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조 모란디: 모란디와의 대화 展
글 입력 2014.11.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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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모란디“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라고 말했던 모란디의 작품은단순함과 고요함 속에서 예술과 존재의 본질에 대해진지하게 묻는다. 모란디는 자신이 존경했던 세잔(Paul Cezanne)과마찬가지로 가시적인 세계에 내재하는 무수한 이질성을탐구하여 작품 속에 이를 독특한 질서로 재구성하고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그의 작은 작품 속에는 세계에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사색과 예민한 직관의 총체가 담겨있다.특히 모란디는 1940년대부터 크기가 다른 화면 위에유사한 구성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그가선택한 일상적인 소재들은 형태, 구조, 색에서 미묘하고아름다운 ‘변주’를 보여준다. 이탈리아 볼로냐에 위치한모란디 미술관(Museo Morandi) 소장품으로 구성된이번 전시는, 모란디 작품 가운데 현상적인 세계에 대한무수한 경험의 층과 인간지각의 애매함, 리얼리티의 모순과 상대성,무한한 변수에 의해 달라지는 차이의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후기 작품들을 주로 소개한다.○ 정물모란디에게 있어 정물화는 회화의 구조와 정수를 밝히고,존재의 근본과 관계를 탐구할 수 있는 최적의 장르였다.정물을 소재로 삼았지만 물성, 질감 등 사물의 물리적 속성과사실주의적인 테크닉의 능란한 구현, 바니타스(Vanitas,‘인생무상’, ‘허무’를 뜻하는 라틴어)의 상징은 그의 관심사가아니었다. 그의 정물화는 시각적 경험에 관한 것으로,관람객으로 하여금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리얼리티가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모란디는 벼룩시장에서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병을 골라 레이블을 떼고 페인트를칠해 특유의 개성과 물성을 제거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사용하였다.○ 조개껍질조개껍질을 소재로 한 모란디의 작품은 그가 잠시 주요소재인 일상의 사물들을 포기하고 기이한 형태, 즉 바로크적인불규칙한 윤곽과 나선의 형태에 매료되었음을 보여준다.생명 이전의 머나먼 시공간을 표현한 듯한 이들 작품은 전쟁 중 제작되었다.○ 꽃모란디의 꽃그림은 비범할 만큼 감각적인 색과 부드러운비단의 감촉을 떠올리게 만드는 섬세한 촉감표현이특히 아름답다. 흰색과 핑크, 녹색이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는가운데 꽃이 가진 우아함과 순결함이 밀도 있게 표현되었고,개개의 꽃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유기적인 집합체로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풍경모란디 말년의 풍경화는 정물화와 마찬가지로 지극히단순화된 형태의 실험, 빛의 극적인 사용과 아름다운 색의하모니가 돋보인다. 모란디는 평범한 건물의 기하학적 형태,빛과 그림자의 대비, 수풀의 리듬, 하늘과 들판 등의 소재를반복하는 가운데, 절대적으로 회화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그가 평생을 보낸 볼로냐 비아 폰다차(Via Pontazza) 스튜디오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전쟁 중 공습을 피해 잠시 머물렀던그리차나(Grizzana)의 소박한 풍경은 점차 한 폭의 추상화로 변한다.모란디와의 대화수세기에 걸친 오랜 전통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이탈리아의 20세기 미술은 마찬가지로 오랜 전통과 격변의근대를 경험한 한국의 20세기 미술처럼 변혁의 시대에 대응하며역동적으로 전개되어 왔기에, 동서양의 같은 위도에 위치한두 나라의 미술을 비교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특히 모란디 회화에서 느껴지는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절제와 고요의 미학, 비어있는 충만함, 항상 같은 감정상의긴장은 정신세계를 추구한 동양과 물질세계를 추구한서양이라는 간극을 지우고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동일한 지평에 놓고 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모란디와의 대화’에서는 이번 모란디 전시의 중심이 된정물에 초점을 두어, 모란디와 같은 시대를 산 한국작가들의정물화를 비교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모란디에게 영감을 받은 동시대 작가들, 모란디와 유사한태도로 사물에 접근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도상봉(1902-77), 오지호(1905-82), 김환기(1913-74),박수근(1914-65), 황규백(1932-), 김구림(1936-),최인수(1946-), 설원기(1951-), 고영훈(1952-), 강미선(1961-),신미경(1967-), 황혜선(1969-), 이윤진(1972-), 정보영(1973-)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Giorgio Morandi/by SIAE-SACK, Seoul, 2014
구분: 국내전시기간: 2014.11.20 - 2015.02.25장소: 국립현대미술관 - 덕수궁관 제 1, 2전시실작가: 조르조 모란디, 김환기, 도상봉, 박수근, 황규백, 김구림, 최인수, 설원기, 고영훈, 신미경 등작품수: 80여점주최 /후원: 국립현대미술관, 모란디 미술관, 동아일보사관람료: 미정문의: 02-2022-0600[조윤혜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