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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추억은 거들 뿐. 이제는 현재를 살아갈 차례야.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

함께한다면 두려울 게 없지

by 손현진 에디터
2026.05.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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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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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때로는 그런 장면 하나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 장면이 긍정적인 기억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장면도 더러 존재한다. 쥐고 있으면 괴롭기만 한 순간일지라도, 너무 소중해서 차마 놓아줄 수 없는 그런 장면 말이다.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박해림 작, 황예슬 작곡, 장우성 연출, 플러스씨어터, 2026.03.10.~05.25.)은 친구가 있어 두려울 것 없던 추억 속 한 장면을 경유하여 도착한 현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냥 농구 한 판만 하자



견디기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17살 고등학생 '수현'은 외로움과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어느 날, 어두운 교실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진다. 그러나 앞이 아닌 뒤로 넘어간 수현은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교실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기절하고 만다. 그런 수현 앞에 나타난 세 명의 학생은 그를 둘러싸며 수군거리고, 다시 깨어난 수현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기겁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도리어 따지기 시작한다. "너, 우리가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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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셋은 사실 15년간 학교를 떠돌던 귀신들이다. 그들은 이제 사사건건 수현을 따라다니며 성불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귀찮게 군다. '승우', '지훈', '다인'. 이 귀신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수현의 몸에 빙의해 자신의 한을 풀려고 하고, 그런 귀신들 때문에 평소에는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된 수현은 급기야 상록구청 농구단의 부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농구 천재 승우가 수현에게 빙의해 끝내주는 실력을 보여준 것이 그 발단이었다. 


한편, 상록구청 농구부 코치 '종우'는 매사에 기력이 없고 의욕도 없는 인물이다. 실적이 없어도 그럭저럭 운영되는 구청 농구단에서 대충 시간을 보내던 종우에게 별안간 벼락같은 폐지 통보가 떨어진다. 이번 구청배 리틀 농구 대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농구단은 해체라는데. 수현의 합류로 겨우 머릿수를 채운 종우는 결국 오합지졸 농구부 단원들을 이끌고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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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이 작품이 왜 굳이 '공연'으로 올라가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만 한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매체가 아닌, 굳이 공연이어야만 하는 바로 그 이유.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의 '이유'는 농구에 있다. 무대 위 배우들은 실제로 농구공을 튕기고, 림에 던지며 골을 넣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공은 림을 통과해 골인되기도, 빗나가기도 하지만 그 변수조차 공연이 주는 라이브의 맛으로 기능한다. 뛰어다니는 배우들의 운동화 마찰음 위로 농구공이 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까지 겹치는 바로 그 무대 위에선 배우들이 '원 팀'을 이루고, 농구 동작을 응용한 다양한 안무까지 이어간다. 정말 농구 하나만으로 이 작품의 공연성을 완성하는 것이다.


극 중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해소의 플롯 역시 마찬가지다. 수현의 결핍은 농구를 통한 교감으로 서서히 해소되기 시작하며, 농구부 주장 자리를 두고 마찰이 빚어졌을 때도 일대일 농구 대결을 통해 인물들끼리 몸을 부딪치며 갈등을 해소한다. 귀신들의 정체와 여태껏 성불하지 못한 진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에도 결국 농구라는 행위가 갈등을 씻어내린다. 드라마를 이루기 위한 모든 요소를 농구 하나로 몰고 가면서, "그냥 농구나 한 판 하자."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대사와 행동으로 상황을 돌파해 내는 힘. 그것이 바로 이 <전설의 리틀 농구단>이 지닌 가장 큰 무기인 것이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마법 같은 순간


 

