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내게 ‘록’이란 쉽게 다가가지 못할 만큼 거대한 울림을 주는 특유한 세계처럼 느껴졌다. 보통의 록밴드라고 한다면 한 명이 몫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보컬과 베이스, 일렉, 드럼 정도로 구성되니까.

 

적어도 내가 봐왔던 미디어 속 락 밴드 멤버들은 노래하며 악기를 다루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작사·작곡을 주도하며 또 반항하고 맞선다.

 

정확히는 세상에 반항한다. 예를 들어 자신과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부모든 교사든, 그들을 모두 둘러싼 총체적인 사회든 그들은 맞서며 음악으로 상대를 때려 부수고 k.o 시킨다.

 

나에게 록밴드란 낭만의 결집이다. 판타지답고 낭만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쉽사리 다가가기 힘들다. 사회와 타협하지 않고 자기 내면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대체로 영화나 만화 속 밴드 멤버들은 돈이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런데도 난처한 상황에 놓인 자신들을 탓하지 않고, 또한 경제적 가치를 바라지 않았다. 마치 남들에게는 우선시되는 경제적 측면이 자신의 삶에서는 쏙 빠진 것처럼.

 

애초부터 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경제적 가치, 그들은 오히려 명성을 원했던 것 같다. 자신들의 공연을 보면서 끊임없이 소리치는 사람들, 무대에 심취하며 즐기는 자신들. 평생을 안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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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오브 락’, 어렸을 때 초등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보여주신 적이 있다. 어렸을 적에는 그저 코믹한 영화로 느껴졌다. 잭 블랙의 등장과 학급에서 벌어지는 오합지졸 순간순간들은 킬링 타임 용으로 볼만한 재미, 딱 그곳에 머물렀다.

 

10대 시절 내게 스쿨 오브 락에 대한 영감은 전혀 없었고 그저 ‘재밌네’, 친구들이랑 과자 파티하면서 보기 좋은 단순한 재미에 그치는 영화였다. 생각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어린 시절 스쿨 오브 락은 24살의 나를 급작스럽게 멈춰 서게 했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주관을 가지고 꿈을 좇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질문을 바꿔서, 어느 정도로 적은 걸까? 자기 주관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꽤 많이 마주친 적이 있는데 정말 슬프고 안타깝게도 스스로가 그린 꿈을 실현하는 사람은 드문 듯 하다. 아마 추측건대 극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어렸을 때는 그렇게나 많은 꿈이 있어서 시도 때도 없이 하루가 지나면 다른 꿈을 키우고 있고, 미디어의 영향으로 줄곧 ‘저것도 하고 싶다, 이것도 좋은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었는데 왜 몸과 마음이 성장해 갈수록 현실에 굴복하게 되는 건지 나도 모르게 씁쓸한 기운을 삼키게 된다.

 

잭 블랙이 맡은 역할인 ‘듀이’는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록 밴드에서 특출나고 튀는 퍼포먼스로 인해 쫓겨나게 되고 교사인 친구의 이름을 사칭하여 한 사립학교의 대리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듀이가 가게 된 사립학교는 명문 초등학교로 모든 아이들이 공부에 관심을 쏟고, 부모는 이러한 자녀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철저히 투자하는 곳이었다.

 

처음 듀이는 설렁설렁 급여만을 취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음악 수업 날 아이들이 음악에 대해 크나큰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그렇게 아이들을 제외한 부모님이나 교장, 학교 측에서는 절대로 알지 못하게 비밀리에 학급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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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듀이를 신뢰할 수 없었다. 지금껏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응당한 인생을 살아왔고 부모님의 기대와 그로 인한 심리적 뒷받침이 주어졌기 때문에 학업이란 본인이 반드시 이루고 행해야 할 몫이며 인생에 있어, 현재에 있어 중대한 가치라고 여겼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 모든 결정에 있어서 아이들의 사고는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당연하다’라는 말로 자신을 속여왔다. ‘부모님의 기대’와 맞춤형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명문 학교의 커리큘럼은 스스로의 주관이 휘둘리게 되는 닫힌 환경이었다.

 

‘스쿨 오브 락’에 대해 많은 어른들은 이야기한다. 분명히 미국 영화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많은 한국 어린이가 보았으면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는 것을.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주관을 키울 수 없는 환경에 갇혀 있는 아이들이 정말 안타깝지 않은가?

 

매번 느끼는 점은 쫓을 수 있는 꿈이 있다는 것은 축복과도 같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나를 포함한 많은 대학생은 자신이 정녕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고, 현실과 타협하여 귀중한 1분 1초의 시간이 농축된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부정적 관점을 떨쳐내기 힘들다.

 

현재는 바꿀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데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행복과 나 자신을 끊임없이 버리고 낭비하는 것을 택한다. 그들 자신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이 기준에 맞추어 행동할 수 있도록 암묵적인 압박을 가해온 사회라는 환경이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까.

 

마지막에는 크나큰 감동이 밀려온다. 부모님의 항의와 학교의 준칙을 어긴 듀이는 공연을 앞두고 해고될 위험에 처해 도주하지만, 아이들의 바람으로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주어진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전혀 신뢰가 가지 않고 이상했던 알 수 없는 남자인 듀이는,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을 알아봐 주었다. 휘둘리기만 하는 삶을 살아오고 또 미래에도 여전히 주어진 환경이라는 명목하에 휘둘릴 인생만이 남겨진 아이들에게 ‘주관’과 본인의 ‘영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듀이는 아이들이 직접 난관에 부딪혀도 보고, 직접 작사·작곡한 곡을 연습하며 무대를 기쁨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주체성’이라는 가치를 심어주었다.

 

아이들은 모두 학업에 충실했기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똑똑한 모범생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어딘가 영혼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부모님과 학교라는 환경이 태엽을 설치하여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나아가게 만드는 인형처럼.

 

듀이로 인하여 아이들의 영혼은 새삼 짙어진다. 자신이 공부 외에 음악에 큰 재능이 있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했었는데, 직접 연주하며 무대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타인의 그림자가 아닌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나침반이라는 점을 새로이 깨닫게 된다.

 

실제로 영화에 출연한 아이들이 곡을 연습하여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는 이야기는 ‘스쿨 오브 락’ 마지막 무대의 감동을 더욱 농밀하게 만든다.

 

 


 

 

‘록’을 단순하게 반항과 낭만의 집결지라고만 느낀 사람이 여기 있다. 록이 반항을 표현하는 음악일지라도, 결국 관객인 내가 집어 갈 수 있는 생각은 적어도 스쿨 오브 락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록이라는 것은 ‘내 영혼의 결을 포효하라’라는 것이다.

 

주어진 대로만 현실과 타협하여 안정되고 지루한 인생을 확보하는 데 몰두하지 말고, 내면에 고이 잠자고 있는 영혼이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도록 울부짖고 소리 내 풍요롭게 표현하라. 듀이의 학급 아이들이 작사·작곡한 ‘록’처럼!

 

결국 듀이는 전문화된 지식인 수학이나 영어, 사회 그리고 교양을 가르쳐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듀이는 아이들에게 ‘진심’을 가르쳤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직접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진심의 결.

 

아이들의 미래는 더는 엄격한 기준에 휘둘려 맹목적인 삶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아이들의 미래에는 듀이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려 들어올 것이다. 중요한 순간순간에 자신을 드러내고 주관을 넣을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라는 목소리가.

 

주변 소음보다는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순간이 환하게 펼쳐지고, 이러한 매 찰나를 믿을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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