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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문화 전반]

짧은 여행, 우리의 선택과 일상에서 콘텐츠의 영향력을 발견할 수 있다.

by 박서현 에디터
2026.10.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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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점점 흐려져 가는 기억에서조차 콘텐츠는 존재했다. 어릴 때 유독 좋아하던 동요나 동화, 사춘기의 널뛰는 감정을 함께한 노래들, 다음날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린 영화 등 꾸준히 무언가를 듣고 보고 느꼈다.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는 시기가 없다고 확언할 정도였다. 그런 만큼 그것에 꾸준하게 영향을 받아오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목걸이를 따라 산다거나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에 직접 가보곤 한다. 등장인물의 선택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배우거나 신념을 재정립하기도 한다. 크고 작은 영향을 정리하면 여태 소비해 온 모든 콘텐츠를 써 내려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콘텐츠는 우리의 선택에,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원도 쪽 여행지를 찾던 우리의 목적지는 영월이 되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아니었다면 크게 고려해 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콘텐츠를 따라가고자 계획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따라가 보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넓고 깔끔한 숙소에서 여유롭게 쉬다가 돌아오는 것이 주목적이었고 우리는 영월에서 적합한 곳을 찾았다. 하지만 계획은 변경하라고 존재한다는 듯이 어느새 빡빡한 여행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영월, <왕과 사는 남자>, 단종. 우리는 자연스러운 사고 흐름으로 청령포와 장릉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숙소의 체크인은 오후 3시, 소요 시간은 넉넉하게 잡아도 3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오전 8시에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계획된 일정이 많지는 않았고 그중 하나를 첫날에 가기로 했다. 열심히 달려 신기한 지형을 보고는 장을 보러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청령포 근처 주차장에 잠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거의 만차에 가까웠고 사람들 역시 많은 듯했다. 올해 초, 아직 날이 따뜻해지기 이전에 개봉했던 영화의 영향이 아직도 이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반년이 넘어 다시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이 됐는데도 사람들은 아직 잊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우선 시간 관계상, 그리고 조금 더 여유롭게 살펴보고자 하는 마음에 일단 다음날에 방문하기로 하고 다시 떠났다.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계획한 대로 청령포에 다시금 방문했다. 청령포 앞에는 주차장에서도 보이는 대형 카페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 걸린 홍보용 현수막에는 ‘빵사남’이라고 영화 제목을 인용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단번에 시선이 가고 한 번쯤 곱씹게 된다는 점에서 좋은 홍보 문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차에서 내려 입장료를 낸 뒤 곧장 배를 타러 내려갔다. 일요일이라 그나마 적겠다고 예상한 것과 달리 사람들은 꽤 많았다. 단체 관광객 무리를 지나 승선 대기 장소에 서서 배를 기다렸다. 강은 보기보다 깊다고 느껴졌고, 그사이를 건널 곳은 없었다. 이곳저곳 풀이 무성한 부분이 있었고 돌탑이 쌓인 곳도 있었다. 강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왕과 사는 남자>에서 화제가 되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강가에서 물장난을 치던 단종의 모습이었다. 영화 속 장면일 뿐이지만 청령포에 와서 강가를 마주하니 실제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단종 어소를 시작으로 노산대, 관음송 등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영화 속 모습처럼 이곳에서 찰나라도 행복한 시간이 있었을까, 영화는 역사를 얼마나 어떻게 담아냈을까 등 여러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학창 시절처럼 의무적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알아보고 싶은 역사였다. 무언가에 관심을 두고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은 그리 쉽게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그런 이유에서 영화를 본 이후에 영월로 여행을 오게 된 것은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비록 영화의 장면, 그 조각들을 따라가기만 했다고 할지라도 그러지 않은 것보다 더 생생한 감정을 느끼며 여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콘텐츠가 가진 힘은 짧은 여행에도 미친다. 이 외에도 잊히지 말아야 할 사회 문제, 현 사회에 경종을 울릴 주제를 다루거나 누군가를 위로하고 온기를 나눠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영월 곳곳에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개봉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많은 콘텐츠가 중요한 무언가를 담고 그것을 통해 많은 사람이 감응하길 바란다. 그렇게 이루어낸 사소한 움직임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때까지 콘텐츠로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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