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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생일 축하해!

선택의 기로에 선 이십 대를 보내며

by 이하영 에디터
2026.07.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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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갑 친구와 함께 뮤지컬 영화 <틱틱붐>을 봤다. 주인공 존은 자신이 만든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길 꿈꾸는 청년이다. 낮에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곡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한편, 한때 배우를 꿈꾸던 절친은 잘나가는 광고 회사에 다니며 근사한 삶을 살고 있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는 뉴욕을 떠나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말한다.


여전히 제자리에서 꿈만 꾸고 있는 존. 서른 살 생일이 다가올수록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커진다.


 

“They’re singing Happy Birthday. I just wish it all were a dream. It feels much more like doomsday.”

다들 노래해 생일 축하해 그냥 다 꿈이면 좋겠어 태어난 날보다는 종말의 날 같아

 

틱틱붐 넘버 ‘30/90’ 中

 


생일 축하해! 나는 아직 이 말이 좋다. 해가 지날수록 변화하는 나의 모습과 생활이 기대된다. 서른 살 생일에는 어떨까? 그때가 되면 나도 존처럼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까?


나는 존처럼 천재도 아니고, 촉망받는 신인도 아니지만 예술이 하고 싶다. “예술!”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나는 ‘예술가’보다는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쪽에 가깝다.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덜어내고, 그냥 하겠다는 말이다. 언제까지고, 내가 이 일을 좋아하지 않게 될 때까지. 예술을 할 거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예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인간의 활동

 


예술의 정의는 모호하다. 특히나 창작 활동이 다양한 범위에서 일어나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범위에 대한 논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나는 예술의 정의에 대해 어떤 한계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태도는 자기 자신에게도 그대로 투영된다.


배부른 소리일까? 배부른 소리가 맞다. 당장 먹고살 일. 비교적 풍요로운 사회에 태어나,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기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시대다. 우리 조부모님 세대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쳤고,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도 대부분 ‘취업-결혼-육아’라는 전통적인 생애 경로에 맞춰 살아갔다.


현대사회 한국 청년들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를 느끼게도 하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게도 한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나 또한 선택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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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돌아오는 생일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나로서도 나이마다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듯한 기분을 지워낼 수 없었던 것이다! 각각의 일에 적절한 시기가 존재하는 것 같고, 시기를 놓치면 뒤처질 것만 같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합리적 선택을 위한 가이드를 얻으려고 유명인의 강의를 듣거나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묻는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몸담고 있던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이상 나를 소개할 새로운 지위가 필요하다. 적어도 ‘준비 중’이라는 미래형을 위한 목적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어느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자격증을 따고 기업 공고를 들락날락거린다. 한때 나도 취업 준비를 해보겠다고 취업박람회에 가고, 취업준비세미나를 들었던 적이 있다. 어떤 산업에서 일할지, 어떤 직무가 맞을지 겨우겨우 정하고 드문드문 올라오는 공고를 확인하며 자기소개서를 쓰는 동안 즐거웠던 적이 없다.


변화무쌍한 내 삶의 이력은 따분한 질문 앞에서 따분한 대답으로 축약되기 일쑤였다. 제대로 읽히는지조차 의문인 글에 에너지를 쏟고 있으면 내가 그만큼이나 이 회사에 취업하고 싶은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돈을 벌고 싶을 뿐인데...  


취업난 속에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적당히 타협한 대안이 불만족스럽게 느껴질 즈음 나는 취업 준비를 그만뒀다. 당장에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깝다!


그러자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산업이나 직무가 아닌 온전한 내 하루. 길이 없는 허허벌판에 나침반 하나만 쥐고 서 있는 기분. 스스로 방향을 정해 걷는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선택에 대한 불안감은 커졌지만 동시에 기대감도 커졌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의심하게 되고,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앞으로 노동의 형태와 가치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AI의 발달은 이미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고, 직업의 역할과 필요한 능력도 달라질 것이다. 사회 변화의 속도만큼 우리의 미래 역시 빠르게 변화할 것이고, 그러므로 미래를 감히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의 마음인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나는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나’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인생을 설계하면 격한 시대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겠지.


각자의 인생에 정답은 없다. 나는 예술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돈’이라는 가치에 끌릴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가족’이라는 가치가 소중할 수 있다. 다만 모두가 각자만의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기를. 매년 돌아오는 생일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기를!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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