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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다녀왔다. 현재 서울관에서는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전시가 진행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12,000여 점의 작품 중에서, 196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작 90여 점을 선별한 전시다. 이 전시는 2013년 서울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상설전이라는 점에서, 평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에도 상설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참 반가운 일이었다.

 

한국은 전쟁 이후 특수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그만큼 한국미술 역시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역사처럼 역동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는 백남준, 박서보, 김환기, 이우환을 비롯한 한국 미술사의 주요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오래전부터 흠모해왔던 박이소 작가의 『당신의 밝은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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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밝은 미래』는 공사장이나 야외 작업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명들이 나무 프레임 위에 설치되어 벽을 비추고 있는 설치작품이다. 제목을 보기 전에는 조명이 허술한 나무 구조물에 위태롭게 달려있는 모습이 너저분하고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당신의 밝은 미래’라는 제목을 확인한 순간,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이 작품은 언뜻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지만, 정작 그것을 구현하고 있는 형상은 낡고 불안정하다. 하얀 벽면을 향해 빛을 비추는 조명이 ‘밝은 미래’를 상징한다면, 그 조명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 프레임은 현재의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본다며 이 작품은 초라하 현재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존재할 ‘밝은 미래’를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초라한 현실을 뒤로한 채, 미래만을 응시하는 태도가 정당한 것일까. 등지고 있는 조명이 관람객의 현재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때, 희망찬 제목과 초라한 외형의 간극이 주는 충격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다시 마주한 작품은, 단순한 대비를 넘어 오늘날 우리가 ‘미래’라는 말을 어떻게 기대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했다. 이 설치는 조명의 빛과 관람객 쪽 어둠의 대비, 그리고 희망을 말하는 언어와 그것을 지탱하는 초라한 형상 사이의 간극을 통해 현실의 씁쓸함과 기묘한 유머를 함께 드러낸다. 이는 박이소 작업에 자주 드러나는 미덕이기도 하다.

 

박이소는 작품을 통해 중심이 아닌 주변,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위치에서 정체성과 존재를 사유한다. 뉴욕에서는 ‘마이너 인저리(Minor Injury)’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작품에는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모호함과 이중성, 그리고 고요한 유머를 통해 해석하려는 따뜻한 태도가 배어 있다. 민중미술과 모더니즘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던 시대에 그러한 틀을 비껴나 있었던 박이소는, 어쩌면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였다.

 

『당신의 밝은 미래』를 마주하며 나는 찬란한 내일을 상상하는 동시에, 그 빛 뒤편에 소외된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박이소의 유머는 삶의 허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비틀어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늘 나에게 조용한 위로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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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걸 탐험하며 멋나게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은 폼생폼사 인간, 강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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