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루나 (La Luna, 2011)
감독- 에린코 카사로사
7분/ 애니메이션
별 볼일 없는 일상을 마치고 늦은 저녁 친구와 커피를 한잔 하는데 문득 친구가 “요즘 참 별 볼일 없다.”는 말을 꺼냈다. 그래, 요즘 참 별 볼일 없다. 그리고 각자의 집에 돌아가려 선 버스정류장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서울 하늘에 별 보일 일은 없어도 달은 참 유난히 밝던 일이다.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라 루나(La Luna)의 제목 La Luna는 스페인어로 달님이라는 뜻을 지닌다. 7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이 아쉬워 몇 번이고 다시금 재생 버튼을 누르면서, 화면 가득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면서 내 유년시절의 한 모퉁이를 더듬었다. 사촌 오빠와 시골길을 걷다 멈춰서 달이 자꾸만 나를 쫓아온다고 칭얼댔던. 과학영재 소리를 들으며 막 중학교에 올라간 사촌오빠는 그런 나를 두고 몇 번이고 “그건 달이 엄청나게 크고 멀리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달이 보여서 쫓아오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라 답변해 주었는데, 나는 어쩐지 그 답변이 영 마음에 들어오지 않아서 달이 자꾸만 나를 쫓아와, 말했던 일이 여전히 선명하다. 그런데 그때는 왜 달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서점에 서면 책 선반을 잔뜩 잠식한 채 각자의 방식을 설파하다 못해 강요해대는 수천 권의 자기계발서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에 치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혹시나 나의 삶이 ‘정답’이 아니면 어떡하나 조급해지곤 하던 시절의 일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이가 있다면, 7분짜리 아주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 속 아이가 어쩌면 깃털보다 가벼운 한 가지 말을 선물해 줄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삶을 인 채 길고 어두운 밤을 걸어오느라 지쳤을 모두에게, 저 작은 달빛이 길을 밝혀주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