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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육교는 원래 흔들려야해? - 플라이 투 더 스카이 (FLY TO THE SKY, 2015) [영화]

안 그러면 무너져

by 권혜선 에디터
2026.10.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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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독립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발견한 단편 영화가 하나 있다. 이옥섭과 구교환 감독이 연출한 <플라이 투 더 스카이 (FLY TO THE SKY)>가 그것이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정확히는 깊이 와닿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관련해서 읽었던 구교환 배우의 <씨네 21> 인터뷰도 그중 하나다.


      Q.<플라이 투 더 스카이>라는 상 많이 탄 단편을 보면 “꿈이 바뀌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부끄러운 건 꿈이 없는 거고, 더 부끄러운 건 꿈을 핑계로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다”라는 육상효 감독님의 글을 인물이 인용한 대사가 있다. 이것은 구교환 개인이 영화에 대해 갖는 태도일 수도 있을까? 영화의 제단에 삶을 바치려고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A. 내가 내년에는 다른 무언가를 할 수도 있지 않나. 함몰되지 않으려고 계속 스스로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 같다. “이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지금 난 너무 영화를 사랑하지만 언제든지 우린 이별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서 상실감을 갖지 말자”라고 계속 나를 훈련시킨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불행할 것 같다. 꼭 내가 영화를 공부했고 연기를 공부했다고 이대로 가야만 할까. 내가 공부한 것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인생을 낭비한 걸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

      14분 정도 길이가 되는 단편 영화이므로,

      관람과 사유 이후 글을 읽는 것을 권한다.

       

       

      Ⅰ.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이륙하는 비행기의 안내 음성으로 시작한다. 외국에서 가죽 공예를 배우는 것을 그만두고 귀국하는 '성환'을 맞이하는 것은 환영 카드를 든 아는 동생 '교환'이다. 가죽 공예라는 꿈을 두고 돌아온 한국, 상환은 차 안에서 자신이 만들어준 교환의 가죽 지갑 안에서 굴삭기 자격증을 본다. 성환은 교환처럼 ‘현실’에 정착하기 위한 노력으로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를 따기로 한다.


      면허가 없다는 말에 성환은 교환과 함께 운전 연습을 시작하지만, 추후 우리는 그가 ‘장롱 면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운전 연습을 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어쩐지 묘한 구석이 있다. 첫 번째 단계인 운전 연습과 세 번째 단계인 주차 연습에서 성환의 실력은 대비된다. 브레이크를 살포시 밟으라는 조언에도 차를 꿀렁거리며 제대로 나아가지조차 못했던 그는, 정작 운전 초보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주차는 헤매지 않고 바로 해낸다. 그리고 2달 정도의 시간이 흘러 그는 굴삭기 자격증을 따고, 굴삭기에서 흙을 퍼 나르다가 교환이 다시 영화 일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교환이 그 사이에 전화를 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만두었다고 생각했던 ‘영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나한테 현실을 보라고 말한 사람이 기어코 하고 싶은 걸 찾아 떠났다. 배우 구교환은 인터뷰에서 언제든지 꿈과 이별할 수 있으니 상실감을 가지지 말라고 했지만,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묻고 싶다. 과연 배우 교환과 영화 속 교환은, 영화 속 ‘성환’의 입장이더라도 그럴 수 있을까.


      운전이 명확한 하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면 주차는 그 꿈을 ‘수납하는’ 일이다. 성환이 주차를 더 잘했던 이유도 지금 그가 꿈을 찾아 훨훨 떠나기보단 현실에 정착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받아들이는 것, 지금의 선택이 가히 나의 최선이자 이상이라고. 하지만 영화는 그가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비추며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환과의 통화를 들려주고 다시 일하는 ‘굴삭기’를 비추며 끝이 난다.


       

      Ⅱ.

       

      이옥섭과 구교환 감독이 운영하는 [2x9HD] (이엑구) 채널에 올려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영상 아래 댓글을 보면 비슷한 질문과 반응을 던지고 있는듯하다. 특히 성환과 같은 입장일수록 말이다.


      “남들은 다들 꿈이든 생계든 뭔가 해나가고 있는 거 같고, 나는 포기해 버렸으니 뭘 해야 하나 싶고, 버거 하나 시키는 것도 조금 뜸 들이면서 김치버거라 하니 바꾸면 안 된다는 소리나 듣고, 기중기냐 굴삭기냐 정하는 것도 애초에 마음에도 없었으니 마음 가는 대로도 못 해. 이거 할까 저거 할까 주저하게 되고 남들 따라 살길 찾아봤는데 다들 보니 자기 살고 싶은 인생 어찌 그리 잘살고들 있는지. 나는 지금 뭐 하는 건가, 흔들리는 인생”, “일단 내 이야기가 맞는데 나는 구교환이 아니라 조성환 역할이기 때문에 약이 바짝 오르고 부럽고 갑갑한 마음으로 엔딩때 실실 웃어버렸다”라는 누군가의 댓글들이 ‘성환’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듯하다. “꿈이 있는 건, 힘든 일인 것 같다. 수없이 흔들리는 일. 교환은 왜 얄미운 말들로 성환을 흔들어놓았을까. 그럼에도 내가 생각한 영화의 결론은, 인생은 나의 선택, 나의 결정이라는 것. 그 누구도 성환에게 굴삭기를 강요하진 않았다.”라는 댓글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댓글을 공유하는 이유는 함부로 필자가 그 감정을 단언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상황도 달리 해석되기 마련이고, ‘성환’의 지금은 씁쓸할지언정 실패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덧붙이고자 한다.

