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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는 여름치고는 꽤 선선한 편이다. 햇빛은 여전히 강렬하지만, 습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뜨겁지도 않은 날씨. 그야말로 여름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다. 하지만 지금의 선선함은 잠시일 뿐, 곧 다시 무더운 여름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기에 여름을 보내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분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여름에는 유독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쉽게 지치거나 짜증이 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여름을 좋아하는 편이다. 뜨거운 날씨를 피하기보다 그 계절만이 지닌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 하나가 여름에 어울리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어차피 지나가야 할 여름이라면, 조금 더 깊게 여름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후부터 나는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나만의 리스트를 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리스트 속에 자리 잡은 음악이 바로 보사노바였다.


보사노바는 1960년대 브라질에서 탄생한 음악 장르로, 삼바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강렬한 삼바의 음악과는 달리 부드럽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특징이다. 지금의 기준으로 표현하자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 장르에 가깝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이미지 중 바로 떠오르는 건 여름방학이다. 특별한 계획 없이 느긋하게 흘러가고,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수박을 먹으며 보내는 여유로운 순간들. 보사노바의 경쾌하면서도 나른한 멜로디는 그런 여름방학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며 여름의 매력을 더 짙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곧 더워질 날씨를 대비해 여름이라는 계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한국의 보사노바 음악 몇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소라 - 청혼


 

 

 

1996년에 발표된 곡이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청혼>은 한국 보사노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시대가 변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보사노바 리듬과 이소라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말할 거예요, 이제 우리 결혼해요"라는 가사는 제목처럼 직접적인 청혼을 의미하지만 이 노래가 전하는 감정은 단순한 프러포즈에 머물지 않는다.


"그럼 늦은 저녁 헤어지며 아쉬워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라는 가사처럼 매번 헤어져야 했던 순간의 아쉬움을 끝내고 더 많은 시간을 연인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으며, 사랑의 설렘뿐 아니라 앞으로의 기대와 확신까지 함께 느껴지는 곡이다.


그래서 <청혼>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 저녁에 들으면 더욱 잘 어울린다. 해 질 무렵의 여유로운 분위기처럼 곡의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은 편안한 설렘을 느끼게 한다.


 

 

주혜린 - 미친 건가(Re-make)


 

 

 

주혜린의 <미친 건가>는 <청혼>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곡이다. 2024년 발매된 앨범 COOL에 수록된 원곡을 바탕으로 2025년에 새로운 편곡으로 새롭게 발매되었다. 일반적으로 리메이크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거나 대중에게 익숙한 곡을 새롭게 편곡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리메이크 음악이 원곡을 뛰어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 곡은 그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곡이었다.


이 곡은 최근 발견한 곡으로, 처음에는 원곡을 먼저 들은 뒤 동일한 제목의 리메이크 버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후 리메이크 버전을 듣게 되었다. 원곡 역시 매력적인 곡이었지만, 리메이크 버전은 또 다른 분위기로 다가왔다. 원곡이 사랑에 빠진 순간의 감정을 조금 더 담백하게 담아냈다면, 리메이크 버전은 경쾌한 리듬과 보사노바적인 느낌을 더해 더욱 밝고 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늘 부르던 이름으로 나를 부르면

처음 듣는 것처럼 웃어줄게

별생각이지 내가 정말 미친 건가

한참 생각해 이런 적 있었나 내가

 

 

가사 속에는 사랑에 빠졌을 때 느끼는 낯설고 설레는 감정이 담겨 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한마디에도 괜히 웃음이 나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는 순간. 리메이크 버전의 경쾌한 사운드는 이러한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한다.


특히 보사노바 특유의 여유로운 리듬은 사랑에 빠졌을 때의 기분 좋은 설렘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한다. 마치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고 평범한 하루까지 특별하게 느껴지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미친 건가〉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순수하고 행복한 순간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김현철 - 봄이 와(Feat. 롤러코스터)


 


 

 

김현철의 〈봄이 와〉는 제목처럼 봄과 잘 어울리는 곡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봄의 이미지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곡을 더욱 깊게 만끽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여름에 들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보사노바 특유의 경쾌하고 여유로운 리듬은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느끼는 계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롤러코스터의 조원선과 김현철의 듀엣은 밝고 청량한 에너지를 더한다.


 

다 좋은데 딱 한가지 안 좋은 것은,

눈뜰 수가 없네 눈을 뜰 수가 없네

봄이 와 봄이 와 그대와 함께라 좋아라

 

 

이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그대’를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여름이라는 계절 그 자체로도 느껴진다.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설렘과 즐거움, 그리고 그 계절 속에서 자연스럽게 밝아지는 나의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봄이 와〉는 특별한 순간보다 좋아하는 계절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행복을 담아낸 곡이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여름이라는 계절과 함께 그 계절을 좋아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보사노바의 매력


 

최근 들어 느끼는 것은 삶이 매일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지금을 돌아봤을 때, 좋은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그것을 직접 경험하며 나만의 기억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경험하면 그 계절은 더욱 선명하게 기억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장소를 방문하고, 그 순간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충분히 즐기다 보면 평범했던 하루도 오래 남는 특별한 추억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좋은 기억들은 우리가 힘든 순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작은 위로가 된다.


보사노바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리듬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여유를 찾고, 내가 좋아하는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보사노바 음악과 함께 계절의 분위기를 천천히 만끽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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