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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기묘한 이야기'는 왜 VHS로 돌아갔을까 [드라마]

더 선명한 화질보다, 더 선명한 기억을 위한 선택

by 손혜림 에디터
2026.07.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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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콘텐츠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시대다. 4K를 넘어 8K 해상도까지 등장했고,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은 화면의 명암과 색감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한다. 배우의 피부결은 물론 작은 점 하나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초고화질은 이제 당연한 기준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더 깨끗한 화면과 더 정교한 디테일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그런 시대에 TV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는 10주년을 기념하며 더 선명한 화질이 아니라, 오히려 VHS(Video Home System) 특별판을 선보였다. 기존 시리즈가 모두 일반 스트리밍 화질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이번 선택은 더욱 이례적이었다.


잘린 화면과 곳곳을 가로지르는 트래킹 노이즈 그리고 아날로그 특유의 질감까지 <기묘한 이야기>는 더 나은 화질을 선택하는 대신 시간을 거슬러 1980년대의 시청 경험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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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선택은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낯설지 않다. 제작자 더퍼 형제는 시리즈 기획 단계부터 1980년대 영화와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작품 전반에 녹여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모험 영화와 스티븐 킹의 미스터리, 존 카펜터의 호러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은 물론, 신시사이저 중심의 스코어와 시대를 상징하는 음악까지. <기묘한 이야기>는 단순히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 그 시대의 감각과 정서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시리즈였다. 그렇기에 VHS는 이 작품을 기념하는 방식으로 더없이 적합한 매체였다. 영화를 소장하고 테이프를 되감아 다시 보던 시대의 기억까지 함께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VHS 특별판은 새로운 콘셉트를 덧입힌 기념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특별판에서 화질을 낮춘 것은 목적이 아니라 시청 경험 자체를 80년대로 되돌리는 선택에 가까웠다. 기술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기묘한 이야기>는 오히려 과거의 감각을 선택함으로써 작품이 처음부터 품고 있던 정체성을 가장 더퍼 형제다운 방식으로 드러낸 에디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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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HS 특별판으로 감상해보니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특유의 분위기였다. 선명함은 현저히 줄어들고 화면도 작아져 디테일을 감상하는 재미는 다소 줄었지만, 호킨스 마을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음산한 분위기에는 오히려 더 잘 어울렸다. 아날로그 특유의 질감은 작품의 연출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시청자를 작품 속으로 더 깊이 끌어들였고, 마치 처음부터 이 포맷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이질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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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시간을 되감는 방식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 역시 이 시리즈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게 됐다. 2016년 첫 공개 이후 10년 동안 이어진 기묘한 이야기는 2026년 1월 1일(미국 기준 2025년 12월 31일) 피날레를 끝으로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하루 종일 마음이 허전했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10년을 함께한 시리즈가 정말로 끝났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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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다시 마이크의 지하실에 모여 앉는 장면은 첫 화에서 윌과 마이크, 더스틴, 루카스가 ‘던전 앤 드래곤(D&D)’을 즐기던 소년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모든 결말을 알고 다시 특별판으로 시즌 1을 재생하니, 마치 그 시절에 돌아가 비디오테이프를 처음부터 되감는 기분이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하나의 원처럼 맞닿았고, 지난 10년의 시간을 다시 꺼내보는 경험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이 모든 의미는 오랫동안 이 시리즈를 사랑해 온 한 사람으로서의 해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리즈와 함께 10년을 보낸 사람이라면, VHS 특별판은 단순한 재시청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화질은 흐려졌지만 기억은 더 선명해졌고, 재생버튼을 누르는 순간 작품과 함께 보낸 시간을 천천히 되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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