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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장 대중적인 것에 대한 비난

역시 난 비주류야 킥킥

by 윤경주 에디터
2026.07.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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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에도 유예 기간이 있다


       

       

       

      '인생 영화가 뭐예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한 번쯤 듣게 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질문 앞에서 쉽게 답하지 못한다. 그 사람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면, 전반적인 취향이 보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 영화를 답했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늘 '인생 영화'라는 자리를 쉽게 정하지 못했다. 언젠가 더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무언가를 평가할 때도 만점을 쉽게 주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도, 작품을 감상한 뒤 관람평을 남길 때도 5점은 늘 미래의 무언가를 위해 남겨 둔 점수였다. 언젠가 만날 완벽한 무언가를 위한, 쉽게 넘볼 수 없는 왕좌처럼 말이다.


      아무도 그런 기준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왜인지 가장 특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늘 신중을 기했다. 언젠가 아주 멋지고 완벽한 작품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태도였지만, 어느새 언제 채워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자리를 비워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완벽한 작품을 기다렸다기보다는, 가장 특별한 취향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유명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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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은 개인의 개성을 만들고, 그 개성은 한 사람의 매력을 완성한다. 취향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 간다.


      '홍대병'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기피하고, 타인과는 구별되는 취향이 '힙'하다고 여겨지는 현상이다. '나만 알고 싶은' 혹은 '나만 알고 있던'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듯,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진정한 취향에서 더 나아가 희소성이 높은 가치를 갖고 싶어 한다. 자신의 취향보다, 남들과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취향은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남들과 다른 것을 좋아하는지를 증명하는 일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쉽게 과소평가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대중적이다'라는 말은 원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뜻이지만, 우리는 종종 그것을 '평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대중성은 취향의 깊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유명한 작품을 가볍게 소비하는 사람도 있고, 대중적인 작품 하나를 수십 번 곱씹으며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마이너한 작품을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취향의 깊이는 대상의 희소성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심리는 서브컬쳐 문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명한 작품보다 '얼마나 마이너한 작품을 알고 있는가'가 하나의 암묵적인 경쟁처럼 작동하고, 남들이 잘 모르는 작품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곧 '취향의 깊이'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는 서브컬쳐뿐만 아니라 인디 밴드, 독립영화, 맛집 등 일상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느새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보다 '남들과 얼마나 다른 것을 좋아하는가'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당신의 취향이 주류이든 비주류이든


       