       

       

      플라이투더스카이1.jpg

       

       

      무엇보다도 운전 연습에서 두 번째 단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와 세 번째가 시작과 끝이라고 할 때 ‘Step2 - 도로 주행’은 ‘과정’이다. 두 사람은 그 과정에서 노량진에 있던 육교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교환은 육교가 몇 년 전부터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성환은 “육교는 원래 흔들려야 해. 안 그러면 무너져.”라고 말한다. 성환의 현재가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이 대사와 장면 때문이기도 하다. 흔들리지 않으면 무너지고 부서진다는 것을 이미 그는 알고 있다.


      두 사람의 삶에는 일정 부분 시차가 존재한다. 교환이 먼저 영화를 그만두었고, 굴삭기 자격증을 취득했고, 다시 영화를 시작했다. 얄밉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조금 떨어져 생각해 보면 그 역시 지금의 성환처럼 흔들리는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그것도 위에서 아래로 수직 낙하했다 올라오기를 반복하면서.


      어쩌면 성환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현실을 살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이미 겪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 초연해진다고들 하지 않던가. 흔들림의 시간을 지나 이제 낡은 육교는 없어졌다. 영화는 사람들이 육교와 함께 한 추억을 사진으로 보여주다가 육교가 사라진 도로를 보여준다. 시작이 어렵고, 끝은 더 어려운데, ‘끝을 끝내고’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려면 흔들리고 정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이제 성환의 차례일지 모른다. 영화를 향해 훨훨 날아가는 교환의 모습을 바라보며 성환은 ‘끝’과 ‘시작’을 찾기 위해 기나긴 흔들림의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부디 함몰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바라지도 않던 굴삭기로 땅을 파는 인생을 살게 되었더라도, 그 삽질이 자기 자신을 파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Ⅲ.

       

      사실 이 글은 <플라이 투 더 스카이>를 보고 쓴 첫 글도, 두 번째 글도 아니다. 첫 글은 학창 시절에 썼다. 과거에 쓴 글을 붙들고 “이걸 내가 어떻게 썼지.”라고 말하는 일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당 글의 마지막 문단을 나는 참 좋아해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다시 읽어보니 비문인 구석이 있긴 해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타이핑을 해본다.


      정해진 길을 무사히 따라가야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다는 말에 저는 결코 동의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독립 영화가 하나 있는데요, 제가 그 몇 분의 영상을 보며 느꼈던 점은 이러합니다. “어떤 분야에 대한 애정이 시들해지도록 내버려두지 말자. 포기하지만 않으면 기회가 온다.” 큰 목표와 그 속의 여러 가지 애정(꿈)을 다들 기억하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포기하지 않을 용기가 있는 한, 우리는 언젠가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살 것이고, 다양한 길을 걸을수록 더 넓고 크게 성장하리라는 사실도요. 정해진 길이 아닌 길을 간단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셨으면 합니다.


      전에 아트인사이트에 ‘자기소개’ 편을 기고하면서도 첫 부분에 소개한 인터뷰를 인용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자주 생각나는 말인 듯하다. 신기한 것은 인용을 할 때마다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더라. (성장일까?) 자꾸만 돌아보던 과거에서 조금씩 벗어나 ‘현재’를 충실히 살게 되었고, 생각으로만 멈추기보단 실행하는 자세를 지니게 되었다. 정말로 포기하지만 않으면 기회가 온다. 나는 그렇게 믿었고, 믿고 있고, 믿고 싶다. 무의미 속 의미를 찾는 과정을 통해 하고 싶은 꿈을 향해 가보자.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매달려야 하는지, 혹은 ‘현실’에 정착하기 위해 ‘꿈’을 버려야 하는지. 그 답은 명확하지 않다. 애초에 선택지가 두 개만 있는 것도 아니고, 육상효 감독의 말도 구교환 배우의 말도 온전히 정답은 아니다. 심지어 꿈을 이유로 삶을 망가뜨려 보는 경험은 ‘핑계’가 아니라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한 ‘흔들림’일지도 모르니까.


      필자는 그게 무엇이든, 아직 포기하지 않고 싶은 것 같다. 그래서 성환도 언젠가 중심을 찾을 것이라고, 꼭 가죽공예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며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환의 삶에 대한 방향을 함께 찾아보면 좋겠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를 본 당신의 감상은 어떨지 궁금하다. (댓글로 감상을 남겨달라고 하면 욕심일까.) 아무튼 이 글은 필자의 답이자 질문이다. 또한 흔들리는 과정 끝에 기어코 원하는 것을 하며 잘 살고 싶다는 선언일지도 모르겠다. 꿈꾸고 이루면서 살 수 있기를. 우리 존재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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