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빨리 걸을수록 나는 더 작아진다.

글 입력 2014.11.0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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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스티 안네스다테르 스콤스볼 저자
                               출판사 시공사


책속에서 밑줄긋기

P.39-40 : 나는 부엌 창문을 통해 맞은편에 자리한 아파트 건물을 바라보았다. 엡실론과 내가 존재하는지조차 까맣게 모른 채 저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도대체 이웃은 왜 있는 것일까. 그들은 바쁜 척 집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죽는다. 슈퍼마켓의 점원들도 죽을 것이고, 보행기 노인은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
P.41 : 나도 활발하고 쾌활하게 지낼 수 있다. 언젠가 우스갯소리 하나를 생각해내고 엡실론에게 말했던 게 기억난다. “너무 빼빼해서 줄무늬 잠옷에 있는 줄이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 얘기 들어봤어요?” “응, 들어봤어.” “그럴 리가요. 그거 내가 방금 지어낸 얘긴데.” “아니야, 마테아. 들어본 적 있어.” “아, 맞아요. 생각해보니 《60세 이상의 젊은이들》이란 잡지에서 그 사람에 대한 기사를 읽은 것 같아요.” 너무도 전형적이지 않은가, 그럴듯한 우스갯소리를 생각해냈는데 알고 보니 전에 들었던 얘기라니. 하지만 난 개의치 않고 웃음을 터뜨렸고, 엡실론에게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웃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나 말고 아는 사람이 없잖아.” 엡실론의 말에 나는 대꾸했다. “그게 뭐가 중요해요.”
P.66-67 :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다시 게시판에 눈길을 던졌다. “이번 주 토요일 대청소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모든 주민들은 빠짐없이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혹여 이보다 더 심각한 내용이 적혀 있을까 싶어 재빨리 나머지 문장들을 훑었다. 하지만 방금 읽은 내용보다 더 심각한 건 없었다. [......] 아, 안 돼.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고 발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얼른 집으로 들어가고 싶을 뿐이었다. 이웃들에게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맨 마지막 줄에 있는, 몸이 불편한 사람과 노약자는 불참해도 된다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안도의 한숨과 실망의 한숨을 동시에 내쉬었다.



사이트: 인터파크 티



[김하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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