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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삶 속에서 만나는 철학 - 이언의 철학 여행

by 신은지 에디터
2021.01.0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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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학문이라 생각하게 됐다. 최근의 일이다.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우며 답을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찬 세상에 호기심을 가진 적도 분명 있었지만, 일을 시작하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늘 편안하게 머물 수 있었던 가정과 학교에서 벗어나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사회로 나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변화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단순해졌다. 그저 세상의 모든 것은 생존이라는 하나의 가치 아래 명확한 방향을 가졌다 생각하게 된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던 먹고 사는 문제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할 줄 누가 알았을까.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먹고 살기 위해 매일 쳇바퀴 돌듯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거만하게도 이전에는 눈 앞에 보이는 물질적 대상에 사로잡히는 것, 원초적인 욕망에 휩쓸리는 것은 스스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은 가치에 골몰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힘쓰는 노력이 허무한 망상이나 사치로 여겨진다. 무던한 삶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토록 무서운 일이다.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사이 2020년에서 2021년으로 해가 넘어갔다. 나는 늘 같은 곳에 머무르는 것 같은데 시간은 자꾸만 등을 떠민다.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기 좋은 새해의 첫 달이다. 그래서 한번쯤 반대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철학이 단지 복잡한 일에 골몰하게 만드는 허무맹랑한 학문이 아니라, 세상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열어 주는 것이라고. 고루한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볼 수 있는 기회라고.

 

그래서 책 <이언의 철학 여행>을 집어보았다. 소설로 읽는 철학을 주제 한 만큼 다양한 철학적 이슈를 비교적 쉽게 풀어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물론 이 책을 펼쳐보기까지는 어린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배움을 강제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이제 자신이 성인이라는 별 중요하지도 않은 사실을 비겁하게 변명거리로 내세우며, 학생 때처럼 학습하거나 규칙적인 삶을 사는 것을 멀리해왔기 때문이었다.

 

 


추리소설이 된 철학 이야기


 

아버지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며 늘 무언가를 떨어뜨리거나 흘리고 부수어버리는 나를 걱정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뭘 해내려면 일단 엉덩이가 무겁게 진득히 앉아있어야 하는거라며 통 밖만 싸돌아다니는 내게 일침을 날리곤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아니라고, 다 계획이 있다고 한 귀로 흘리며 내멋대로 살아왔는데 놀랍게도 난 28년째 그렇게 살아가는 중이다.

 

정말 놀랍게도. 여전히 옷 앞자락은 음식물의 흔적으로 얼룩덜룩하기 십상이며 무언가를 진득히 계획하지 못해 끔찍한 마감형 인간으로 살아간다. 밖에서도 새는 바가지와 무겁지 못한 엉덩이. 너무도 가볍게 들리는 말이지만 여기에도 철학이 있다. 개똥철학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철학은 어디에나 있다. 활자가 아니라 삶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개념이다. 어떠한 현상과 개념, 그리고 그 배경과 이유를 파고들어 이 세상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철학이니까. 이 책 역시 이러한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책은 소년 이언의 신비로운 여행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 철학적 문제를 곱씹어보게 만든다. 어느 날 이언의 꿈에 낯선 노인이 찾아오는데, 이 노인은 밤마다 그를 어디론가 이끌고 다니며 철학의 난제를 퍼부어댄다. "생각으로 고통을 지울 수 있을까?" "꼭 올바르게 살아야 할까" 등등. 적막해진 술자리에서 한번쯤 티키타카 주고받아 본 익숙한 질문들이 실은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독자는 여러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이언의 행적을 좇아가며 해답을 함께 알아간다.

 

무엇보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그 해답과 결말을 궁금하게 만들어 끊임없이 사유하고 줄거리를 따라가게 하는 점이 흥미롭다. 이언을 이끌고 다니는 노인의 한마디가 이 책이 철학을 사유하는 방식을 아주 잘 보여준다.

 

"나는 철학이 일종의 범죄 현장 수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수사관은 그 어떤 정보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왜?'라고 물으면서 현장을 검증해 나간다. 왜, 여기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지? … 왜, 이 유리가 깨졌지? 이 모든 질문에는 해답이 없을 수도 있지만 수사관은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 당신의 세계는 우리의 범죄 현장이다. … 철학은 결국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최첨단 기술이니까."

 

 

 

철학의 13가지 문제를 파고들다


 

이언의 철학 여행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지식, 자아, 이성, 참과 거짓, 자유의지, 윤리와 도덕 등 철학적 화두 13개를 이어가며 생각을 확장하도록 돕는다. 각 장은 짜임새 있는 교재처럼 다시 3개 파트로 나뉘는데, 이언과 노인의 모험, 이언과 부모의 토론, 이언과 친구 제프의 산책으로 구성함으로써 주제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재미있는 소설처럼 편하게 읽도록 배려했다.

 

책의 귀퉁이에는 철학적인 잠언과 문제가 세세한 각주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작가가 철학을 공부하며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 흥미로운 정보를 실은 것이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철학자는 153명에 이르며 몬티 홀 딜레마, 뉴컴의 패러독스, 두 대의 전차 시나리오 등 유명한 문제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이는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서양 철학을 넓게 아우르며,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에 심화된 정보를 더해 철학을 더욱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더 깊은 질문들' 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토론 자료로 손색 없는 다채로운 이슈를 소개한다. 책은 특정한 답을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탐구해가는 과정을 통해 생각의 깊이를 넓히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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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의 철학 여행
- 세상의 모든 사유를 경험하다 -
 
 
지은이
잭 보언
 
옮긴이 : 하정임
 
출판사 : 도서출판 다른
 
분야
교양철학
 
규격
147*215mm
양장
 
쪽 수 : 576쪽
 
발행일
2020년 10월 30일
 
정가 : 28,000원
 
ISBN
979-11-5633-304-3 (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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