓인다. 하나는 정겨움이다. 장단이 몸을 밀고 당기기 시작하면, 배운 적 없는데도 어깨가 먼저 반응한다. DNA 어딘가에 남아 있는, 조상들이 이 소리로 즐거워했던 흔적 같은 것. 다른 하나는 어색함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들, 문맥을 놓친 가사, 웃어야 할 지점을 반 박자 늦게 알아차리는 순간들. 정겹지
by
최선 에디터
2026.09.01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답이 없는 질문에게 - 어떻게 해야 했을까? [영화]
그 질문에는 정말 정답이 있었을까?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제목에서부터 과거를 향해 뒤돌아서 있다. '해야 할까?'가 아닌 '해야 했을까?'에는 과거가 존재한다. 그 속에는 모든 일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질문들이 녹여 있다. 선택의 가능성도 없이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과 그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다는 후회의 감정이 느껴지는 제목이다. 감독은 20년 동안 기록된 오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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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 에디터
2026.08.31
리뷰
공연
[Review] 경계에 선 존재들 - 연극 '인간동물들' [공연]
극단 적의 연극 [인간동물들]은 앉은 채로 시작되는 절제된 무대 위에서 인간과 동물, 문명과 자연 사이의 경계를 하나씩 지워나간다. 탈인간중심적 사고를 밀어붙이는 제이미와 현실주의자이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리사를 통해, 작품은 인간이 종의 위계 꼭대기에 있다는 믿음에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반문을 던진다.
극단 적이 무대에 올린 《인간동물들》(스테프 스미스 작, 마정화 번역, 이곤 연출)은 시작부터 관객의 예상을 비껴간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 앉아 극을 시작하는 순간, 관객은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아닌 '표정'과 '말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몸짓으로 감정을 증폭시키는 대신 최소한의 동작만을 허락한 이 선택은, 오히려 배우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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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에디터
2026.08.29
리뷰
도서
[Review] 니체에게 '아니오'라고 말하기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초인간, 영원회귀
영원회귀와 신의 죽음.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을 대표하는 개념을 꼽자면 빠지지 않고 나올 주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도 이 둘은 분명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다른 철학서와 이 책이 다르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 책은 하나의 산문집이라기보다는 차라투스트라의 예언을 담아낸 음유시인의 노래와도 같기 때문이다. 책 전반에 성경의 흔적이 가득 묻
by
윤희수 에디터
2026.08.24
오피니언
도서/문학
[오피니언] 누가 ‘야만’이라고 이름 붙였나 - 책 '포르모사 1867' [도서/문학]
글을 열며 1867년 대만 남부 해안에 난파선 한 척이 떠밀려왔다. 그 사건은 한 섬 안에 겹쳐 있던 민족과 권력, 그리고 ‘야만’이라는 이름의 경계를 드러냈다. 미국과 청나라뿐 아니라 대만 내부의 한족 이주민과 원주민 집단도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바라봤다. 누군가에게는 자국민이 희생된 외교 문제였고, 누군가에게는 통제하기 어려운 변방의 분쟁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들의 땅과 질서를 지키기 위한 충돌이었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시선이 이처럼 달랐던 것은 당시 대만이 하나의 사회나 하나의 정체성으로 설명될 수 없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강연이 서울 쌍문동 동네책방 생활용품에서 열렸다. 강연은 대만 공영방송 PTS의 주한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취재해온 양첸하오 기자가 진행했다. 지난 12일 열린 첫 강연에서 양 기자는 역사소설 『포르모사 1867』을 중심으로 로버호 사건과 대만 원주민의 근대, 그리고 그 이전부터 이어져온 한족 이주와 원주민 사회의 변화를 짚었다.
