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뚤어진 자기애는 콤플렉스가 되곤 한다. 뮤지컬 ‘그리스’의 인물들은 언뜻 화려하고 멋진 사람들로 보이지만, 각기 남다른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들이다.
학교의 우두머리지만 실상 몇 년이고 졸업을 못 하고 있는 케니키, 쉽게 꺾이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지만 정작 그 때문에 케니키와 싸움을 반복하는 리조.
몇 가지 코드밖에 모르는 주제에 세계적인 록스타를 꿈꾸는 두디, 미용학원에 장학 입학했다고 말하고 다녔다가, 최종 시험에 탈락한 걸 숨기기 위해 학교도 못 나오는 프렌치.
그리고, 학교 최고의 스타이자 바람둥이지만 정작 좋아하는 샌디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모르는 대니, 그의 서툰 마음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솔직해지지 못하는 샌디.
그들은 사랑을 통해 각자의 고민을 넘어, 진실한 소통을 배우게 된다.
그 유명한 summer night로 극이 시작된다. 한여름의 추억을 서로의 관점에서 노래하는 대니와 샌디. 대니의 노래엔 친구들 앞에서 잘난 체 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샌디의 노래엔 추억 속 상대인 대니가 순수한 소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다. 서로를 향한 다른 욕구는, 분명 사랑하는 서로를 연결 짓는 것을 방해한다.
가장 먼저 마음을 여는 것은 두디와 프렌치다. 늦은 밤의 우연한 만남. 프렌치는 말 못할 자신의 고민을 두디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두디 역시 열등감에서 비롯된 자신의 콤플렉스를, 프렌치의 고민 속에서 거울을 보듯 발견한다. 두디의 짧은 말들이 긴 긴 프렌치의 고민들을 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짧은 말들 속에 두디의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케니키와 리조는 연인사이지만 늘 다투기만 한다. 케니키의 자랑거리인 자동차를 비웃는 리조. 그런 리조에게 날 우습게보지 말라는 듯 소리를 지르는 케니키. 한치도 물러서질 않고 더 화를 내는 리조. 둘의 다툼에서 자신에 대한 힌트를 발견한 샌디는 리조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남긴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화해하는 리조와 케니키. 그리고 대니에게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샌디.
불처럼 뜨겁고 화려해 보이는 그리스의 인물들, 그리고 얼음처럼 차갑게 가면을 쓰고 자신을 숨기는 우리들의 모습은 닮았을지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진실한 마음이다. 진심을 담은 소통이 우리를 스스로의 고민에서 더 넓은 세계로 떠나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