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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Review] 삶의 이유를 묻는다면 - 키리에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너를 구하기 위해서였어
왜 살아야 하냐는 질문은 난감하다. 질문을 받자마자 막힘없이 이유를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답을 하지 못하거나 살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삶으로부터 소외되고 밀려나 죽음 쪽으로 돌아앉은 사람을 다시 살도록 설득하기란 매우 어렵다. 무엇이 이들의 '삶의 이유'가 되어줄 수 있을까. 연극 <키리에>는 무엇이 우리를
by
김소원 에디터
2026.03.28
리뷰
공연
[Review] 우주적인 사랑으로 힘을 내기 - 연극 '키리에' [공연]
죽음과 고독의 끝에서 회복하는 방식
독일 어느 지방, 죽으러 온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검은 숲이 있다. 한 천재 한국인 여성 건축가는 그 근처에 있는 집을 허물고 새롭게 설계한다. 사랑하는 언니와 그의 가족을 생각하며 집을 지었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떠나고 그는 혼자 남겨진다.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그는 결국 과로사로 생을 마감하고, 그의 외로운 영혼은
by
이하영 에디터
2026.03.27
리뷰
공연
[Review] 에고이스트에게 형벌이라는 이름의 기회를 - 연극 키리에
자의식을 걷어내고 난 자리에 희뿌연하게 드러난 타인의 체온은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가까운 지인의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을 찾았던 날이 기억 난다. 그는 내가 온 것을 핑계로 잠시 구석에서 휴식을 취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벽에 등을 붙이고 작게 몸을 만 그는 내게 여상한 얘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수상할 정도로 새카만 옷차림과 빈소를 가득 채운 쿰쿰한 육개장 냄새, 효과음처럼 깔리는 곡소리가 조금씩 익숙해질 때가 되어서야 여느 때
by
오송림 에디터
2026.03.26
리뷰
공연
[Review] 죽으러 가는 집, 이유 없는 구원 - 연극 ‘키리에’ [공연]
제60회 동아연극상 3관왕에 빛나는 연극 <키리에>가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4월 15일까지 공연된다.
모든 생명은 언젠간 죽는다. 대부분의 생명은 병·노환·사고 등으로 삶을 지속하려는 의지보다 더 빠르게 끝을 맺는다. 반대로 생의 유효기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죽음을 향해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인 자살(自殺)이 그렇다. 삶에서 추방돼 죽음과 직면한 이들은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겪는다. 그러한 아픔은 육체적 생명력은 물론,
by
이진 에디터
2026.03.25
리뷰
공연
[Review] 나의 집, 나의 키리에(Kyrie) - 연극 '키리에' [공연]
이 지점에서 작품은 전통적인 구원 서사를 전복한다. 그들에게 구원은 검은 숲에서의 소멸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죽지 못했다. 그들이 죽지 못한 까닭은 서로를 응시하고 돌보다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의 방식은 서로의 생을 조금 더 지연시키고, 죽음을 유예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구원을 빈칸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독일의 어느 검은 숲에는 섬뜩하고도 슬픈 전설이 있다. 이 숲을 지난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숲은 사람을 집어 삼키고 그들의 기쁘거나 슬픈 생을 단번에 소멸시켜 버리는 ‘죽음’의 공간으로 통했다. 그래서일까. 저마다의 안식을 찾아 이 숲을 찾은 이들이 있었다. 검은 숲의 근처에는 숲을 닮은 집 한 채가 덩그러니 있다. 어느 천재 건
by
장연우 에디터
2026.03.24
리뷰
공연
[Review] 사랑과 죽음 - 키리에
연극 <키리에> 리뷰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연극 <키리에>를 관람했다. <키리에>는 제60회 동아연극상 3관왕에 빛나는 연극으로, ‘죽어서 집이 되어버린 사람, 그 안으로 찾아온 기적같은 사랑의 이야기’이다. 연극은 언뜻 보면 ‘죽음’을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사랑’을 다루고 있다. 연극에는 다섯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중 한 명은 죽어서 집이 된 천재 건축가이다.
by
김예은 에디터
2026.03.23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추상은 어떻게 허상이 되는가 [영화]
키에슬로프스키의 〈세 가지 색 트릴로지>
어떤 영화는 이야기를 남기고, 어떤 영화는 장면을 남긴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세 가지 색>은 그보다 먼저 하나의 감각을 남긴다. 손에서 놓았다고 믿었던 것이 끝내 사라지지 않는 감각, 이미 끝났다고 여긴 관계가 다른 형태로 되돌아오는 감각, 타인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조차 그를 완전히 알 수 없다는 감각. 파랑, 하양, 빨강. 프랑스 국기의 세 색과 자유
by
정희정 에디터
2026.03.19
리뷰
공연
[리뷰] 어쩌면 한번도 존재했던 적이 없는 검은 튤립 같은 사랑 - 튤립 [공연]
거대한 사건을 고발하기보다 전쟁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를 응시하는 작품, 튤립
지난 1월부터 이어온 202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34편의 신작 여정이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다. ‘창작산실’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단계별 지원을 통해 연극, 창작뮤지컬 등 기초 공연예술 분야의 우수한 신작을 발굴하는 한국 공연계의 중추적인 지원사업이다. 연극 <내가 살던 그 집엔>, 창작뮤지컬 <적토_고삐와 안장의
by
임지영 에디터
2026.03.15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3월이지만 다이어리를 샀다
3월에 다이어리를 구입하며 떠올린 지난해의 회고와 앞으로의 다짐
누구나 새해를 맞이하면 ‘지난해와는 달라진 나’를 그리기 마련이다. 그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추상적인 방식으로 꿈에 그리던 목표를 상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제법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이들도 있다. 가령 큰맘먹고 헬스장 회원권을 끊는다든가, 1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든가, 미라클 모닝으로 아침형 생활습관을 만든다든가 말이다. 누군가는 이를 꾸준히
by
정진형 에디터
2026.03.14
오피니언
만화
[Opinion] 신의 노트를 쥔 인간 [만화]
<데스노트>, 심판자를 원하는 사회에 대하여
만약 당신에게 이름을 적으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노트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황당한 질문처럼 들리지만, 바로 이 가정이 전 세계 수천만 명을 매료시킨 일본 애니메이션 <데스노트>의 출발점이다. 2006년 방영된 이 작품은 단순한 추리물을 넘어 정의란 무엇인가,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죽인다'는 행위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를 집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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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민 에디터
2026.03.09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소화시키지 못한 감정
절망은 마주하기 전까지 그 얼굴을 알 수 없다.
절망은 마주하기 전까지 그 얼굴을 알 수 없다. 저마다 삶을 관통하는 단어라든가 강렬하게 남은 감정이나 기억 같은 게 있기 마련이다.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단어, 감정, 기억이 하나씩 있는데 오늘은 감정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어디선가 얘기한 적이 있을 텐데, 그 순간은 마치 어제 아침의 일처럼 선명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 안에서 갈무리되고 말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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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에디터
2026.03.05
오피니언
만화
[Opinion] 방황하는 청춘들과 만화 [만화]
예비 만네필들을 위한 필독 만화들
만네필이라는 단어가 은은하게 화제에 올라오고 있다.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씨네필과, 만화의 합성어로 '만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필두로, '만화'에 대한 은근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판만화 시장이 2000년대 전후로 거의 사장되고, 웹툰 시장이 빠르게 그 자리를 메꾸면서 만화 시장이
by
양예지 에디터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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