# 글을 열며 1867년 대만 남부 해안에 난파선 한 척이 떠밀려왔다. 그 사건은 한 섬 안에 겹쳐 있던 민족과 권력, 그리고 ‘야만’이라는 이름의 경계를 드러냈다. 미국과 청나라뿐 아니라 대만 내부의 한족 이주민과 원주민 집단도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바라봤다. 누군가에게는 자국민이 희생된 외교 문제였고, 누군가에게는 통제하기 어려운 변방의 분쟁
by
신동하 에디터
2026.08.24
리뷰
도서
[Review] 우리에게 니체가 필요한 이유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서]
664쪽의 벽돌책에서 내가 건져 올린 니체의 문장들
프리드리히 니체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대부분 한 번쯤은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니체라는 이름은 꽤 익숙했다. 특히 연예인들이 니체의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거나, 인터넷에서 니체의 문장들이 인용되는 것을 보면서 ‘니체는 대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철학을 갖고 있길래 이렇게 유명한 걸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언젠가
by
한우림 에디터
2026.08.24
리뷰
도서
[Review] 대답없는 곳에 말을 거는 사람들 -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서헌강 (2026) [도서]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서헌강 (2026) 리뷰
문화유산을 우리가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을 우리는 왜 이토록 오래 지키고, 또 찾아 나서는 걸까. 기술이 발달하면서 거의 모든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되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원래 있던 자리와 형태를 가능한 한 그대로 보존하려 애쓴다. 그렇게 수백 년을 견딘 유물 앞에 서면 나 역시 말로 다 담아내기 어려운 경외심을 품
by
정희정 에디터
2026.08.23
리뷰
도서
[Review] 프레임 너머로 말을 걸다 -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질문과 이야기
돌이켜보면 문화재(현 문화유산)는 꽤 오래전부터 내 곁에 있었다. 나름의 입시 전략에 맞춰 들어간 전공 덕분에 대학 시절 발굴 현장도 가보고, 박물관마다 각종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라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졸업 후에는 문화재를 직접 마주할 일이 더 많았다. 어쩌다 보니 전공을 살려 입사하게 된 첫 직장에서 문화재 관련 연구 용역을
by
백소현 에디터
2026.08.23
리뷰
도서
[Review] 내 안의 초인간을 찾아서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서]
초인간은 내 가슴속에 있다. 초인간은 나의 첫 번째이자 유일한 관심사이다. 그는 인간이 아니다. 이웃도, 가난한자도, 고통받는자도, 선한자도 아니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유명한 철학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나 유명한 책이지만 특별한 결심 없이는 이 책을 완독하기는 참 어렵다. 철학 교양 강의 추천 도서였으나 몇 장 읽다가 이내 덮어버린 기억이 난다. 삶의 깊은 철학을 받아들이기에는 거리가 멀었던 20대를 지나, 이제는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지 않
by
고지희 에디터
2026.08.23
리뷰
도서
[Review] 말 없는 것들과 눈을 맞추는 시간 -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도서]
서헌강의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를 통해 유물을 단순히 보존해야 할 과거의 유산이 아닌, 오랜 시간과 이야기를 품고 현재의 우리와 대화하는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보게 된 경험을 담았다. 30년간 문화유산을 기록해 온 작가의 태도와 개인적인 돌탑의 기억을 연결하며, 결국 유물과의 대화는 유물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작품이 예술가의 또 다른 몸이라면, 유물은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다. 유물은 오랜 시간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존재다. 그래서 유물에 '예술적 의도'라는 틀을 씌우는 것은 너무 지엽적인 시선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유물은 거대한 의미의 '문화'로서 존재하며, 그 앞에 선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 30년 넘게 카메라로 우리 문화유산을 기록해 온 사진작가 서헌강의
by
김민주 에디터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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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Review] 추락할 각오로 도약하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개인적 단상
1. 신은 죽었다? : 그는 왜 '신'을 부정했는가 차라투스트라는 이제 혼자가 되자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이 도대체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저 늙은 성자가 숲에 사느라 아직도 듣지 못했구나! 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차라투스트라가 '신'이라는 초월적 우상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건가 묻는다면, 그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겨냥한 '
by
문경란 에디터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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