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KakaoTalk_20260517_164315899_0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5/20260517165600_khxapwxa.jpg)
올해 어썸 페스티벌이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봤을 때, 내 몸과 마음은 이미 꽤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예매를 결정했다. 라이브 무대를 보고 싶었던 아티스트가 나오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공연 자체보다도 다시 그 공간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작년 피크페스티벌 이후로 난지한강공원은 내가 가장 선명하게 떠올리는 봄의 상(像)이 되었다.
기억 속에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건 의외로 공연 장면 자체보다도 몸의 감각들이다. 5월 말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던 때 한낮의 땡볕 아래에서 거의 다섯 시간 가까이 스탠딩으로 공연을 봤다. 팔이 타지 않기 위해 입었던 체크무늬 셔츠는 땀으로 젖어 있었고 다리는 무겁게 지쳐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원하는 무대를 다 보고 스탠딩 존을 빠져나온 뒤 마셨던 맥주 한 컵은 아직도 기억난다. 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내려가던 순간, 하루 종일 몸 안에 쌓여 있던 열기가 한꺼번에 꺼지는 기분이었다.
좀 더 생각해 보면 난지한강공원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페스티벌이 열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곳에는 사람을 조금 자유롭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서울 안에 있는데도 서울 같지 않은 공간. 아무것도 생산적이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 그런 자유로운 공간 속에 음악마저 흐르니 내게는 무릉도원처럼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올해 다시 난지를 찾았을 때도 맨 먼저 반가웠던 건 무대보다 공간 그 자체였다. 익숙한 길과 강바람,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의 하늘색이 작년의 기억을 끌어올렸다. 물론 모든 것이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좋아했던 공간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던 것 같다.
그렇게 어썸 페스티벌에 갔던 그날도 날씨는 참으로 맑았다. 오후 3시, 날이 너무 맑은 나머지 태양열에 사람이 타들어가는 듯했음에도 꿋꿋하게 스탠딩 관람을 고수했다. 가져간 캡모자로 겨우 햇빛을 가리고 리도어 공연부터 관람했는데, 작년 뷰티풀 민트 라이프 때도 느꼈지만 희한하게 리도어의 음악은 뜨거운 열기를 조금은 차분하고 선선하게 바꾸는 매력이 있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60517_163425759_0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5/20260517165621_rkzhqnsn.jpg)
그동안의 페스티벌에서는 무대 자체에만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그 공간 안의 사람들도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돗자리에 누워 있었고, 누군가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정용화와 FT아일랜드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FT아일랜드 공연은 해가 넘어가며 공기가 조금씩 선선해지던 시간대였는데, 주변 사람들이 익숙한 노래를 다 같이 따라 부르던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럼에도 역시 작년의 기억을 단숨에 떠올리게 한 건 최애 무대인 엔플라잉의 ‘Songbird’ 무대였다. 땅거미가 지는 그 시간, 스치는 바람의 온도가 낮아지고 주위가 어둑해지며 무대의 밝은 조명이 오롯하게 보이는 바로 그 시간. 엔플라잉 ‘Songbird’ 무대가 시작하자마자 나는 작년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도 나는 비슷한 자리에서 같은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제 막 페스티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던 시기였고, 현실에 대한 고민도 꽤 많았던 때였다. 그래서인지 난지한강공원의 풍경은 당시의 내 현실과는 조금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자유롭게 날아올라
또 새롭게 만나게 될 거야
Another place
- N.Flying, 'Songbird'
그렇다. 그때의 나는 앞으로 내가 다시 이 장소에 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태양이 내리쬐고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면 나는 어김없이 그곳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무대를 만끽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난지한강공원을 다녀온 뒤로 또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요즘 나는 틈만 나면 작년 피크페스티벌과 올해 어썸 페스티벌 현장을 담은 무대 영상과 사진을 돌려 보는 습관이 생겼다.
![[크기변환]KakaoTalk_20260517_164315899_0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5/20260517165645_eamhakge.jpg)
새로움과 변화를 능동적으로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삶을 살아가며 좋아하는 공간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건 내게 꽤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어떤 공간과 기억에 애정을 둔다는 건 내게는 삶에 희망을 한 번 더 걸어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내게 난지공원은 현실을 살아가다가도 문득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가 되었다.
이 글을 읽을 당신에게도 그런 공간과 기억이 하나둘 생기길 바란다. 좋아하는 공간이 생긴다는 건 생각보다 오래 사람을 버티게 만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