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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의 삶은 연극 같을까.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신작 『fin』에서는 배우를 직업으로 한 인물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기옥’과 ‘태인’. 그리고 그들의 가장 옆에 있지만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중심인물 ‘상호’, ‘윤주’도 있다. 이 인물들은 소설 안에서 숨 쉬고 연기하며 그들의 삶을 이어간다.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 무대를 마친 기옥과 태인은 각자의 생각을 고이 접어 품에 숨긴 채 회식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연극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꿈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태인이 죽었다는 것. 소설은 그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기옥, 태인, 상호, 윤주의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소설을 읽으며 무대와 삶의 교집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조명이 켜진 무대 위 같을 때도 있고 조명이 꺼진 무대 뒤 같을 때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끝을 모르고 흘러가는 연극 같기도 하다. 마음먹지 않더라도 배우가 된 듯이 가면을 쓰고 사람을 상대하기도 하고 다른 이의 삶을 꿈꾸고 동경하기도 한다.


이 소설 속 등장인물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과거를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각자 저마다의 속사정을 가슴 깊이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해 그들의 이야기와 욕망, 결핍이 보일 때마다 흥미로웠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소설 속 인물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 가끔 까먹기도 하는, 무겁고 두려운 감정이다. 동경은 반짝이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 질투를 숨기고 있고 이러한 고뇌는 고통으로 이어진다.


슬프고 화나고 불쌍하고. 마치 연극배우가 자신의 감정을 과장해 대사로 말하듯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 숨기고 싶은 감정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소설에서는 이렇듯 다양한 감정과 욕망이 잘 드러나고 있는데 이것이 인물들의 관계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직업적으로 배우, 매니저의 경우, 수평적이지 못하고 수직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관계의 구도가 인물에게 끼치는 영향이 인상 깊었다.


동경 받고 반짝이던 전성기를 지나 중년의 접어든 기옥도, 배우로 승승장구하던 태인도, 그들의 매니저인 상호와 윤주도 비슷한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 모두 비슷한 고통을 짊어진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어딘가 어긋나있다. 기옥, 태인, 상호, 윤주 모두 바닥 아래를 경험했고 어쩌면 아직도 그 바닥에 갇혀 위로 올라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 삶이 어딘가 비틀어졌다고 느끼는 것처럼 그들의 삶도 어떤 사람들 눈에는 우울하고 고독하게 다가온다.


소설의 결말까지 가 닿으며 인생은 곧 연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무대 위에서만 진행되는 연극과 다르게 삶은 무대 위가 되었든, 무대 뒤가 되었든 이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소설 『fin』은 그 무엇보다 삶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꼈다.


감정을 느끼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남들에게 꺼내어 보이고 그렇게 흘러가게 두는 것.


소설 속 인물들이 욕망하고 변화하는 모든 장면은 결국 우리의 삶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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