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자 작은방에 빛이 들어온다. 이제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도 눈이 떠진다. 본가에서는 잠이 많아 오후까지도 잘 자던 나였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옆에서 사고가 나도 그냥 계속 잘 거 같다는 평이 자자할 정도로 잠이 많기로 유명했던 나는 출퇴근을 하며 이제 일곱 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조금 더 뒹굴뒹굴하다가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어제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고 열차가 목적지까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던 중, 문득 서울에서 홀로 산 지 일 년 정도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벌써 일 년이라, 처음 직장에 합격해 상경했던 것이 꼭 어제 같은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홀로 지냈다. 상상과 현실에서의 서울 생활은 얼마나 달랐던가, 그리고 일 년 간 나는 이 도시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던가 잠시 생각해보았다.


사람들은 좋았던 것보다 나빴던 것을 더 기억하고 마음에 둔다고 했던가. 도시가 주는 설렘은 길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받은 씁쓸함과 상처는 마음에 자리 잡아 두고두고 떠올랐다.
좋은 사람과의 즐거웠던 순간도, 새로운 우정을 나눈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사람 때문에 울어보기도 하고 사회인으로서 믿기 힘든 행실을 보이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은 더 깊이 마음에 박혔다. 그래서 였을까, 사회적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능숙해졌어도 동시에 사람에 대한 경계를 키우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평일, 집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멍하니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내 팔을 잡는 것이었다. 화들짝 놀라며 저절로 인상을 찌푸린 채 바라보니 어떤 할머니가 내 옆에 서 있었다. 할머니는 내가 너무 놀라자 미안해하며 어디 역을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얼마나 걸렸는지 물었고 나는 지금 정차하는 역에서 다섯 정거장 정도만 가면 된다고 설명해 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아 물어보기를 정말 잘했다, 고마워요라고 대답했다.
고마움을 표하며 안도하는 그 얼굴에서 누군가에게 길을 묻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알 수 있었다. 그 안도하며 환하게 미소 짓던 어르신의 표정은 내게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도왔다는 뿌듯함과 더불어 한편으로 길 한 번 묻기도 망설이게 하는 도시와 나를 포함한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한 씁쓸한 마음이 들게 했다.

상상보다 더 빛나는 현실을 위해
그때의 일은 내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안 좋았던 경험과 피곤하고 귀찮다는 나의 사정이 차갑고 쌀쌀한 도시의 이미지에 일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귀찮아도 다른 이에게 더 마음을 쓰고 약자를 배려하는 태도로 일상을 보내자고 계속 다짐하게 되었다. 도시를 향한 막연한 내 상상 속에서의 설렘과 환상 또한 빛바래졌지만 씁쓸해하기만 하지 말고 직접 더 다양한 곳을 가보고, 경험하며 상상 그 이상의 순간을 만나고 또 만들어 보고자 한다.
다시 일 년이 지나면, 지금의 모습을 그 때의 나는 어떻게 기억할까? 지금의 나는 서울 생활 2주년을 맞이 했을 때의 내가 나쁜 기억과 부정적인 순간들에만 사로잡히지 않은 채, 부지런히 여러 장소를 가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더 성숙하게, 그러면서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는 자세를 갖추길 바라고 있다. 이전에 멀리서 동경했던 도시의 불빛처럼 더 다양한 빛을 직접 채워갈 나의 앞으로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