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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면 제철 음식을 챙겨 먹듯 그 계절과 어울리는 작품을 꺼내 본다.

 

올여름은 일찍 찾아온 만큼 나의 여름 나기도 이르게 시작되었다. 이번 여름을 함께 보낸 첫 번째 친구는 일본 드라마 <나기의 휴식>이다. 나는 그토록 싫어하던 여름을 사랑하게 만들어 준 이 작품을 애정한다.


<나기의 휴식>은 우리에게 여름을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푹푹 찌는 더위와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땀방울, 머리가 지끈거리는 열기와 귓가에 맴도는 모깃소리까지. 이전까지 내가 떠올린 여름은 온통 단점투성이었다. 그런 여름에 새로운 옷을 입혀준 것이 <나기의 휴식>이다.


도시를 떠나 시골 마을로 온 주인공 ‘나기’는 낡은 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에어컨 한 대 없는 작은방, 자고 일어나면 머리는 땀에 흠뻑 젖어있지만 나기는 행복하다. 열린 문으로 불어오는 자연의 바람과 직접 노랗게 색칠한 선풍기 바람이 그녀를 웃음 짓게 만든다.


나기는 더운 날씨에 불평하지 않는다. 여름이 더운 건 당연하게 여기듯 계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여름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을 감사히 받고 만끽한다. 여름 제철인 여주와 감자, 옥수수를 맛있게 먹고, 더위를 날려 줄 차가운 호지차를 마시며 다채로운 여름을 맛본다. 자전거를 타며 동네 곳곳을 누비고, 푸른 잔디밭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나기의 일상 속 여름 나기는 소소하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청량하고 활기찬 여름의 매력을 보여주며, 행복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드라마는 채도가 한층 높아지는 여름의 분위기를 몽글몽글한 감성으로 아름답게 그려낸다.


<나기의 휴식>은 이상적인 여름의 장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과 성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기는 매순간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 누구와도 편하게 어울리지 못한다. 언제나 타인이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는 소극적인 인물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진심 없는 맞장구만 되풀이할 뿐, 불합리한 상황에서 제대로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그 대상은 남자친구라도 예외가 아니다.

 

초반에 그녀의 남자친구 ‘신지’는 나기와 정반대의 인물처럼 그려진다. 똑똑하고 유능한 그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에이스다. 눈치가 빨라서 주변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내며 인기도 많다. 그런 신지는 자신과 다르게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나기를 보며 못마땅해한다.

 

전혀 달라 보이지만 두 사람은 결국 같은 이유로 무너지고 만다. 주변 분위기에 갇혀 자신을 숨기다 스스로를 잃어버린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공기를 잘 읽으면 센스 있는 사람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눈치 없는 사람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본모습을 숨긴다.


나기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이유는 삶의 주인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타인에게 휘둘리는 삶은 가짜, 스스로 핸들을 붙잡고 나아가는 삶이야말로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생각과 행동의 결정권은 오직 자신에게 있기에 진짜 나를 알기 위해선 민낯을 마주할 줄 알아야 한다. 잔뜩 힘이 들어간 관계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때로는 가면을 벗고 진솔하게 다가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밀려오는 숨을 들이마시기만 하다가는 정작 내쉬지 못하여 숨이 턱 막혀버릴 수 있다.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마시고 나만의 속도로 편안하게 내뱉어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꾸밈없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다.

 

 

 

컬쳐리스트 조은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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