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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삶은 온유하게, 변하는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난 이미 계속해서 너의 의견을 충분히 묻고 얘기를 들었으며, 앞으로도 어떤 일들을 결정할 때마다 항상 깊은 고민을 한 것에 대해서 기쁘게 생각한단다. 나도 결심을 이제 다 했으니, 반짝반짝 빛나는 이 상황을 응원해 주고 싶단다. 한번 해봐. 도와줄게."
여러 시간을 보내고 높은 언덕을 오르며 집을 가다, 몸의 뒷면이 너무 따뜻해서 잠깐 등을 돌렸다. 그리고 등지고 있던 노을에게 고개를 반쯤 돌렸을 때쯤, 얼굴에는 따스한 호박색의 빛이 묻어나있었고 그 빛과 마주했을 때 나는 오늘 하루를 위로받았다. 나는 자기 객관화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매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잘 보낸 것 같은지 생각하며,
by
황수빈 에디터
2026.09.0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총알과 비스킷은 같은 손에서 나온다 [도서/문학]
역삼각형 구멍이 처형장이자 배급소이듯, 하나의 사물에 두 개의 결말을 쥐여준다
* 본 글은 소설 『북해에서』의 구조와 결말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총이 두 번 쥐어진다 군인이 겨눈 것은 역삼각형 구멍이다. 수로에 갇힌 오경을 향해 뚫린 그 구멍으로, 같은 군인이 얼마 뒤 비스킷을 흘려보낸다(58쪽). 처형장과 배급소가 구멍 하나를 나눠 쓴다. 수로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전쟁도, 죽음도, 살아 있는 것들도. 죽어가는
by
최은파 에디터
2026.09.01
오피니언
공연
[Opinion] 놓아줌이라는 재판 - 뮤지컬 '홍련' [공연]
스스로 만든 억울함의 지옥에서 심판과 놓아줌을 거쳐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그녀의 여정
도입: 놓아줌과 심판 사이 뮤지컬 <홍련>은 두 개의 오래된 이야기를 한 무대 위에 불러온다. 처녀귀신 서사의 원조 격인 <장화홍련전>의 홍련, 그리고 죽은 자의 한을 풀어주는 무속의 여신 바리공주. 둘은 저승의 재판정에서 처음 마주 앉는다. 바리는 심판하는 자리에, 홍련은 심판받는 자리에 앉아 있다. 하지만 이 재판은 시작부터 어긋난다. 홍련은 죄를 인
by
이유빈 에디터
2026.09.01
리뷰
공연
[Review] 한 박자 비껴선 자리에서, 놀부가 말을 걸었다 - 수림뉴웨이브 2026
놀부는 왜 놀부가 되었나. 오래된 소리가 오늘의 언어로 답을 건넸다.
판소리 앞에 앉으면 나는 늘 두 개의 감각 사이에 놓인다. 하나는 정겨움이다. 장단이 몸을 밀고 당기기 시작하면, 배운 적 없는데도 어깨가 먼저 반응한다. DNA 어딘가에 남아 있는, 조상들이 이 소리로 즐거워했던 흔적 같은 것. 다른 하나는 어색함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들, 문맥을 놓친 가사, 웃어야 할 지점을 반 박자 늦게 알아차리는 순간들. 정겹지
by
최선 에디터
2026.09.01
오피니언
음악
[Opinion] 소녀들의 세계에는 언제나 '우리'가 있다 [음악]
케이팝 걸그룹이 일본에서 그려낸 세 가지 관계
소녀들이 말하는 '우리' 최근 케이팝 걸그룹의 일본 활동 곡을 듣다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각기 다른 컨셉과 사운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결국 ‘너와 나’, 친구 사이의 관계가 놓여 있다는 것. 하츠투하츠의 ‘ICONIC HEART’, 아일릿의 ‘I Got Your Back’, 에스파의 ‘KISS N TELL’이 이에 해당한다.