      돌이켜보면,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 중에는 시간이 지나 가장 좋아하게 된 것들이 적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어둡고 답답하게 느껴지던 영화관을 피했지만, 이제는 쉬는 날이면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 노래와 대사가 이어지는 뮤지컬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배우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치열한 티켓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취향은 생각보다 자주 변한다. 어쩌면 지금 내가 비웃는 취향이, 몇 년 뒤에는 가장 아끼는 취향이 될지도 모른다. 당신의 취향이 주류이든 비주류이든 중요하지 않다. 취향은 우열을 가리는 기준도, 안목을 증명하는 훈장도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타인의 취향을 쉽게 비난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얼마나 다른 것을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진심으로 좋아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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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2
      곽한별
      윤경주님, 저도 "비주류야 킥킥"밈과 해당 시리즈를 너무 재밌게 보았습니다. 저는 비주류를 지향하는 "찐따"인데, 뭐 찐따면 어쩌겠습니까.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인데! 선명한 취향이 느껴지는 멋진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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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20 17:41:09 0
      윤경주
      안녕하세요, 한별님. 저도 얼마 전 비주류초대석 시리즈를 무척 재미있게 봤었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상 좋아하는 마음이 진심이면 주류이든 비주류이든 상관없는거죠!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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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1 12:00:30 1
      최수경
      저 역시 나만의 개성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남다른 취향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부러워하곤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보다 '남들과 얼마나 다른 것을 좋아하는가'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문장이 유독 와닿았어요. 덕분에 누군가와 비교하기 보다, 오롯이 제 마음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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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21 12:53:41 0
      윤경주
      특히 요즘들어서 자신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되다 보니 남들과의 취향을 더욱 비교하고 자신의 취향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 글이 수경님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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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1 12:06:23 0
      소현
      어릴 적부터 자신만의 취향이 뚜렷한 사람들을 동경해 왔어요. 나도 멋진 취향을 가져보리라 다짐하며, 사춘기 시절에는 내가 '좋아할 만한' 인디씬 뮤지션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너는 누구 좋아해?”라는 물음에 그들의 이름을 말하고, “그게 누구야?”라는 말이 돌아오면 내심 뿌듯해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는 그게 남들과 나를 구분 지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머리가 조금 더 자란 지금은 오히려 너무 튀지 않는, 적당히 무난한 답을 골라 말하게 되네요. 그래서인지 요즘의 저는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작성해 주신 글을 계기로 다시 한번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찬찬히 곱씹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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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22 14:03:13 0
      윤경주
      생각보다 좋아해서 찾는 게 아니라, 찾다가 좋아하게 되는 경험도 꽤 많은 것 같아요. '좋아할 만한'이라는 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그치만 순서보다는 그냥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곧 현재의 소현님도 어린 시절처럼 마음이 가는 곳을 천천히 찾아가실 수 있을거예요!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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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1 12:11:03 1
      장미
      다수가 좋아할 만한 보편적인 기준을 잘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째선지 대중문화는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죠. 획일성에 대한 피로감으로 소수 취향을 선호할 수 있지 싶다가도 계급이 없는 사회에서 취향으로 구분 짓기를 시도하는 걸 보면... 그런 게 더 피로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마지막 문장대로 무얼 좋아하느냐 보다 역시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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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22 14:34:58 0
      윤경주
      보편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의미가 되죠.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통할 수 있고요. 저는 소수 취향과 대중문화의 공존을 지향하지만, 그들을 구분 짓기나, 가치 를 평가할 때 피로함이 오는 것 같아요.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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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1 12:16:01 0
      윱인
      경주 님,

      읽다보니, 남과 다르게 구별되고 싶다는 것도 인간의 욕구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 취향이 다수의 취향에 속해서 인정받고 싶다는 것도 인간의 욕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영역도, 싫어하는 영역도 모두 확정적으로 구분지어놓는 순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것들에서 느끼는 감정도 제한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삶에서 약간의 개방성을 지키는 것이 쉽진 읺지만 중요하고, 분명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는 것은 분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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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28 00:05:22 0
      윤경주
      구분짓는 순간 감정도 제한될 수 있다는 말에 공감돼요! 사실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어느 순간 좋아하게 된 적도 적지 않더라구요. 그치만 내심 속으로는 '난 이걸 안 좋아할 게 분명해' 라며 무의식적으로 선을 그어두고 판단할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저도 언젠가는 경계 없이 자유로운 마음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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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1 12:54:43 0
      당근이
      '취향의 경쟁'을 경계하는 경주 에디터님의 융통성과 따듯한 시선에 공감하며 글을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저 또한 주류 영화와 음악보다는 어딘가 개성이 확실하고, 많은 관심으로부터 숨겨져 있는 비주류 콘텐츠들에 끌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홍대병일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저의 기저, 삶의 근간(?)에는 항상 서브컬쳐보다는 메인스트림 콘텐츠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서브컬쳐의 많은 줄기들도 가장 기본적인 메인스트림에서 비롯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게 주류문화는 '평범한' 혹은 '무난한' 존재가 아닌, 어떤 이야기나 소재의 출처이자 원작 소스가 되는 '기본적인' 존재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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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28 14:41:23 0
      윤경주
      경쟁 자체는 더 좋은 제3의 결과물을 내놓을 때도 있지만 어느순간 타인과 다른 나를 위해 공허한 취향을 갖게 되는 현상에 씁쓸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이 주류이든 비주류이든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 중심에 잡힌 주류 대중문화로부터 소수의 서브컬쳐가 파생되고, 저 역시 알록달록한 취향들이 문화를 풍부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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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1 12:59:4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