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판타지 로맨스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영화 '어바웃타임'의 히로인이었던 여배우 레이첼 맥아담스. 어바웃타임이 발표되기 약 십년 전, 그녀는 또 한편의 절절한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따뜻한 분위기의 영상미만큼이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패션을 볼 수 있는 영화 '노트북(The notebook)'이다.
영화는 한날한시에 함께 죽음을 맞이한 노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끌기도 했다. 조금은 진부할 수도 있는 설정인 가난한 정비공의 아들인 소년과 부잣집 딸인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지만 영화의 시작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요양원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남편인 할아버지가 한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책을 읽어주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주인공인 노아와 앨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 소년과 소녀가 바로 할머니와 할아버지인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에서는 열일곱이었던 두 남녀의 로맨스를 숲이나 바다 등의 자연적인 소재들을 주요 배경으로 삼아 자유로우면서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한껏 연출한다. 이러한 영상미에 플러스 요인이 된 것이 바로 주인공 앨리의 패션 스타일이다. 영화가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앨리를 통해 그 시대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레트로 패션을 맘껏 엿볼 수 있었다.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한 앨리는 부잣집 딸이었기 때문에 노아와 이별을 하기 전까지 등장하는 몇 번의 데이트 장면들에서 다양하고 다채로운 의상을 보여주었다. 특히 영화의 명장면으로도 유명한 바닷가 씬에서는 빨간색 체크패턴이 들어간 비키니와 동일한 패턴의 꽃 장식이 달린 헤어밴드를 매치하여 바다와 강하게 대비되면서도 발랄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밖에도 앨리의 패션은 모든 장면을 전부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40년대 당시의 복고 스타일을 매우 잘 보여주었다. 플라워 패턴의 원피스에 볼레로를 매치하거나 하이웨이스트 스커트 또는 몸에 핏되는 피케셔츠원피스 등의 스타일을 다양한 패턴, 컬러와 함께 조합하면서 앨리라는 캐릭터가 가진 특유의 유쾌함과 사랑스러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앨리의 패션은 집안의 반대로 인한 노아와의 아픈 이별 후 7년이 지나 새로운 약혼자와 함께 등장하면서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더 이상 앨리가 불같은 사랑을 했던 열일곱이 아닌, 이별을 받아들이고 부모의 결정에 수긍하며 살아가면서 직업을 갖고 약혼식을 치룬 성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첫사랑에 대한 상처를 안고 은둔하며 살아온 노아와 다시 재회하는 장면에서 앨리는 마르살라 컬러의 고급스러운 원피스와 헤어피스, 장갑까지 끼고 등장하여 한층 더 성숙한 상류층 자제의 모습을 보이며 노아와의 신분적 차이를 상기시킨다.
한껏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노아의 앞에 나타난 앨리의 패션은 다시 노아에게 마음을 열면서 조금 변화한다. 호수에서 노아와 함께 나룻배를 탈 때에는 한 층 부드러운 컬러의 하늘색 원피스에 실크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는데, 호수와 나무의 색과 앨리의 하늘색 원피스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평온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영화 전반을 통해 노아와 대조적으로 비교적 화려하고 많은 착장을 보여주었지만 씬마다 등장한 모든 옷들이 치밀하게 계산된 듯 배경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때문에 나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 영화의 명장면들이 연출로 만들어낸 영상미뿐만 아니라 레이첼 맥아담스가 보여준 시대적 패션과 배경의 조화가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실화라고는 믿기 어려운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까지 더해졌으니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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