by
정민경 에디터
2026.09.01
오피니언
도서/문학
[오피니언] 패배하지 않는 인간 [도서]
<노인과 바다>를 읽고
<노인과 바다>는 84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한 어부 산티아고가 먼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사투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 내내 바다에서 홀로 고기와 씨름하는 산티아고를 보다 보면 바다의 건조함과 그의 고독, 그리고 한 방울의 따뜻함을 경험하게 된다. 각자의 고통 하지만 자신을 가져야 해. 발뒤꿈치에 뼈돌기가 박혀 있으면서도 그것을 참고 최후까지 멋지게 승부를
by
조현정 에디터
2026.09.01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세상을 넓혀가는 과정 [여행]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지언정 행복하지 않을 리 없는 ‘여행’에 대하여
여행은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타인은 몰라도 나 한 사람에게만은 절대적인 문장이다. 극도로 효율을 추구하는 성향은 절대 바뀌지 않고 그것은 때로 제약이 된다. 여행,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현지에서 사용할 것을 제외한 고정경비가 많이 드는 편이다. 그런 만큼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에는 많은 이가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생각이 점차 강박으로
by
박서현 에디터
2026.08.3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돌아가고 싶은 세상에 대하여 [도서/문학]
그리고 돌아갈 수는 없는 세상
간만에 시 한 편을 찾아 읽었다. 과거에 구절 하나에 꽂혔던 작품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한 번도 그 작품의 전문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처음인지, 중간인지, 끝인지도 이번에서야 알았다. 돌아가고 싶은 세상이 있었다 이건 내가 빠졌던 구절이고, 작품 제목은 '지구 6번째 신 대멸종(최백규 시인)'이다. 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꽃이
by
박수진 에디터
2026.08.31
오피니언
만화
[Opinion]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남자, 그런데.. [만화]
가족 상담에 가느니 피클이 되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애니메이션을 꼽자면 단연 <릭 앤 모티> 일 것이다. 모든 에피소드를 거짓말 않고 열 번씩은 보았다. <릭 앤 모티>를 처음 보면 당연히 릭에게 눈이 간다. 술병을 들고 다니며 온갖 것을 비웃는 노인. 세상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찾아 헤매는 진리와 온갖 과학 공식을 이미 알고 있어서 이제는 아무것도 신기하지 않은 사람. 무엇이든 만
by
곽한별 에디터
2026.08.3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방황하는 인간, 가르쳐질 수 없는 진리 [도서/문학]
『싯다르타』는 끊임없이 방황하고 경험하며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해가는 과정 자체가 삶이며,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는 길임을 보여준다.
정확한 길을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방황’이란 굳이 할 필요도 없고, 어쩌면 할 수도 없는 것이 되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끝없는 방황으로 가득 차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안개에 가려진 듯 앞이 막막해지고,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뜻밖의 길이 눈앞에 드러나기도 한다. 매일이 구름 속에서 앞
by
서연화 에디터
2026.08.3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내가 사랑이라 부른 것들은 제때 사라지는 법을 모르고 - 금정클래식위크 : Opening Concert 울림의 서막 : 김재원 & Friends (8.28)
비눗방울로 이별을 조금만 더 늦추어 보자 - 금정클래식위크 : Opening Concert 울림의 서막 : 김재원 & Friends 리뷰
관객인 네가 어떻게 ‘음악’을 완성할 수 있느냐고 묻겠지만, 그 순간에 있었던 소리와 시선, 거기서 피어난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는 건 결국 그때의 나뿐이었다. 과거의 나도, 내일의 나도 아니었다. 당장 그 음악을 겪고 있는 ‘나’밖에 없었다. 안경 “이제 안경을 조금씩 쓰고 다니세요.” 관자놀이 부근의 안경테를 얼굴에 맞게 꼬옥- 눌러주던 안경사
by
장유진 에디터
2026.08.3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귀하의 무사 생환을 기원합니다 -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 [도서]
자료에 포함된 규칙을 어길 시, 귀하는 즉시 순직 처리됩니다.
궁궐과 고분, 사찰 등지에서 사람들이 실종된다. 사적지에서 이상 현상이 반복되자, 국가는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을 설립해 실종자들을 구한다.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곳에 가기 위해서는 정해진 ‘탐사 지침’을 따라야 한다. 우선 핸드폰 등 현대 문물을 반납하고 한복을 입는다. 이상현상 발생지에서 눈을 감고 정해진 행동을 한 다음, 한기가 느껴지면 눈을 뜬다
by
윤선주 에디터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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