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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Opinion] 따뜻한 클리셰가 필요할 때 [영화]
영화 <패밀리맨>에 나타난 온기에 대하여
찬 바람이 불고 옷차림이 두꺼워지는 겨울이 머지않아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뼛속까지 스며들어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하는 추위를 무더위보다 더 기피하고, 때문에 겨울이 오는 걸 반기지 않는 편이다. 뜨거워서 몸이 타 버릴 것만 같은 더위로 여름 내내 고생했음에도 말이다. 겨울의 장점을 굳이 찾자면 비슷한 온기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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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현 에디터
2025.10.30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척박한 도시에서 버티는 방법 [도서/문학]
사사롭거나 깊은 우정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지방에서 도쿄로 상경한 여성의 일상과 고충을 담아낸 시이나 링고의 노래 <마루노우치 새디스틱((丸ノ内サディスティック)>에서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도쿄는 사랑하지만 아무것도 없어.’ 대도시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정작 커다란 장소에 마음 뉠 곳 없어 외로움을 부르짖게 만드는 이중성을 가진다. 불특정 다수가 하루에도 수천 번씩 오가는 이곳에서 이따금씩
by
양아현 에디터
2025.10.2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지상에 남기는 마지막 사랑의 메시지 [도서/문학]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남긴 마지막 사랑의 말
매혹적이고도 독특한 문체로 인간의 심연을 탐구한 프랑스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거장이라 불리는 뒤라스는 소설과 시나리오를 넘나들며 사랑의 불가능성, 여성의 욕망을 가감 없이 표현해낸 작가다. 『여름 밤 열 시 반』에서는 폭풍이 내리치는 여름밤을 배경으로 살인 사건과 엮인 기묘한 감정을, 『파란 눈 검은 머리』에서는 성별을 구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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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현 에디터
2025.10.17
오피니언
영화
[Opinion] 그녀들에게 [영화]
한 시절을 버틴 그녀들에게
흰색 체육복을 입은 소녀(이한서 분)는 노란 플라스틱 박스 안에 신문을 차곡차곡 쌓은 뒤, 능숙하게 박스와 구루마를 단단히 고정하고 밖으로 나간다. 신문 배달을 하던 소녀의 눈은 실종 아동 전단지에 잠시 고정된다. 적당한 날씨 속에서도 땀을 흘리는 여인(이봉련 분)이 착실하게 붙여낸 것이다. 그녀가 붙인 전단지는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타인의 눈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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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현 에디터
2025.10.10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베란다를 벗어난 다음은 [영화]
가사 노동자의 각성과 해방
엄마(김금순 분)의 하루는 가사 노동으로 시작된다. 남편과 아들의 출근과 등교를 돕는 그녀의 손길은 익숙한 만큼 정확하다. 정성껏 차린 밥상 위로 젓가락을 움직이는 남편의 얼굴은 무신경하고, 걸핏하면 제멋대로 잠기는 문 때문에 베란다에 갇혔다 나온 아들은 엄마에게 제대로 고쳐 놓으라고 타이른다. 마치 베란다 문이 말썽을 부린 이유가 엄마에게 있으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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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현 에디터
2025.10.0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이 사치가 계속되기를 [도서/문학]
삶을 버티기 위한 사치의 필요성
몇 년 전에 본 영화 <소공녀>에서는 위스키와 담배만 있다면 과감하게 집까지 포기하는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가 등장한다. 일을 해서 번 돈을 위스키와 담배에 투자하고, 남자 친구와 소박한 데이트를 하는 데 쓰는 미소는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지만 정작 본인은 불행해 하지 않는다. 미소의 결단력은 스스로에게 두 가지 질문을 생성하게 만들었다.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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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현 에디터
2025.09.24
오피니언
만화
[Opinion] 날카롭고 진중한 아이들의 눈 [만화]
깊고 넓은 아이들의 시선 따라가기
“아이가 들어와도 되나요?” 예전에 카페에서 한창 일하던 때,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들은 꼭 내게 같은 질문을 먼저 해 왔다. 거절에 익숙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던 보호자와 아이의 얼굴은 나의 대답을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내가 근무했던 카페는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소위 ‘노키즈존’이 아니었기에 나는 보호자에게 들어오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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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현 에디터
2025.09.17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우리가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다면 [영화]
단편영화 <홍혜일기>에 나타난 연대의 가능성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터전으로 이사 가는 날. 지루한 얼굴로 차에 탑승한 열두 살 소희는 멍하니 창밖 풍경을 응시한다. 따발총처럼 잔소리를 해대는 아빠의 말을 반쯤 무시하며 짜증을 삭힌다. 한편, 능숙한 손놀림으로 구두를 수선하는 홍의 모습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햇빛 한 줄기 용납하지 않는 공간에서 그녀는 스탠드 조명의 은은한 불빛에만
by
양아현 에디터
2025.09.11
오피니언
음악
[Opinion] 상상과 노스탤지어의 조우 [음악]
내가 사랑하는 '어스(EARTH)'의 음악
현재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취미 중 하나는 유명하지 않은 곡을 찾아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하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싸이월드에서 전학 간 친구를 찾기 위해 파도타기를 했던 것처럼 멜론, 애플, 사운드 클라우드, 유튜브를 횡단하다 보면 보석 같은 노래를 한 두 곡정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미 벗어난 과거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노래를 현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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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현 에디터
2025.09.03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비극으로부터 해방되기 [도서/문학]
프랑수아즈 사강의 <해독 일기>를 중심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글을 쓰는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예민한 시각으로 포착한 뒤 탄생한 그녀의 소설은 대체로 문장이 경쾌하며 감정에 솔직한 양상을 띤다. 당시 보수적인 프랑스 문단에서는 감정, 그중에서도 주로 사랑을 논하는 사강의 작품을 두고 ‘깊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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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현 에디터
2025.08.27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기도 [서간문]
사랑과 사람을 지킬 수 있도록
저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당신은 믿어요. 잘 지내고 계세요? 저 아직도 그때가 생각나요. 당신이 세상을 떠나고 내 꿈에 나타났던 날이요. 달에 올라탄 채로 아무런 표정 없이 저를 응시했었죠. 저는 당신의 얼굴이 무척 서늘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꿈에서 깨자마자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어요. 그 서늘함이 어딘가 무서웠기 때문이겠죠. 돌이켜 생각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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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현 에디터
2025.08.22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악쓰는 소녀가 발산하는 힘 [영화]
그녀의 분노는 정치적이다
보통 억울하거나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 감정, 특히 분노는 폭력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특성으로 인해 이성의 끈을 잡고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들 한다. 참다 참다 속에 천불이 나서 결국 화병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불특정 다수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도 참기의 미덕을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대개 참기의 미덕을 따르는 이들은 소위 사회
by
양아현 에디터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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