뮤지컬의 장점이 현장성에 있다면, 그 단점은 '시공간'의 한정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뮤지컬은 대개 하나의 무대 위에서 모든 사건이 벌어지고 종결된다. 따라서 시공간을 자주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텐데,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을 택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무대 뒤에 커다란 천을 달고, 그 위로 다양한 연출적 장치를 마련하여 시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은 지금이 낮인지, 해 질 녘인지 등을 금방 알아차리고 시간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은 조명이다. 순식간에 바뀌는 조명 큐를 통해 무대는 농구 코트가 되기도, 교실 안이 되기도 하고, 수현의 집이나 속초 바다가 되기도 한다. 적절한 조명 디자인을 통해 뮤지컬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의 제약을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금방금방 바뀌는 조명 큐에 맞춰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마치 무대 위에서 마법을 펼치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위와 같은 조명과 천을 이용한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순식간에 바뀌는 시공간을 큰 무리 없이 인지하게 만든다. 여기에 배우들의 액션이 더해지니, 도리어 현장감이 덧입혀지며 더욱 극적인 순간이 펼쳐지기도 한다.

 

 

 

화자가 바뀌는 순간 드러나는 진실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의 주인공이자, 관객이 주로 따라가게 되는 인물은 단연 수현이다. 그는 처음부터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귀신들과의 조우' 사건이 시작되며 그들을 '성불'시켜야만 한다는 미션까지 주어진다. 그리고 귀신들을 성불시키는 과정에서 농구부라는 각성의 계기를 겪게 되고, 결국 이를 통해 외로움을 극복해 내는 전형적인 청춘물과 스포츠물의 성장 플롯을 따른다.

 

그렇게 농구부 주장이 된 수현이 친구들도 사귀고 경기도 이기면서 모든 일이 좋게만 흘러가고 있을 때, 주장의 증표로 받은 호루라기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다시 좌절한 수현은 종우에게 묻는다. "선생님은 농구 왜 하신 거예요?" 이 순간,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의 화자는 수현에서 종우에게로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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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그런 친구 하나 알지

덩크슛에 미친 놈

 


귀신 3인방은 사실 종우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그러나 종우는 속초 바다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물에 뛰어든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살아남게 된다. 너무 소중한 추억 속 한 장면에 있는 친구들을 도저히 놓아줄 수도, 그렇다고 계속 쥐고 있자니 아프기만 했던 종우는 매사에 무기력한 상태에 내몰려 살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수현을 통해 친구들을 마주한 종우는 그들과 함께 다시 한번 농구한다.

 

 

우리 그랬잖아

농구 한 판이면 땡!

후련하게 끝!

 

 

농구 한 판으로 땡, 후련하게 끝! 그렇게 종우는 친구들과 함께하며 두려울 것 없던 소중한 추억을 지나, 두려움 가득한 현재를 살기로 결심한다. 그제야 귀신 3인방도 성불에 성공하게 되고, 상록구청 농구부는 드디어 대망의 구청배 리틀 농구 대회에 오르게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담백하게!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의 가장 큰 강점은 더할 것도, 덜어낼 것도 없이 정말 농구 한 판으로 우직하게 땡!을 외치는 작품이라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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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갈수록 감당할 수 없이 무거워진 이야기에 결말까지 무너지는 극도 많지만, 이 작품은 농구 하나에만 플롯을 집중시키며 작품 내의 사건들을 모두 해소한다. 서사적으로는 담백하게 결말까지 나아가고, '농구'라는 액션을 통해 무대의 현장감을 살리며 조명 디자인과 연출을 통해 시각적 스펙터클을 챙기는 그 삼박자가 훌륭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10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개발된 뮤지컬이 주는 안정감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소중한 친구들을 잃어버린 그 장면 하나를 손에 쥔 채 살아가던 어른 종우와 외로운 하루를 견디던 수현이 농구를 통해 서로를 치유하며 그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청춘물에 스포츠가 섞일 때 폭발하는 카타르시스를 넘버와 안무로 표출하며 시청각적 재미까지 챙긴 이 작품은, 코트 위를 내달리는 전설의 리틀 농구단처럼 묵직한 공을 힘껏 던져보자는 위로를 건네는 뮤지컬이다. 추억은 그저 거들 뿐, 이제는 당신의 가슴 뛰는 현재를 살아갈 차례다.

 

 

사진 출처 : (주)아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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