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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새로운 대륙으로 떠나는 삶 [문학]

줌파 라히리,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

by 김예은 에디터
2026.07.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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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는 1967년 영국 런던의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의 로드아일랜드에서 성장했다. 작가의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은 「일시적인 문제」를 포함해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작가는 이 책으로 오헨리 문학상, 펜/헤밍웨이상, 퓰리처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에는 인도인들이 등장한다. 『축복받은 집』 역시 그러하다. 인도인 이민자들이 나와 그들이 겪는 사소한 감정과 갈등, 문제, 그들의 삶과 꿈을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줌파 라히리의 작품은 ‘이민자 소설’로 불리우나 작가는 ‘자기가 살아온 세계를 글로 쓰게 마련이므로 자기 작품 속의 인물들이 인도 사람인 것일 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처음 『축복받은 집』의 단편 소설을 읽었을 때는 나와 멀리 떨어진 어느 대륙의 이민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다시 읽고 난 후에는 이민자 소설이 아닌 인간 본질에 관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독자들은 공감할 수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갈등은 어느 한 대륙에만 국한되지 않는 사람들의 삶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선을 변화시키니 『축복받은 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외로움과 상처, 슬픔 등이 더 강렬히 와닿았다.


소설은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언제나 흥미로운 예술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 수 있었던 한편, 다른 세계에 떨어지게 된 여러 이민자들에 공감할 수 있었고 좁은 시야를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9편의 단편 중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단편은 『축복받은 집』 가장 맨 처음에 수록된 「일시적인 문제」와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이었다. 나는 이 두 단편 중에서도 작가의 아버지의 삶을 바탕으로 쓴 소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이민자 소설’이란 말이 타당하지 않다고 했던 작가의 말에 나 역시 동의하는 바이지만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을 소개하기 위해선 ‘이민자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인공은 인도에서 태어나 런던으로, 런던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이다. 그때의 시절은 미국이 달에 깃발을 꽂았던 1969년, 주인공은 집을 찾던 도중 미국인 ‘크로프트 부인’의 집에 살게 된다. 그에겐 인도인 아내 ‘말라’가 있지만 그들은 서로 사랑을 나눌만큼 가깝지 않고 같이 살고 있지 않다. 또 크로프트 부인과 대화할 때면 종종 부인의 미국 자랑에 ‘굉장하다!’하고 억지로 대꾸해야만 한다.


여기까지만 봤을 땐 이 주인공의 삶이 억지로 끼워놓은 퍼즐 조각처럼 어딘가 어설프고 서투르고 어색해보인다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는 천천히 그의 삶에 적응해 나간다. 일을 하고 밥을 먹고 1800년대에 태어난 크로프트 부인과 종종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오랜 세월에 새삼 경외감’을 느끼고 그가 오게 된 이 세 번째 대륙에 정착해 나간다.


그 무렵 그의 아내 ‘말라’가 그가 있는 미국으로 오게 된 것이다.


줌파 라히리의 소설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인물들의 감정을 굉장히 담백하고 진솔하게 적어놓은 문장과 어떻게든 변화하고 드러나는 소설의 결말이었다. 행복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또 엄청나게 불편하진 않았던 인물들의 일상은 어느 순간 미묘하게 복잡해지고 그들은 좋든 싫든 스스로 변화해간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내가 미국에 오고 난 후 미국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던 주인공은 아내의 존재에 어렴풋한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낀다. 따지면 신혼 시기이지만 친숙한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기가 어색할만큼 친하지 않고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 소설의 결말이 어디로 향할지 무척 궁금해하며 읽었다. 이 어색한 관계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을까? 그 열쇠는 미국인 크로프트 부인에게 있었다.


고지식한 면이 남아있는, ‘사리를 입고 이마에 점을 찍고 팔목에 팔찌를 주렁주렁 찬 여자’를 아마도 본 적이 없을, 이러한 의구심이 타당할만큼 ‘굉장하다!’라는 말을 주인공에게 언제나 강요했던 크로프트 부인은 처음 만난 말라에게 ‘이 여자는 완벽한 숙녀야!’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건넨다.


주인공이 예상하지 못했더 한 마디로, 주인공은 자신의 아내와 웃음을 트게 되고 그들은 그렇게 한순간,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 간다.


『축복받은 집』은 어떤 인물도 평면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독자들이 인물을 충분히 의심하게 만든 뒤, 혹은 인물에 대해 충분히 마음놓게 만든 뒤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이러한 반전이 작위적이지 않고 충분히 납득되었던 이유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느 대륙에 살아 숨쉬는 한 명의 사람처럼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의 주인공은 크로프트 부인이 이 세상을 떠난 뒤 크나큰 충격과 슬픔에 잠길 정도로 그녀의 삶을 존경했다. 하나의 대륙에서 살아가는 너무나도 다른 각자의 삶이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이해할만큼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고 또 서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존중했던 것이다.


‘나는 이 신세계에서 거의 삼심 년을 지내왔다. ... 그럼에도 나는 내가 지나온 그 모든 행로와 내가 먹은 그 모든 음식과 내가 만난 그 모든 사람들과 내가 잠을 잔 그 모든 방들을 떠올리며 새삼 얼떨떨한 기분에 빠져들 때가 있다. 그 모든 게 평범해 보이긴 하지만, 나는 상상 이상의 것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달에 간 사람들이 영웅이라 칭송 받을 때 자신이 살아오던 곳과 다른, 새로운 대륙으로 항해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최초도, 유일무이도 아니지만 이들의 삶 또한 상상 이상의 용기를 필요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줌파 라히리의 소설을 통해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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