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취미로든 직업으로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 있다.

    

의미 없는 부분은 없다.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혹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그리기로 마음 먹고 이를 묘사하는 모든 단계에서 아무 생각 없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부분이더라도 모든 건 의도가 있다.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상상력을 표현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실제 사건을 토대로 상황을 재현하는 작품도 있다. 오늘 소개할 이원율 작가의 저서 『위험한 그림들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은 미술사의 흐름을 따라 20개의 사연과 함께 명화를 뜯어 볼 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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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에서 입체로


 

나름 인문학도로서 대한민국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며 한국사는 물론 세계사, 동아시아사까지 배우고 대학 교양 강의로도 역사를 접해 봤지만 항상 스스로에게 느끼는 아쉬운 점은 역사를 단순한 사건의 나열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삶이 과거의 주요한 일들로부터 유리되어 있음을 확인하며 안전하고 포근한 삶에 안주하고자 하는 관성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운 법이다. 수많은 이들의 죽음으로 이어진 전쟁, 기근, 테러 등이 텍스트로 옮겨졌을 때 납작하게만 해석되고, 그저 시험 범위인지 아닌지로 분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역사적 인물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금에야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식을 논하는 과거의 현자들이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존중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의 일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며, 정의를 추구할 의무가 있다는 것. 그 혼란스럽던 춘추전국 시대의 맹자, 공자가 주장한 성선설이 당시에는 당연하지 않았음을, 절대적인 신의 벌이나 상에 기대지 않고 오직 현세의 사람들을 위해 도덕을 재정립한 사상가들이 얼마나 어려운 길을 걸었는지, 대부분 그런 거 전부 알 게 뭐람,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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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도 그런 인물 중 하나이다. 위대한 사상가로 분류되지만 정작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 한 마디로 기억되는 삶. 그렇게만 기억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이야기와 세월이 있다. 이를 녹여 낸 그림이 바로 장 프랑수아 피에르 페롱의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다.

 

위 그림에서의 소크라테스는 망설임 없이 독배를 들고 유언을 전하고 있다. 사형을 선고 받은 당사자는 당당한 태도인 반면 주변의 인물들의 모습을 다르다. 누군가를 쓰러지고,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흐느끼고, 통곡한다. 그림 속 주인공인 소크라테스만을 보고는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가 칭송 받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나의 친구, 제자들이여. 우리는 육체 때문에 빚어지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소. 어떠한 방해 없이 오직 지혜만 추구하고 싶소? 그렇다면, 신이 정해준 때 기꺼이 육체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오.
 

 

추한 외모로 태어나 꾸밈과 치장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오직 진리에의 추구만을 바라보던 소크라테스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정의하려고 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지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 그 한 가지만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명제라는 걸 깨닫자 곧 자신이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임을 인정했다.

 

산파술로 진리의 민주화를 꾀하던 소크라테스는 결국 아테네 권력층의 눈엣가시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사형까지 선고 받았음에도 독배를 단숨에 들이켜고 한참 뒤에야 사망했다고 한다. 그는 그의 말대로 신이 보낸 '등에'로서 한 번 존재를 인식한 순간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염려하며 긴장하게 하는 날카로운 각성제의 역할을 하고는 죽은 이후에도 그리스는 물론 세계의 철학 발달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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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20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미술 작품이 납작한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인 장면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코 감추고 지울 수 없는 세계사적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에 이 그림들이 위험하다고 저자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림에 공감할 수 있다는 건 현실과 작품이 어느 정도 닮았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고 어딘가 찔리는 이유는 아직 현실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할 때 따끔하게 꼬집고 쏘아붙이는 등에. 이 역할을 이제는 고대 그리스와 같이 ,한 명에게만 맡기지 않도록 현대 사회에서 지식과 교양이 전승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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