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청소를 하다가 친구의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과거에 하나씩 바꿔 읽은 책이었는데, 바꾼 상태에서 서로 돌려주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게 5년도 더 전 일인데 책갈피가 반도 넘기지 않은 채 꽂혀 있었다. 어쨌든 그것은 내 책이 아니었고, 오랜만에 친구도 만날 겸 그에게 연락을 해서 만났다.
종종 연락은 했어도 얼굴을 본 건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다. 신기한 건 그때랑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여전히 그때와 같은 어색한 표정을 하고(친구에게는 일상적인 표정이다), 그때와 같은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어색함은 있었지만, 그래도 한때를 함께 했던 사이인지라 금방 편안해졌고 우리는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야기 중에 친구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 책 하나 돌려주겠다고 연락할 줄은 몰랐다고, 가끔 생각이 나기는 했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자기를 잊었을까 연락하기는 어려웠다고. 결론적으로 좋기는 하지만 그냥 그런 마음이 있었댔다.
그 말을 들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공감이 됐다. 하지만 나도 비슷한 생각을 자주 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대로 두는 상태로 좋을지 모르는 관계를 새롭게 맺으려는 시도가 가끔 어려웠다는 말을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뿐이다. 오해하기 쉬운 내용투성이니까.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에는 상황에 따라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도 비슷한 글을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였기에 연결될 수 있는 관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중 살아 남는 관계들이 지속되는 것이지, 모든 관계가 예나 지금이나 좋은 것은 아니라고.
그럼에도 왜 지속되지 못하는 관계들에 미련이 남고 쓸쓸해지는 순간들이 있곤 한 건지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이해되지 않는다.
친구랑 헤어지면서 언제 또 보자고는 했지만 언제 보게 될지는 미지수다.
평소라면 잘 지내리라 믿고 넘겼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시간이 나면 또 다시 약속을 잡아 볼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