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파가니니〉는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의 말년인 1836년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카지노 파가니니'의 개관을 앞두고 허가가 불발되면서 동업자 콜랭과 갈등을 겪게 된다. 동시에 작품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활동해야 했던 파가니니의 삶을 조명한다.
그리고 1844년, 파가니니 사후 교회 묘지 매장이 거부되자 아들 아킬레가 아버지의 매장을 위해 재판을 벌이는 장면이 교차하며 작품은 진행된다.
작품의 장점을 꼽자면 무대 연출이다.
무대를 가득 채운 조형물은 밀도가 높아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압도감이 작품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파가니니를 둘러싼 광기와 오해, 그리고 비극적인 운명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특히 조명 연출이 인상적이다.
장면마다 명암과 색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인물의 감정과 극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극 후반 파가니니의 마지막 연주 장면에서는 조명이 극의 하이라이트를 완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무대를 가득 채우는 빛의 변화와 배우의 움직임이 맞물리며, 파가니니가 평생 쫓아왔던 예술과 광기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또한 조연 배우들과 앙상블의 활약 역시 안정적이다. 특히 아킬레 역을 맡은 배우는 극 후반부 감정선을 단단하게 이끌어가며 작품의 서사적 무게감을 지탱한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새롭게 해석한다는 것
작품이 제시한 파가니니라는 인물이 설득력있게 다가오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할 지점이다.
작품 속 파가니니는 음악에 몰두하는 성실하고 순수한 바이올리니스트로 묘사된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며 아픔을 딛고 성공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전형적인 주인공의 서사를 따른다. 이는 기존의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해석을 시도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역설적으로 파가니니라는 인물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상대적으로 덜 돋보이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파가니니는 단순한 천재 연주자를 넘어, 스스로 '악마'라는 이미지를 활용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유럽 각지를 순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수많은 염문설의 중심에 서 있던 화제의 인물이기도 했다.
실제로 여러 매체에서 파가니니는 천재성과 치명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뮤지컬 〈파가니니〉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 과정에서 파가니니만이 지닐 수 있었던 독특한 카리스마와 스타성이 다소 희미하게 느껴진다.
극 후반 아킬레가 아버지의 매장을 위해 절절한 변론을 펼치는 장면 역시 기대만큼의 울림까지는 이어지지는 못한다. 아킬레의 감정은 충분히 관객에게 전달되지만, 관객이 파가니니라는 인물과 깊은 애착을 형성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여러 차례 재공연될 만큼 분명한 장점을 지닌 작품이다.
묵직한 무대 연출과 조명은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파가니니라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작품의 모든 갈등과 감정의 중심에 서 있는 '파가니니'라는 인물이 관객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에 대해서는 글을 쓰며 다시금 생각해 본다.
결국 이 작품은 파가니니라는 인간을 이해하게 만들지만, 필자가 그를 사랑하게 만드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