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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살아간다는 거, 사실 좀 실없지 않아? : 여학교의 별 [만화]

만화 〈여학교의 별〉, 와야마 야마

by 정진영 에디터
2026.10.1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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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없다, 무슨 의미일까? 국어사전에서는 ‘실답지 못하다’로 설명하며, 실답다는 미더운 데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전은 사전이고, 우리는 ‘별거 없다’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듯하다. 대단하거나 거창한 거 아니고, 조금 황당해질 정도로 별거 아닌… 그러나 어쩐지 부정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실없다’라는 말을 들으면 왜인지 웃음이 떠오른다. 대단하지 않고 거창하지도 않은, 그런 즐거운 상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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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여학교의 별〉은 어느 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호시’ 선생님과 수학을 가르치는 ‘고바야시’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학교의 일상을 보여주는 만화다. “그래, 진짜 여학생들은 저렇잖아.”라면서 웃을 만큼, 우리가 지금까지 보던 여학생과는 다른, ‘진짜’ 여학생이 가득하다. 진짜 여학생이란 자고로 쉴 새 없이 헛소리하고, 선생님의 별명을 짓고, 매일 자고, 매일 수다 떨고, 수업에 잘 집중하지 않고, 점심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매점과 급식실로 뛰어가는 그런 존재다.

       

      그럼, 선생님들은 어떨까. 호시 선생님은 매사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여학생들의 장난에 걸려든다. 아니 사실 본인은 나름 진지하게 동참하는 편. 고바야시 선생님은 폴로셔츠 앰배서더로 생글생글 능글맞지만, 집에만 처박혀 있는 일이 유일한 휴식. ‘조직원’처럼 생긴 나카무라 선생님은 실제로 고양이 귀가 달린 로봇 청소기를 아끼고 있다. 그들 모두 외관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들은 선생님으로서 받게 되는 기대에서도 조금 멀어져 있다. 얼른 퇴근하고 싶고 귀찮은 그들의 마음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거 진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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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호시 선생님과 고바야시 선생님은 여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여러 상황을 마주친다. 1권에서 호시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만화를 그리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 주의를 준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자꾸 만화 속 뒤 내용이 궁금하다. 진지한 얼굴로 만화에 관해 옆자리의 고바야시와 대화한다. 자기도 만화연구회였는데 커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만연교’라는 교단의 교주가 되어 대학의 모든 동아리를 주무르는 만화를 썼다는… (네?) 그때 일지를 제출하러 온 바로 그 여학생과 마주치고 여학생은 호시 선생님에게 피드백을 요청한다. 만화는 지각한 여학생이 빵을 입에 물고 달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때 맞은 편 벽에서 미남이 뛰어나와 부딪히고! 남자가 죽는다. (네?) 어쨌건 학교로 향한 여학생. 갑자기 학교에서 데스게임이 진행된다. (네?) 이후 전개는 또 바뀐다. 수줍은 학생의 순정만화는 웃기려는 의도 없는 미스테리였고, 그녀는 정말 진지하다.

       

      만화 〈여학교의 별〉이 캐릭터를 사랑하게 하는 방식,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은 이런 ‘의외성’에서 나온다. 우리의 기대와 전혀 다른 의외의 것을 보여준다. 계속 기대를 빗겨가고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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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으로 우리는 주어진 위치에 따라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일 것이고, 그렇게 보이도록 나름 애쓸 것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기 때문에 공적인 자리에서 우리는 아무리 웃긴 걸 봐도, 최대한 웃음을 참는다. 반대로, 우리는 남들을 판단할 때 보이는 외면을 근거로 판단한다. 보이지 않는 내면을 모르기 때문에 상대방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상대방도 자기를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는 이러한 외면과 내면을 동시에 안고 산다. 남들도 마찬가지.

       

      이런 식의 이야기가 나오면, 늘 어느 쪽이 진짜일까, 가짜일까를 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불필요하다. 왜냐하면 외면이 있어야 내면이 존재하고, 내면이 있어야 외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둘은 늘 공존한다. 중요한 건 둘의 관계성이다. 보이는 것(외면)과 보이지 않는 것(내면)은 당연히 다르다. 둘은 늘 ‘의외성’을 띤다. 그렇다. 우리가 사랑하는 그 의외성 말이다. 내가 모르는 모습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궁금해하고 내 예측을 깨뜨리면서 의외의 것을 보여주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나의 일상이 흘러간다.

       

      만화 〈여학교의 별〉은 그런 의외성으로 우리의 일상을 보여준다. 일상은 늘 예측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의외로’ 다르게 흘러간다. 조용할 줄 알았던 날이 시끄럽고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조용한 하루들. ‘의외성’이라는 이름으로 붙은 반전들은 실없고 웃기다. 대단하지도 않고, 거창하지 않다. 그저 별거 없지만 … 내일은 어떨까, 궁금하다. 지켜보고 싶다. 일상을 애정하는 법,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애정하는 법을 배운다. 아, 사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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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여 만화는 이런 것들에 힘을 주지 않는다. 그저 이런 것들이 당연하다는 듯, 일상에 아무렇지 않게 녹여놓았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은 늘 실없이 웃기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니까 궁금하고, 그렇게 내일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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