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の人生は、私以外の人生でつくられる。
내 인생은 나 이외의 인생으로 만들어진다.
이와나미 서점 · 출판사
카피라이터 오하림의 책 <일본 광고 카피 도감>에 소개된 일본 카피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머리가 멍할 정도로 큰 충격을 준 문장이었다. 요즘 가장 많이 했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진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내가 읽는 책, 내가 보는 콘텐츠, 이런 모든 취향이 과연 '나'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작년 말 졸업 유예를 한 이후로 이전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전시, 영화, 책 등 경험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경험하고자 했다.
취향에 맞든 그렇지 않든 무작위로 콘텐츠를 받아들이며 흡수하던 와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게 재미있긴 재미있는데, 그래서 결국 이것들을 통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뭐지? '내가 재미있게 느낀 것들'은 내가 될 수 있나?
자기 PR의 시대답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 자신의 창작물이나 작업물, 혹은 자신의 일상 자체를 활발히 보여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제 모습을 노출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한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라는 것이 은근한 자랑거리이며, 'niche'한 취향을 가진 것이 동경할 만한 것처럼 여겨지고, 감도와 미감이 높은 것이 사랑받는다. 혹시나 싶어 말해두지만, 이러한 심리나 현상을 비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고유하다'라는 개념은 허상에 가깝다. 우리는 온/오프라인상에서 수많은 사람과 부딪치며 끊임없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나'의 생각이라는 것이 과연 내 뇌에서만 나온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이 만든 창작물조차 지금처럼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는 수많은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설령 다른 작품으로부터 영감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사람이 이미 존재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는 꼭 현대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 방문했던 장소, 접하는 작품 이 모든 것들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그러니까 결국 취향이 내 일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정한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특별해지거나 특별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타인, 혹은 이 세상과의 교류를 통해 자아를 형성하고 있으니, 그 집합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굳이 더 특이한 취향인지 아닌지 나누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다르다.
어차피 '진정한 것', '고유한 것'은 없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게 진짜가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여전히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은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다르고, 굳이 필사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내가 경험해 온 것에서 도출할 수 있는 의미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